서평단 1기 – 목정하님 작성 

성선설과 성악설 중 어느것이 맞을까? 인류의 오랜 질문이었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어느 것을 신봉하느냐에 따라 삶을 대하는 태도는 분명하게 달라질 것이다. 저자는 서양인들의 사상 근저에 성악설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고 말한다. 토마스 홉스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대표적인 예로 제시한다. 반대 의견을 펼친 장 자크 루소는 소수 의견에 불과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은 무인도에 표류한 소년들이 이기심 때문에 파멸의 순간을 맞이한 모습을 묘사했다. 하지만, 저자는 소설 내용과 거의 흡사한 실제 사례에서는 결과가 완전히 달랐다고 주장한다.

남태평양 통가에서 배를 탄 여섯 명의 소년들이 외딴 섬에 표류했고, 이들은 15개월 간 섬에 갇혀 버린다. 가족들은 실종신고를 하거나 심지어 장례식을 치른 부모도 있었다. 무인도를 우연히 지나던 한 선원이 소년들을 발견했는데, 발견 당시의 모습과 상황은 소설 ‘파리대왕’과 정반대였다. 그런데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파리대왕’이고 실제 사례인 아타섬의 기적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책의 부제는 A Hopeful History, 즉 희망의 역사다. 막연하고 진부하게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면, 단순한 희망 찬가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풍부한 근거와 사례를 접하다 보니, 멀게만 느껴졌던 ‘희망’이 손에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강조한다. 호모 사피엔스의 20만 년 역사상 19만 년은 전쟁도 압제자도 없는 평화 시대였다는 것이다. 전쟁은 불과 1만 년 전 정착 농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시작했다고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은 사고방식은 인류를 더욱 위험에 빠트릴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문제 해결 방법도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과 노르웨이 교도소 사례가 흥미롭다. 한쪽은 범죄자로 낙인을 찍고 사회와 단절시켰다면 한쪽은 더불어 사는 이웃으로 우대해서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인간의 본성은 과연 선할까. 직감적으로는 동조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 할지라도 기존의 통념을 뒤집기 위해 성실한 인터뷰와 문헌 조사 등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한 번쯤 귀 기울여 볼 만한 것 같다.

10줄 서평

저자는 인류가 희망의 연대기를 쓰기 위한 10가지 방법론을 제시한다.

하나, 의심이 드는 경우 최선을 상정하라. 10가지 중에 9가지가 좋고 1개가 나쁘다면, 단 1개의 단점이 9개의 장점을 대체해 버리곤 한다. 믿는 것이 곧 현실이 되므로 우리 스스로 부정편향을 떨쳐버려야 한다.

둘, 윈-윈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생각하라. 상대가 잘못을 했을 때 용서하는 것은 상대를 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나 자신에게도 이익이 된다.

셋, 더 많은 질문을 제기하라. 어떤 사실을 고정불변의 기정 사실로 인정하지 말고, 끊임없이 질문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넷, 공감을 누그러뜨리고 연민을 훈련하라. 선한 의지만 가질 것이 아니라 실천과 행동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펼쳐야 한다.

다섯,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비록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고 할지라도.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파시스트와 같은 극단적인 생각에는 동조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이들에 대한 기대와 희망마저 버려서는 안된다.

여섯, 다른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당신 역시 스스로 가진 것을 사랑하라. 내가 소중한 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일곱, 뉴스를 멀리하라. 뉴스의 속성 상 쟁점이 되는 사안이 보도되므로, 편견과 오해를 낳기 쉽다.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회사의 관리자는 자기 아이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 보내는 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여덟, 나치에 펀치를 날리지 말라. 그들이 한 몹쓸 행동에 똑같은 방식으로 응수한다면, 더 큰 증오와 범죄를 양산할 것이다.

아홉, 선행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한 사람의 착한 행동은 전염된다. 나비효과를 믿자.

열, 현실주의자가 되라. 시류에 맞춰 적당히 사는 냉소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선행이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언젠가는 상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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