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잘못없다는 저자 신민재의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흔적에 집착하는 그가 보여준 온갖 자료는 귀했다. 그는 건축물대장·지적도·토지대장 등을 확인했다. 또한 조선시대의 사진 부터 현재 국토부의 항공사진까지 구할 수 있는 자료는 다 모은 듯 했다. 그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말하자면 완벽주의자이다.
그의 이야기는 얇은집 자체라기 보다는 그렇게 만들수 밖에 없었던 도시개발의 역사이다. 그는 1968년을 서울이란 도시개발의 전환점으로 본다. 전차가 사라지고 차를 위한 도로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지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역사는 도로가 만들어지는 역사와 함께한다. 도로가 만들어지고, 그에 따라 땅의 모양 만들어지고, 마지막으로 건물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못난 땅을 탓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 못난이 땅, 얇은 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그는 묻고 있다. 예를 들면 서촌 한복판을 흐르던 백운동천은 복개되어 1978년 4차선으로 확장되었다. 지금의 자하문로가 만들어지면서 양옆으로 늘어서 있던 집들이 철거되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집도, 한쪽이 잘려나간 집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서촌의 땅과 건축물은 어떻게든 그에 적응하여 다양하게 살아남았다. 경복궁역 앞 시민약국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뒷풀이에서 시민약국은 공공이 구매해서 보도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었다. 그 붐비는 보도는 너무도 좁아서… 걸어보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