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1) 청와대앞 무궁화동산

무궁화 동산에 들어서 첫번째 장소가 궁정동 안가가 있던 자리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무궁화동산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비밀이 하나 숨어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장소가 은밀하게 표시되어 있는 것이다. 무궁화동산 서쪽 출입구로 들어서면 낮은 자연석 성곽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끊어진 곳이 보인다. 그 앞에는 가지가 멋있게 굽은 소나무가 한 그루 있다. 바로 이곳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된 곳이다. 이런 표시를 해놓을 생각을 한 사람은, 무궁화동산 조경사업을 맡았던 이승률(李承律) 반도환경개발 회장이었다. 이 회장의 회고에 의하면 초록색으로 칠해진 4번이 시해장소이다.

다음을 클릭하시면 반도환경개발 회장의 회고를 읽을 수 있습니다.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201609100041

그 다음은 청음 김상헌 시비 앞에 섰다. 병자호란 때 싸우자고 한 원칙론자 김상헌(척화斥和)과 항복하자고 한 최명길(주화主和) 이야기는 유명하다. “항복서를 쓰는 사람이 있다면 찢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며 찢어진 항복서를 주웠다는 최명길 이야기가 가슴에 닿았다. “끓는 물도 얼음도 다 같은 물이요.”라는 말로 나라를 향한 두 사람의 마음을 표현했다. 두 사람이 청 파병을 반대한 이야기이며 둘 다 청나라 옥에 갇혔을 때 서로 진심을 확인했다고 한다.

주자학과 양명학의 학문 성격이 두 사람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주자학은 현실에서 대의 명분과 당위를 말하는 원칙론이고 양명학은 현실 상황과 주체가 합치되는 실리론이라 하겠다. 최명길 스승 신흠(申欽, 1566~1628)은 주역에 능통하여 불변하는 원칙보다는 변화하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최명길은 청나라에 잡혀갔다가 되돌아 온 환향녀에 대한 차별에 반대했다. 개인 잘못이 아닌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환향녀를 내치면 안 된다고 했다. 예(禮)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라 용납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