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한일협정 반대하는 운동이 학생과 야당 중심으로 거세게 일어납니다. 1964년 6월 3일에는 1만 시위대가 광화문까지 진출하고 파출소가 불타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이에 박정희 정권은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주한미국대사 버거가 박정희대통령을 만나 사태를 의논합니다. 버거대사는 미 국무부에 보낸 다음과 같은 비밀전문을 보냅니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전제된다면 미국이 “박정희 또는 그에 의해 선정된 사람이 다음 몇 해 동안 한국의 지도자가 되는 것을 수용할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하면서, 박정희가 현재 한국에서 요청되는 지도자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유일한 인물이라 합니다.
「Telegram from the Embassy in Korea to the Department of State」, August 5.1962, FRUS 1961-1963. Volume XXII(홍석률, 「1960년대 한미관계와 박정희 군사정권」, 『역사와 현실』 56, 2005, 272~273에서 재인용). 홍석률은 같은 글에서 버거 대사는 미국이 군사정부에 대해 ‘우호적인 유보(friendly reserve)’ 태도를 견지할 것을 이미 1961년 6월 부임 직후부터 제안한 바 있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