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순남은 조선왕조실록에 충실함을 매우 강조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의 강연은 한편의 퍼포먼스 같기도 했다. 무엇보다 질문과 대답이 이어지며 흥미로운 강연이 되었다.
세조는 영화 관상에서 슬로우 모션으로 등장하는 수양대군의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된다. 배우 이정재의 멋짐은 그동안 수양대군의 이미지에도 변화를 주었다. 영화 한편이 그럴 수 있다면, 어린시절 읽었던 책은 어떤 이미지를 만들었을까? 조카를 죽인 수양대군은 악몽에 시달리며 잠을 못자는 것으로 그려졌다. 저자 김순남은 수양대군이 인간적으로 괴로워해야만 한다고 여긴 것이라 한다. 그리고 세조 이유가 컴플렉스가 있는 인물인가라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저자는 정치가로 세조를 ‘초월적 절대군주의 꿈’을 가진 목표지향적 혹은 의지적인물로 본다.
그렇다면 쿠데타를 일으킨 태종과 세조의 차이는 무엇일까? 태종이 정치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면, 세조는 공적인 시스템 대신 이른바 ‘핵관’정치를 했다. 수차례 반복된 정치적 부침을 겪으면서 세조는 자신에게 충성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권력을 분담할 수 밖에 없었다. 조정에 ‘공신세력’이 득세하면서 태종 때처럼 왕권이 오롯이 서지 못했다. 무엇보다 세종이란 아들을 가진 태종의 행운이 없었다. 의경세자도 예종도 모두 단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