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 교수는 익숙한 화가들의 미술사가 아니라 수집(가)의 미술사를 이야기합니다. 수집의 각도에서 보니 더 귀를 쫑끗하게 듣게 됩니다. 뭐랄까 더 역사적이고 현실적입니다.
그저 일상용품에 지나지 않았던 고려청자나 달항아리, 조각보는 어떻게 명품이 되었을까요? 이광표 교수는 누군가가 또는 어떤 사건이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흥미로운 사례가 많지만, 그 중 기업에 남는 것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화가 김환기는 18세기의 그냥 백자를 ‘달항아리’로 불러주었습니다. 그의 그림, 달이 뜬 하늘과 화실에 놓인 달항아리…. 더이상 말이 필요없습니다.
1932년 경주 영묘사 터에서 와당이 발견됐습니다. 연꽃 무늬 와당이 대부분이었는데, ‘여자의 웃는 얼굴’이 발견된 것입니다. 일단 매우 희귀했습니다. 7세기 경에 만들어졌는데도 파격적이고 모던까지 했습니다.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첫눈에 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신라의 미소’라고 부르는 얼굴무늬 수막새 바로 그 와당입니다.
미술애호가로 유명한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하는 대구미술관을 방문했습니다. RM은 추상화가 유영국의 1970년대 ‘산’ 연작 앞에서 인증 사진을 남겼습니다. 그 덕분에 개막 한 달 만에 2만명 넘는 관람객이 대구미술관에 다녀갔습니다. RM이 ‘사건’, ‘일’을 만들어냈습니다.
‘명품의 탄생’은 옆에 두고 있다가, 궁금할 때 마다 펼쳐보면 좋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