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고향은 어떤 곳일까요?
선산, 부모님 집이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또 함께 뛰놀던 동네 친구, 거리에서 인사를 주고 받는 이웃을 생각할 것입니다.
이렇게 고향은 기억속의 이미지로 존재합니다.
이번 주에는 ‘서촌,살아보니’를 소개합니다.
서촌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여섯 주민이 함께 보여 쓴 서촌 이야기입니다. 동네 이야기이면서, 새로운 고향론이기도 합니다.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이 함께 쌓아가는 시간을 통해 고향을 현재 삶에 구현한 것입니다.
서촌에 사는 중장년층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동네’를 좋아해서 이사 온 사람들이다. 이 책을 쓴 6명도 그런 사람들이다. 역사와 문화, 자연을 좋아하고, 익명성과 사생활만큼 이웃과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며, 아파트 가격 보다는 동네 분위기를 중시하고, 도시 재생에서도 관광보다 주거를 앞세우는 사람들이다.(저자 공동 서문)
시간을 가지고, 마음이 맞는 이웃들과, 공동체의 가치를 공감하며, 천천히 이곳에서 늙어가며, 무언가 동네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도모하며 살아가기를 희망한다(장길수, 서촌 살다보니)
적지 않은 토박 주민들이현재도 이 동네에 살고 있어 도심의 시골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젠 학창 시절의 거의 모든 친구들이 이 곳을 떠나 다른 곳에 살지만, 여전히 그들 마음 속에는 여기가 고향일 것이다. 옛 모습만 남아 있는 서촌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서촌이었으면 한다.(오동현, 46년 서촌 탐사 보고서)
둘째 아이한테 학교를 주로 어떤 길로 가느냐고 물었는데, 아이가 열일곱개의 등굣길이 있다고 대답했다. 나도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골목이 있는 동네는 그렇게 아이들의 삶 속에 녹아들고 있었다.(최문용, 고향같은 동네에 집을 짓다)
옛 지도에 그 건축물이 표시된 것을 발견하면, 지도를 제작한 시기보다 건축물이 오래되었다고 추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옛 서울의 지도를 보면 서촌 지역에 어떤 건축물이 그려져 있는지 살펴보게 되었다. 지도를 보면서 건축물을 찾아보는 놀이가 몸에 배었다.
(신민재, 서촌, 건축 박물관)
2020년 서촌 주민들은 스스로 삶의 보편적 가치를 돌아 볼 때이다. 서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기대감 혹은 서양인들이 남긴 보편적 가치가 아니라 이곳에서 매일 눈을 뜨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주민으로서 공통의 근원적 가치를 찾아야 한다.(김길지, 서촌 어쩌다 종교)
서촌일대를 아우르는 지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서촌’이다. 이 일대가 조선 한성 5부 가운데 ‘북부’이자 ‘서부’였으며, 내사산 가운데 서쪽 산인 인왕산 아래 동이기때문이다. 또 서촌이라는 지명이 비교적 무색무취하게 이일대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기 때문이다.(김규원, 서촌인가? 장동인가?)
여섯 저자는 2010년 서촌주거공간연구회 결성을 계기로 만나 활동해왔다. 2019년 겨울부터 토요일 아침마다 함께 동네 답사는 다니고 있다. 2020년 여름부터 ‘장동 서가’라는 이름의 무료 책 나눔 장터를 열고 있다.(서촌탐구 모임 소개)
서촌이 좋아 이곳에 둥지를 튼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 인연을 쌓아 가면서 소박하게 동네를 일궈가는 모습이 바로 이 ‘서촌, 살아보니’에 담겨 있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아마도 ‘서촌 살리기’와 같은 큰 슬로건이라든가 ‘서촌의 성격’ 운운하는 학술용어로 포장된 글이었다면 저부터 두어 페이지 읽다가 덮었을 것입니다.(추천사 김창희, ‘오래된 서울’ 저자)
가끔 들러도 늘 반갑게 맞아주는 드물게 남은 서울의 동네 서촌, 그곳에서 살며 역사와 문화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한 나지막한 동네의 온갖 재미를 만끽하는 분들의 동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부러움에 슬며시 약이 오를지도 모릅니다.(추천사 정석, 서울 시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