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도서관을 다시 찾은 것은 늦둥이 덕분이었습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사직 어린이 도서관, 남산도서관, 용산도서관을 주말마다 찾았습니다. 가끔 남산도서관에 늦둥이를 데리고 가서 도서관 주변 쉼터에서 함께 재미있는 놀이를 하곤 했습니다.
그 시절 도서관 식당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식당의 절반은 청소년과 취업준비생들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은퇴자로 보이는 분들이었습니다. 주변 지인들을 통해 도서관 이용 실태를 탐문해보니, 은퇴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공장소가 도서관이었습니다.
도서관은 이용이 무료이며 책을 읽거나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장시간 편하게 보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무엇보다 도서관 구내 식당이 저렴하면서 질이 좋아 식사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장소로서 인기가 높았습니다.
저는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 또는 정치권 인사를 만나면 초고령사회 복지정책에서 도서관 활용을 중시하라고 조언하곤 했습니다. 제 경험에 미국의 공공도서관은 식사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한국 공공도서관이 청소년 수험 장소로 자리매김을 하면서 구내 식당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는데, 초고령화사회에서는 이런 인프라를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도서관에 간다>>에서 ‘노인을 위한 도서관은 있다”편을 골라 10문단으로 요약했습니다. 초고령화사회는 먼 미래가 아니라 발앞에 떨어진 불덩이입니다.
1.노인을 위한 도서관
(이권우)앞으로 도서관이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역할 중 하나가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노력이에요.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단절된 노인 세대를 도서관으로 불러들여서 삶을 성찰하고 여생을 만족스럽게 보낼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어요.
2.노인 이용자에 대한 배려 필요
(이정모)이제는 공공기관에서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노인에게 특화된 공간을 확보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해요.
도서관에서도 노인 이용자에 대한 배려는 특별히 이뤄지지 않거든요. 노인 전용 열람실을 만들자는 주장까진 아니지만, 적어도 청력이 떨어지는 노인 이용자가 좀 큰 소리로 이야기해도 괜찮은 공간들을 마련해줄 수는 있지 않을까요.
3.노인 세대의 독서율
(이용훈) 독서 인구로만 보면 어린이와 청소년, 대학생까지는 어느 정도 유지가 되는데 급격하게 줄어드는 구간이 40~50대 이상이에요.
특히 고령화 흐름으로 60대 이상부터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해력과 독서율이 현저히 떨어져요. 노인 세대의 독서율을 어떻게 끌어올리는가가 관건인데, 도서관이 이 부분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4.도서관 이용 중심층, 은퇴한 실버 세대
(이용훈)아이들은 일단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물리적으로 도서관에 올 시간이 줄어들어요. 중고등학생은 더 심하죠. 40~50대는 일하느라 바쁘니까 주말에나 이용하고요.
그러다 보니 도서관을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찾는 사람들은 은퇴한 실버세대 예요.
게다가 한국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도서관에 노인이 많을 수밖에 없죠.
5.도서관 직원의 어려움
(이용훈)하지만 도서관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니까 노인 이용자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요.
노인 이용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지도 고민이 많고요. 아무래도 살아온 세월이 있다 보니 고집도 세고 목소리도 큰 분들이 많거든요. 6.도서관의 새로운 활력 (이용훈)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세대는 어느 정도 문해력도 갖추고 지적 호기심도 유지하면서 살아온 세대잖아요.
이 세대가 노년층으로 진입하고 있으니까, 장기적으로 보면 도서관이 이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믿어요.
이제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독서, 자기계발이나 실용적 관점의 독서가 아니라 사회나 인문적인 관심에 의한 독서로 넘어가면서 도서관의 풍경도 바뀌지 않을까 기대도 돼요.
6.1
(이정모)운영위원회에 노년층도 포함하면 좋겠네요.
7.세대의 공존 노력
(이명현)노인에게 시혜를 베푸는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그 세대의 시선으로, 당사자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거든요.
최근에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란 정말 어렵구나 새삼 깨달았어요.
8.도서관에 노인을 위한 공간
(이명현)개인의 차원에서는 ‘생각이 다른 사람이랑 말 안 섞고 살면 되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공동체 차원에서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나와 다른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합니다.
도서관에 노인을 위한 공간도 마련하고, 또 어떻게 그들을 도서관에 오게 할지 고민하고요. 방금 말한 책과 영화가 아주 실천적인 해결책을 알려준다고 생각해요.
9.대상을 구분
(이정모)노인을 위한 도서관을 구상할 때는 대상을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도서관 경험이 거의 없던 노인과 젊었을 때는 도서관을 좀 다니다가 나이 든 뒤로는 발길이 뜸해진 노인은 약간 다를 듯해요.
10. (이용훈)도서관 경험이 있던 분들은 계속 잘 이용하세요. 지금도 도서관에 노인 이용자가 적지 않은데, 사실상 도서관의 혜택을 충분히 경험해봤기 때문에 은퇴하고 나서 더 적극적으로 도서관을 찾는 것 같아요.
아예 안 오는 사람은 도서관 앞을 지나가도 들어오지를 않아요. 도서관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거죠.
10.1 보건소와 도서관의 콜라보
(이권우)보건소와 협약을 맺어서 도서관에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게 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