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먼로파크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하고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100만 달러의 자금을 모아 틸 캐피털Thiel Capital이라는 헤지펀드 회사를 차렸다. 이듬해 틸은 실리콘밸리에 찾아온 루크 노섹Luke Nosek과 만났다.

노섹은 안드레센과 마찬가지로 일리노이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후 넷스케이프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는 1995년 대학 재학 중 같은 학교 친구인 맥스 레브친Max Levchin, 스콧 배니스터Scott Banister와 함께 스폰서넷 뉴 미디어SponsorNet New Media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었다

2.1998년 여름 틸은 스탠퍼드에서 ‘시장의 글로벌화와 정치적 자유의 관계’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는데, 열심히 강연을 듣던 사람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당시 스물세 살이었던 맥스 레브친이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소련에서 교육과 주거, 취직 모두가 제한되었던 그는 1991년 소련이 붕괴한 후 무국적자 신분으로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왔다.

3.공개키 암호화 기술을 개발한 마틴 헬먼Martin Hellman과 결제 단말기 제조사 베리폰Verifone을 창업한 빌 멜튼Bill Melton 등 일류 전문가들까지 함께하기로 하며 틸과 레브친, 하워리, 노섹은 1998년 12월 콘피니티를 설립했다.콘피던스confidence와 인피니티 infinity를 조합한 이름이었다.

4.금융업계에 정통했던 틸은 데이터 암호화 기술의 잠재 수요가 ‘송금’에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때까지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플랫폼이 없었던 ‘전자결제’ 시장에 주목한 것이다. 당시 신용카드와 현금인출기는 널리 보급되어 있었지만 사람들이 사용하는 데는 다소의 제약이 있었다.

5.콘피니티는 1999년 10월에 페이팔이라는 브랜드로 이메일 송금 서비스를 공식 출범하고 불과 몇 개월이 지나지 않은 2000년 3월, 페이팔의 회원 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신규 가입자가 친구를 초대하고 그 친구가 또 다른 친구를 초대하는 전형적인 눈덩이 효과 덕에 페이팔은 순식간에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했고, 신규 가입자가 늘어날 때마다 이 송금 서비스의 가치 역시 몇 배씩 늘어났다.

6.엑스닷컴(X.com)은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가 1999년 3월에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프리토리아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경제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1995년에 실리콘밸리에 입성했다.

머스크는 사용자들이 모든 금융 거래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끔 금융 포털 서비스를 꿈꿨다. 엑스닷컴은 고객에게 ‘진짜’ 은행 계좌를 제공할 수 있었고 송금 서비스 방식도 페이팔과 유사했을 뿐 아니라 페이팔보다 두 배 많은 20달러의 캐시백을 지급했다.

7. 피터 틸은 네트워크 효과를 위해 엑스닷컴과 합병을 추진했다. 이더넷ethernet의 발명자 로버트 메칼프Robert Metcalfe가 만든 이 법칙은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합병후에 CEO를 머스크가 맡았고 틸은 회장에 올랐다. 머스크는 신규 사용자에게 지급하는 캐시백을 10달러에서 5달러로 낮추고, 신용카드 지불 비율 및 그에 따른 수수료도 줄이는 등 경비 지출 속도를 늦추고자 최선을 다했다.

8.2002년 7월 8일, 이베이는 페이팔을 15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거래는 2002년 10월에 완료되었다. 이베이에는 자체 결제 서비스인 빌포인트가 있었지만 어느 나라에서든 7대 3의 비율로 페이팔 이용자가 많았다. 즉, 이 매각은 두 회사 모두에게 윈윈win-win이었던 것이다. 매각 후 페이팔의 결제 서비스는 이베이 플랫폼에 완전히 통합되었고 빌포인트는 폐지됐다

9.페이팔 창업자들은 그 당시의 페어차일드 창업자들과 쏙 빼닮았다. 페이팔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아는 테슬라, 스페이스엑스, 링크드인, 유튜브YouTube는 물론 페이스북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튜브는 페이팔 직원이었던 채드 헐리Chad Hurley와 스티브 첸Steve Chen이 창업했으며 훗날 160억 달러에 구글에 매각되었다).

10.틸은 처음부터 단단한 우정을 소중히 여겼고 회사의 성공보다는 우정을 중시하는 회사를 만들 작정이었다.

틸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페이팔을 시작했을 때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우정으로 맺어진, 직원 모두가 좋은 친구인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요. 그렇다고 원래 친구였던 사람만 채용했던 건 아닙니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다 싶은 사람을 뽑았죠.”

11.벤 호로위츠Ben Horowitz는 《하드씽: 경영의 난제, 어떻게 풀 것인가?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을 썼다.

호로위츠는 모든 사람이 친절하게 대해주는 세계에서 새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어간다는 것은 환상이며, 실제로는 다윈Darwin의 진화론에 나오는 ‘적자생존’이 아닌 ‘부자생존’이 이 세계의 현실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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