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한국에서 온 우리 반 남자애가 나한테 빠가(바보)라고 했어.” – 사유리
“그 애 참 똑똑하네. 네가 바보인 걸 바로 알아채다니. 앞으로 친하게 지내.” – 사유리 아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의 집안은 남다르다. 흔한 고정관념을 철저히 파괴한다. 어릴적 사유리는 무조건 ‘내편’을 들어주지 않는 아빠가 야속했지만,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부모님”은 그의 미혼 출산을 흔쾌히 지지해주었다. 나이 마흔, 폐경을 앞둔 상황에서 오래 사귀었지만 결혼을 망설이는 남자친구를 뒤로 하고 임신을 결심한 사유리. “엄마, 나 지금 당장 아이를 낳아야겠어. 정자를 기증받아서”(사유리) “그래? 그럼 엄마가 병원 알아볼게”(사유리 엄마) “사유리만 죽지 않으면 난 상관없어.”(사유리 아빠) 그냥 하는 말 아니냐고? 실제로 미혼임신을 감행한 사유리는 지난해 11월 4일 아들 젠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그 일화를 책 『아내 대신 엄마가 되었습니다』(놀)에 담았다.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방송인으로 잘 알려진 후지타 사유리는 아직 성공하지 못한 인생이라 자평한다. 그런 그에게 아들 젠은 첫 성공작. “지금까지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한 내가 젠 너를 태어나게 하는 일만큼은 유일하게 성공했어.”
입양을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독신자의 아이 입양절차가 몹시 까다로운 탓에 2017년 당시 독신자 입양 사례는 단 3건. 직접 낳고 싶은 욕심도 컸기에 일본으로 건너가 정자를 기증받아 어렵게 아이를 낳았다. 정자는 서양인의 것이었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아시아인과 흑인은 정자를 기증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에 상황적으로 서양인의 정자를 받게된 것일 뿐이다.
사유리의 임신 소식이 전해지자 대중의 반응을 양분됐다. 누군가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누군가는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치기 어린 도전이라 비판했다. 응원만큼이나 많은 욕을 먹었는데, 사유리는 말한다. “젠,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있잖아. 너랑 하루라도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다면 남들에게 욕먹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라고.
어렵게 얻은 아이지만 보는 순간 절로 사랑스럽진 않았다. 대다수 엄마가 그렇듯 “아기를 향한 내 사랑은 ‘첫눈에 반한 사랑’은 아니었다.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이 커진다. 매일 어떻게 이만큼이나 더 사랑할 수 있는지 놀랄 만큼, 때로는 조금 무서울 만큼 사랑이 쌓여간다”고 소감을 전한다.
사유리가 동의하지 않는 말 중에 하나는 ‘아이를 낳으면 어른이 된다’는 말이다. 사유리가 생각하는 성장의 기준은 “삶에서 무엇을 배우느냐”인데, 출산을 통해 오히려 “나와 내 아이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퇴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사유리는 무얼 배웠느냐? “젠이 태어난 후로 나에 대해,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더 자주 생각하게 되”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꿔가면서 젠과 한 발 한 발 걸어 나가려고 한다.” 그러면서 다짐한다. “나보다 소중한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니 전보다 나를 더 사랑하고 아끼게 된다. 젠을 위해서 엄마도 열심히 살게. 젠도 나 자신도 열심히 돌볼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