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의 열풍이 불고 있다. 20년 전에도 그와 같은 광풍이 있었다. 2003년 필립 로즈데일이 출시한 세계최초의 가상현실서비스 세컨드라이프다.

물론 그 이전에도 가상현실 서비스로 분류되는 서비스가 있었다. 가상공간에서 규칙과 승부가 있는 게임을 즐기는 롤플레잉 게임(RPG)이나 가상공간에서 네트워킹을 하는 싸이월드 등이 있었다. 싸이월드가 제공하는 가상세계가 현실과 일정한 거리를 둔 독립적인 세계인 반면 세컨드라이프의 가상세계는 현실과 연결된 세계이다. 자신을 표현하는 주체로서 아바타가 가상세계의 중심이고, 린든 달러의 가상경제는 US달러의 현실경제와 교환된다.


세컨드라이프는 2006년 말부터 급성장했다. 로즈데일이 제시한 가상세계는 그 아름다운 상상력 때문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컨드라이프내의 영토, 아바타, 린든달러에 대해 사람들은 호기심에 들떠 격렬히 토론했다. 10불을 투자해 2년 반 만에 백만장자가 된 앤쉬청(AnsheChung)의 상업적 성공스토리로 그 열기가 더 뜨거워졌다.


그러나 현실은 혹독했다. 2007년 2월 주민수가 2천만명이었던 싸이월드와 비교하면 2007년 5월 세컨드라이프 주민수는 440만명에 불과했다. 일주일 동안 세컨드 라이프에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은 평균적으로 16.6달러 밖에 안되었다. 5천 달러에서 10만 달러 이상의 개발비용을 지불하고 기업이 최대한 모을 수 있는 인원은 고작 50여명에서 100여명 사이였다.


상업적 과도한 기대는 세컨드라이프의 본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세컨드라이프는 이익을 목표로 하는 경제적 활동의 공간으로 설계되지 않았다. 상업적 이익은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윤활유 역할에 한정됐다. 세컨드 라이프의 비즈니스 모델은 파트너 관계인 프리미엄 회원과의 이익나누기였다. 현실세계의 시공간적 제약까지 그대로 복사한 세컨드 라이프의 아키텍처 때문이다. 세컨드 라이프는 한 장소에 동시적으로 대규모의 사람을 모을 수 없는 공간적 시간적 제약을 가지고 있었다.

허상을 걷어내면, 세컨드라이프의 본질은 사회적 네트워크 서비스였다. 세컨드라이프의 설레는 상상력과 매력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은 SNS서비스로 본질에 충실한, 사용하기 더 쉬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선택했다. 그렇게 세컨드라이프는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이십년이 지나 메타버스란 이름으로 가상세계가 다시 소환되어, 주식시장의 테마주가 되었다. 로즈데일이 다시 가상세계로 돌아왔고. 쥬커버그는 페이스북이 아니라 메타가 새로운 미래라고 사명까지 바뀠다.

주커버그의 메타가 그리는 가상세계는 세컨드라이프의 업그레이드 버전같다. 컴퓨팅 파워를 늘리고, 그래픽을 더 진짜처럼, 동시 번역서비스로 언어의 장벽을 낮추려 한다. 마치 세컨드라이프의 한계와 약점에 도전하듯. 이에 더하여 VR헤드셋 오큘러스로 애플에 의존하지 않는 신병기(플래폼)까지 넘보고 있다.

돈이 되는 메타버스가 가장 디스토피아적이라 생각했기에 세컨드라이프는 플랫폼으로 작동하지 않았고, 로즈데일은 필요한 투자를 할 수 없었다. 이제 쥬커버그는 천문학적 투자를 하면서 무한대의 메타버스를 만들고 있다. 그가 만드는 무한대의 메타버스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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