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독서력]급변하는 시대, 전 직원이 한 우물만 파면안돼

끝없는 R&D(연구개발)를 통해 핵심 역량을 키워 누구도 넘보지 못할 경쟁력을 일구자.” 회장님 말씀이나 경영전략 자료에 흔히 나오는 말이다. 과연 기업 전략 현실을 볼 때 맞는 말일까.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고 가솔린 엔진기술을 키워서 성능과 가격에서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만들면 세계시장을 석권할까. 구매자가 그 탁월한 성능을 알지 못하거나,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기면, 최고 엔진 기술도 ‘미래를 위한 작은 기반’에 그친다. 전기자동차가 대세가 되면 가솔린 차는 주유소 찾기도 힘들고 엔진 부품 구하기도 어려워진다. 구글·애플이 자동차 두뇌를 장악한 세상이 되면 현대자동차나 BMW는 세련된 디자인에 집중 투자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MP3나 카메라 제조사는 어떻게 됐을까. 고객이 가치를 쳐주는 고기능 MP3나 DSLR 카메라는 만들 수 있어야 버틸 수 있다. 아니면 스마트폰 모듈 공급업체로 남아 ‘을’의 설움을 겪어야 한다. 차라리 진동 감지 기술, 실시간 전송 같은 개념으로 모바일 생태계에 맞는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 더 필요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 기용은 기량도 중요하지만 선수 개성이나 중계권료 수입 같은 사업적 요소가 고려된다. 프로 스포츠는 흥행이기 때문이다. 명인이 혼을 담아 내놓은 음반은 세상이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팔리는 ‘이박사 메들리’에게 밀릴 수 있다.
심혈을 기울인 명품 기술과 제품도 세상이 인정해준다는 보장은 없다. 다양한 사용자와 사업자가 맞물린 생태계에서 사업 주도권은 돈을 지불하는 사용자와 접점(user interface)을 확보한 참가자에게 돌아간다. 사용자 체험(user experience)과 감성이 더해지면 사용자 접점은 더 강화된다. 이런 주도적 사업자가 ‘갑’이 되어 혼을 담아 명품 기술과 제품을 만든 ‘을’을 서럽게 한다.
물론, 기술 역량 폭이 넓고 기초연구가 탄탄하면 변화하는 사업 생태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기초가 있어야 다른 기업과 협력도 할 수 있다.
기업에게 기초 기술 역량과 이를 위한 투자는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그 역량은 결국은 사업 주도권 확보에 도움이 될 때 의미가 있다. 어떠한 형태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 역량을 갖추면 될까. 세상 모든 변화를 내다보고 대응할 수도 없고 막대한 돈과 인력이 필요하다.
천하제일 무기를 모아서 난공불락의 성을 만들면 압도적 우위를 누리며 살 수 있을까. 그런 성을 만드느라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면 다른 전선에 약점이 생긴다.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프랑스가 독일과 국경지대에 쌓은 ‘마지노선(Maginot Line)’이 그런 사례다.
당시 200억프랑이란 천문학적인 재원을 투입해서 300㎞에 달하는 최첨단 요새를 구축했지만, 기갑부대를 앞세운 독일군은 마지노선을 우회해서 전격적으로 프랑스 항복을 받아냈다. 탱크와 비행기를 만들 돈으로 지은 요새가 무력한 콘크리트 더미가 돼버린 셈이다. 그나마 요즘처럼 건물은 두고 사람만 없애는 중성자탄이나 콘크리트를 뚫고 들어가는 벙커버스터가 나오면 마지노선은 더 무기력했을 것이다.
(중앙대 박찬희교수의 칼럼중에서)

교재

급변하는 시대, 전 직원이 한 우물만 팠더니 위클리비즈 2018년 11월 2일자 박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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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업계는 급변하는 시대, 새로운 기회를 어떻게 찾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