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11월 11일. 중국 신유통의 원조로 불리는 허마센성(盒馬鮮生)의 상하이(上海) 자딩(嘉定)구 난샹(南翔)매장 옆에 ‘ROBOT.HE’라는 영문과 함께 로봇 식당이라고 내걸린 간판이 눈길을 끈다.
로봇 하면 떠오르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보이지 않는다. 줄 지어 배열된 탁자 옆에 넓은 컨베이어 벨트 같은 게 눈에 들어왔다. 그 위를 음식물을 실은 박스 모양의 운반형 로봇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알리바바 자회사 허마센성이 지난 2월 문을 연 로봇 식당이다. 400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솽스이(雙11·광군제) 전야제 행사를 취재하러 온 외신기자들을 이곳으로 안내했다.
하루 전날인 10일에는 알리바바의 라이벌인 징둥(京東)이 톈진(天津)에 로봇이 서빙하는 ‘징둥X 미래식당’을 정식 개장했다고 발표했다. 10월 29일 문을 열고 시험 운영한 이 식당이 정식 개업에 들어간 것이다.
100명이 동시에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이 식당은 허마 로봇 식당과 달리 요리까지 로봇이 한다. ‘로봇 주방장’은 물과 기름을 부어 지지고 볶으면서 쓰촨(四川) 등 8대 중국 요리의 음식 40여 종을 만들어낸다. 양대 전자상거래업체가 식탁을 두고 경쟁을 하는 이유는 뭘까.
알리바바와 징둥의 로봇 식당 혈투는 ‘중원(中原)의 미래 식당 표준 전쟁’이다. “천하에 어려운 사업을 없게 하겠다”를 회사의 사명으로 내세운 알리바바는 모든 상거래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인프라 사업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식당은 그중 한 영역일 뿐이다. 징둥도 “스마트식당 설루션으로 요식업계가 비용을 낮추고 고객의 체험 수준을 고도화하도록 도움을 줘 더 높은 가치를 창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다. 두 회사는 모두 온라인쇼핑으로 돈을 벌어 2014년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대표 인터넷기업이다.
쇼핑을 넘어 모든 상거래에 적용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혁신 기술을 개방하는 식으로 상업 인프라 시장에서 경쟁하는 관계로 진화하고 있다. 두 회사의 로봇 식당 혈투는 그 단면을 보여준다.
최대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식당에서 서빙 로봇은 자율주행 시스템과 고해상 지도 기술을 활용해 장애물까지 피하며 최적의 경로로 고객의 식탁을 찾아간다. 서빙 로봇은 한 번 충전하면 온종일 일할 수 있다. 징둥이 실용 단계에 진입시킨 무인 수퍼마켓과 자율 택배 로봇 등의 기술이 응용됐다.
징둥의 로봇 식당이 개장한 다음 날인 11월 11일 바로 옆에 징둥의 무인수퍼가 문을 열었다. 징둥은 중국에 이미 20여 개의 무인수퍼를 열고 있다. 징둥은 또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에 100% 로봇이 배송을 하는 물류센터를 시험 운영 중이다. 징둥의 신기술사업을 책임지는 X사업부의 샤오쥔(肖軍) 총재는 2020년까지 중국에 1000여 개 로봇 식당을 열겠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로봇 식당은 중국 스타트업에도 도전의 영역이다. 11월 7일 베이징에 문을 연 카거 스마트키친은 냉장고처럼 생긴 로봇에 보조 주방장이 식재료를 넣고, 주문 요리명 버튼을 누르면 몇 분 만에 요리를 만들어낸다.
장아이민(張愛民) 카거스마트키친 회장은 “중국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기는 나라”라며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타고 스마트 주방장 로봇으로 해외에서도 중국 요리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재
로봇이 주문받아 요리하고 서빙까지 중 인터넷 기업 미래 식당 혈투 위클리비즈 2018년 11월 18일 오광진 베이징특파원
생각거리/토론 거리
식당의 본질은 맛이기 때문에 맛이 일정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면 로봇 식당은 반짝 인기 끄는 유행에 머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당신은 로봇 식당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한국에서 로봇식당이 등장하면 당신은 선택은?
로봇식당이 보편화되면, 일자리 변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