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가치를 더한다. 이태원 앤틱가구거리

정용창 조선비즈 인턴기자 mycitystory.korea@gmail.com

‘앤틱(antique)’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것은 주로 유럽 풍의 화려한 가구들이다. 하지만 소품들도 세월 속에서 가치를 얻는다.

최창환 사장의 축음기도 그렇다. 앤티크 기기 전문점인 ‘걸리버 여행기’의 최 사장은 “일반 가구가 100년 정도 지나야 앤틱이라 불리지만 기계류는 40년 정도만 지나도 앤틱이라 불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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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앞 가판에 전시된 축음기

축음기를 작동시키는 태엽과 몸통의 나뭇결이 세월의 느낌을 한 층 더했다. 최 사장은 “좀 이르지만 캐롤을 듣자”며 태엽을 감았다. 그는 “축음기로 음악을 재생할 때 들을 수 있는 거친 소리에는 세월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건에는 이야기가 깃든다. 축음기의 몸통에 붙은 상표는 ‘음악을 듣는 개’ 니퍼의 이야기를 전해 준다.

1884년 영국 브리스톨에 살던 마크 배로는 떠돌이 개를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다. 마크가 죽은 후, 동생인 프랜시스가 니퍼를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다. 화가였던 프랜시스는 작업을 할 때마다 축음기를 틀어놓았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니퍼가 축음기 앞에서 음악을 듣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프랜시스는 이 모습을 그림으로 옮겼고, 이 그림은 ‘주인님의 목소리’라는 문구와 함께 축음기 상표로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비록 지금은 사용되지 않지만 아직도 모든 이들이 바로 알아 보는 “20세기의 유명한 상표” 상위 10위 안에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상표 뿐 아니라 물건에 나 있는 수많은 흠집들도 나름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비록 모든 이야기를 알 수는 없지만 새롭게 앤틱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그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쌓아나간다. 물건 위에 새겨진 세월을 보면서 숨겨진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도 ‘앤틱’을 즐기는 방법이다.

앤틱 가구와 소품은 오래된 세월 탓에 주인의 애정을 필요로 한다. 최 사장은 40년이 넘었다는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며 “부품은 이베이에서 찾을 수 있다. 관심을 갖고 돌보면 오래된 기계들도 충분히 사람의 관심에 보답한다”며 앤틱 제품에 담긴 애정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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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바라기’ 안에 전시된 전통 장

크고 화려한 유럽과 미국의 제품들을 한동안 둘러보다 눈이 피로해질 때 쯤, 작은 가게 안의 정감있는 골동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1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예바라기’는 이태원에서 찾기 힘든 한국 전통 물품을 다루는 가게다. 현대 작가들의 도기 제품들과 함께 커다란 장독과 전통 자개장 등이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가게를 운영하는 전혜선씨에게 전통가구의 매력에 대해 묻자 “친숙함이다. 전통가구들은 우리들이 사는 집, 사용하는 사람들에 맞춰 만들어졌다. 감상용 골동품이 아니라 실제 사용하더라도 불편함을 느낄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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