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1책]지리의 힘2, 이란 편

팀 마샬의 ‘지리의 힘’시리즈는 한국에서 인기 높은 책입니다. 특히 지리의 힘은 TV 독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언급되면서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리의 힘은 지정학적 관점에서 쓰여진 책이지만 쉽고 재미있습니다. 팀 마샬이 저널리스트 특유의 현장 감각과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복잡한 지정학적 이슈를 쉽게 풀이하는 솜씨를 발휘한 덕분입니다.

마샬은 특정 나라의 지정학적 조건을 볼 때 우선 산맥, 바다, 사막 등 공격과 방어 관점에서 어떤 지형을 갖고 있는지를 살핍니다. 이어 그 나라의 이웃에 어떤 나라가 있고, 종족과 종교적으로 어떻게 얽혔는가를 살핍니다. 이어 그 지역에 어떤 천연자원이 매장되어 있는지를 살핍니다.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2차 대전 이후 국제 정세에서 늘 핫 이슈입니다. 최근 양국 전쟁에서 미국의 개입으로 휴전이 되었지만 양국의 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지리의 힘2’에서 이란편을 골라서 읽으며 이란의 지정학적 특징을 살펴봤습니다.

1.난 에 바르바리를 닮은 이란 지형

이란 사람들은 갖가지 훌륭한 빵들을 만들어 왔다. 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밀가루로 만든 바삭바삭한 난 에 바르바리(Nan-e barbari)다.바닷소금으로 간을 하고 참깨와 양귀비씨를 뿌려서 주로 아침에 먹는 빵이다.

이란 사람들은 자신들이 자주 만들어 먹는 이 빵의 외관이 자신들 나라의 모양과 닮았다는 얘길 자주 듣는다.

1.1 산맥과 소금사막

이란은 두 가지 지리적 특징에 의해 정의된다. 하나는 국경지대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딱딱한 빵의 가장자리 같은 형태의 산맥이고, 다른 하나는 평행하듯 달리는 저지대 언덕을 따라 이어지는 내륙의 평평한 소금사막이다. 산악지대가 카비르 사막과 루트 사막이라는 내륙의 황무지를 에워싸고 있는 형국이다.

1.2 난공불락의 지형

당신이 제아무리 전쟁을 좋아하더라도 이란을 침공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의 강력한 국가가 통제하는 대규모의 전문적인 군대라도 어림없다.

2.“사막은 가능하지만 산은 가능하지 않다.”
나라가 뉴스의 중심에서 벗어난 적이 별로 없다. 이스라엘과는 팽팽한 긴장 관계에 놓여 있고, 걸핏하면 미국과 기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보이는 잠재적 핵 보유국.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이든 다른 어느 나라든 선뜻 파병을 결행하고 싶어 하지 않는 나라.

합동참모본부 의장이었던 미 국무부 장관 콜린 파월은 “사막은 가능하지만 산은 가능하지 않다.”라는 오래된 격언을 들춰냈다. 이란의 역사는 이 나라 산악지대에서 죽어간 숱한 외국인 병사들의 죽음으로 점철돼 있다.

3.바르바리빵 테두리, 자그로스 산맥

이란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35년부터인데 인구의 40퍼센트가량을 차지하는 비非페르시아계 소수 민족을 고려해서였다. 이란의 국경은 수세기에 걸쳐 바뀌어 왔지만 기본적인 지리적 형태는 여전히 난 에 바르바리 빵 모양으로 남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따라 해안에서 시작되는 장장 1천5백 킬로미터 길이의 자그로스 산맥에서 시계방향으로 출발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이 산맥은 페르시아만을 가로질러 맞은편의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마주보고 있는 이란의 일부 지역을 따라 북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

4.북쪽의 샤트알아랍강

북쪽으로 가서 샤트알아랍강을 따라 계속해서 올라가다 보면 이라크와 터키 국경과 마주치게 된다. 이어 북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르메니아와의 경계가 나온다.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이 만나는 이라크와 접경지대에 있는 샤트알아랍강은 이 나라 역대 지도자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관문역할을 했다.

5.엘부르즈 산맥

자그로스 산맥이 끝나나 싶을 때쯤 엘부르즈 산맥이 떡하니 나타난다. 엘부르즈 산맥에서 다시 시계방향으로 나아가면 산맥은 아르메니아와의 국경을 따라 잠시 내달리다가 남쪽으로 확 급선회하여 카스피해를 굽어본다.

그 해안선의 길이는 650킬로미터인데, 115킬로미터 이내 또는 대개 그보다 적은 거리에 3천 미터 높이에 달하는 산들이 포진해 있다.

6.센트럴 마크란 산악지대

더 낮아진 산봉우리들은 아라비아해 쪽으로 기울어지는가 싶더니 호르무즈 해협으로 향하는 센트럴 마크란 산악지대와 만난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누군가가 이란을 침공해서 정복하고 싶다면 산을 넘고 사막을 건너 습지대에 가서 싸우든가, 아니면 수륙양용 작전을 펼친 뒤에 다시 똑같이 산을 넘고 사막을 건너 습지대에 가서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7.엄청난 장애물

한마디로 이 나라의 지형은 미래의 침략자와 정복자에게는 엄청난 장애물이라는 얘기다. 산맥이라는 장벽을 뚫기 위해 치러야 할 부담을 깨달은 침략자는 차라리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7.1알렉산드로스, 몽골의 침략

기나긴 역사에서 이 지리적 조건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진격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었다. 그러나 기원전 323년 그가 사망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페르시아는 다시 지배권을 가져왔다. 서기 1200년대와 1300년대에는 몽골족이, 이어 티무르가 중앙아시아 스텝 지대를 건너와서 이 땅을 파괴하고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학살했지만 페르시아 문화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길 만큼 이곳에 오래 머무르지는 못했다.

8.이란의 힘을 제약하는 조건

페르시아 제국은 산악지대에서 내려와 주변으로 세력을 넓히기도 했으나 역사의 대부분 산악지대에 머물러 있었다. 페르시아가 서쪽의 평원을 지배했던 적도 있긴 하다.

그러나 주로 그리스, 로마, 비잔티움, 영국, 오스만,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미국 등 다른 강대국들이 그곳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그들 중 일부는 이란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개입하기 위해 그 지역을 이용하곤 했다.

이란 정부가 외세의 개입에 그토록 경계심을 놓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9.쿠르드족과 아제리족 비중

쿠르드족은 이란 인구의 10퍼센트인 850만 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16퍼센트 정도 차지하는 아제리족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소수 민족이다.

쿠르드족은 이라크와 터키의 쿠르드족 정착촌과 인접해 있는 자그로스 산맥 지역에 주로 거주하는데 그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쿠르드 독립국가를 건설하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10.항공망 발달

이란에는 큰 강이 3개 있는데 물자를 실은 선박이 운항할 수 있는 강은 카룬강 하나뿐이다. 이런 까닭에 국내와 해외 무역에서 항공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이란에는 테헤란, 반다르아바스, 시라즈, 아바단, 이스파한에 국제 공항이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을 합친 것보다 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에서 항공이 도시들을 가장 빠르게 연결하는 유일한 수단인 것이다.

11.호르무즈 해협

중동의 주요 유전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와 맞닿은 지역에 있고, 좀 더 작은 유전들은 내륙의 콤 근처에 있으며, 가스전은 주로 엘부르즈 산맥과 페르시아만 쪽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오만만으로 들어가는 것이 주요 수출로 중 하나가 된다.

11.1 호르무즈는 이란이 개방된 해양 항로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데 가장 좁은 곳은 너비가 34킬로미터에 불과하다.

어느 방향에서든 선적 항로의 폭은 3킬로미터를 겨우 넘는 정도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그 사이에 3킬로미터의 완충지대를 두고 있다. 이란에게 이곳은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다.

12.”누구나 이용하거나, 아무도 이용못하거나”

이란은 해양의 패권을 쥐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의 좁은 폭은 이란이 다른 모든 국가에게 그곳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5분의 1이 이곳을 통과한다고 할 때 이 해협의 봉쇄는 전 세계를 고통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12.1

물론 이란 자신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이란이 내놓을 수 있는 패이고, 이 나라 정권은 그것을 비장의 카드로 써볼 만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2018년에 이란은 원유 수출에 지장이 생기자 압박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자 이란 정부는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거나, 아니면 아예 아무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을 적들이 깨닫도록 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