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어령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서울 올림픽으로 그를 알게 되었다. 한 소년이 굴렁쇠를 굴리며 사선으로 경기장을 지나는 장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 때 그 소년은 미래를 향해 달렸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뒤, 어느 늦은 오후 서촌의 책방에서 우연히 다시 그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의 책 ‘젊음의 탄생’을 책방에서 보았다. 젊음의 시절은 이미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제목에 끌려 집어들었다.
그리고 목차를 훑어 보았다. 뜨고 날고, 묻고 느끼고, 헤매고 찾고, 섞고 버무리고, 앎에서 삶으로, 나의 별은 너의 별…
고리타분하지 않았다. 그의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인생은 빈칸 메우기의 퍼즐이고, 배움은 새로운 젊음을 낳는다 했다. 그리고 젊은이여, 세렌디피티를 잡아라고 외친 듯했다.
불현듯 나는 서촌이란 우연을 잡아버렸다. 인생의 빈칸을 영화로 채우기로 했다. 서촌 역사책방 건너편에 ‘글로리아 필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자주 책방을 들락거리며 배우며 새롭게 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