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서촌이 ‘서울 600년’이라는 정체성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고려 시대 한옥부터 조선, 일제를 지나 현대까지 주택 역사의 맥이 이 곳, 서촌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황 소장은 1990년대부터 서촌의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고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13일 낮 서촌에서 만난 그는 서촌이 무분별한 개발이 아닌 주민들이 역사 보존과 경제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에코뮤지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촌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가지는 역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황평우) 나는 서촌이 북촌보다 서울의 600년 고도(古都·옛 마을)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북촌은 자본이 많이 들어가 한옥들이 굉장히 정형화돼있다면 서촌은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삶과 어우러져 부정형성, 즉 곡선이 많이 살아있는 곳이다. 골목골목 조선 초기부터 일제까지 형태가 다른 한옥들의 모습이 남아있기도 하다. 주택의 역사의 흐름에서 한 맥을 차지하고 있는 서촌이야말로 서울 600년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남기고 있다. 기록이 많진 않지만 서촌에는 남경유적 터 같은 고려의 역사, 선사시대 유적지까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