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저널리스트. 세계에 부는 성찰적 기운과 대안 활동에 관한 글을 써왔다.
우리 문명의 좌표를 조망하기 위해 4여 년에 걸쳐 놈 촘스키, 재레드 다이아몬드, 장 지글러, 스티븐 핑커, 지그문트 바우만 등 세계 지성을 만나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문명, 그 길을 묻다》 《사피엔스의 마음》 3부작 기획 대담집을 완성했다. 현대미술가와의 대담을 담은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
리베카 솔닛, 마사 누스바움, 반다나 시바 등과 사회 구조와 삶의 전환에 대해 나눈 대담을 엮은 《어크로스 페미니즘》,
코로나19 시기의 모색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대담집 《오늘부터의 세계》, 이해인 수녀의 삶과 통찰을 담은 대담집 《이해인의 말》, 인류 문명 생존을 위한 10년 전략을 제시하는 기획 대담집 《내일의 세계》를 펴냈다.
샬럿 조코 백의 《가만히 앉다》, 틱낫한의 《우리가 머무는 세상》, 사쿙 미팜의 《내가 누구인가라는 가장 깊고 오랜, 질문에 관하여》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에세이 《나의 질문》을 펴냈다. 접기
저서소개_나의 질문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의 첫 번째 에세이집
그는 어떻게 이토록 아름답고 심오한 물음표를 길어 올렸나!
뜨거운 지성의 말을 담는 그릇으로써
안희경이 잉태한 너르고 깊고 간절한 글
안희경이 안희경을 만나다
안희경은 그 이름만으로도 세계 석학의 이름을 떠올리게 한다.
지그문트 바우만부터 제러미 리프킨까지, 리베카 솔닛에서 반다나 시바까지. 지금까지 수십 명의 국내외 석학들과 나눈 대화를 엮은 일곱 권의 인터뷰집을 내놓은 안희경은 이 책에서 그의 질문이 어떻게 잉태되고 무르익어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 말하며 자신과 만난 시간을 진솔하게 드러낸다.
결혼과 함께 맞닥트리게 된 이민자로서 생활, 자신을 설명할 언어가 없어 주눅들었던 시간, 마이너리티로서 정체성을 자각하며 오히려 세심하게 여러 사정에 놓인 이들을 살피게 된 과정,
수면을 덜어내고 종사해 돈으로 거슬러 받은 일과 온종일 부엌과 아이를 맴도는 일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간의 갈등을 연필을 눌러 밤에 쓰는 편지처럼, 작은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 파내는 도장처럼 꾹꾹 새겨 넣었다.
“내가 ‘교포’라는 부류에 속하게 됨을 알았을 때 나는 또 한 번 이주를 경험했다.
결혼하면서 새 동네, 새집에 살게 된 것뿐이었는데, 등 뒤에서 먼저 와 살던 이민자들이 “신부를 한국에서 데려왔데”라고 수군거렸다. 나는 수동태로 존재하는 사람이었다.”-본문에서
보고 묻고 살피며 길어 올린 물음표, 그 잉태의 기록
안희경은 자신의 인터뷰를 “인터뷰이와 단둘이 앉아 눈맞춤을 이어가는 몰입의 시간”이라고 정의한다.
대단한 사람을 만난다고 쓸모있는 인터뷰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자명한 진실을 알기에 그는 인터뷰의 몰입을 방해하는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한 번의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보냈던 수십 통의 연애편지 같은 섭외 메일과 이메일 한 통에 질문 내용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열정,
그럼에도 거절은 기본값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과정까지, 그의 질문이 어떻게 무르익고 거목 같은 거장들과 만남에서 어떤 존재로 마주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이틀에 하루꼴로 잠을 청하던 불면의 시간을 지나 비용을 맞추기 위해 비행기에서 불편한 몸으로 지샜던 무수한 밤을 거쳐 인터뷰는 삶과 삶의 만남이라는 통찰로 이어진다.
오직 우체국 사서함으로 보내지는 47센트짜리 보통우편으로만 소통할 수 있었던 웬델 베리, 섭외 성공의 환희를 경험하게 한 놈 촘스키,
상을 받은 듯 행복감을 맛보게 했던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 인터뷰, 격정을 통과한 사랑의 언어를 말하던 지그문트 바우만의 뒷모습 등 안희경이 만난 거장들을 안희경의 시선으로 만날 수 있다.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던 그 생각 이후, 나는 있는 그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그 순간의 진실에 다가가겠다는 마음으로 인터뷰이를 만났다.
준비가 부족하다고 시험을 앞둔 아이처럼 조바심치기보다는 ‘나의 삶이 다른 이의 삶과 만나는 이 시간’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있었다는 점을 기억하자고 다짐했다.”(본문에서)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는 통찰
누런 봉투를 들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이야기로 시작한 이 책은 15년 후 어머니가 만들어준 발토시를 갖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누런 봉투와 함께했던 미국행에서 저자는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기까지 세 명의 직원을 돌려보내며 초조한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야 했던 사리 두른 할머니에게 자신을 투사하고,
“날마다 파란 하늘이 기다리는 캘리포니아 ‘나의 집’”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면의 평화를 잃지 않고 살기를 소망한다.
어머니의 발토시와 함께한 15년 후의 미국행 밤 비행기에서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불편한 몸을 다독이며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을 확인하며 “애써” “잘” 견디며 살아온 지난날과 화해한다.
재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서구에 부는 성찰적 기운과 대안 활동을 소개하는 글을 써왔던 저자의 관심은 관계를 보살피는 경영, 지구의 환경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정의로운 전환으로 이어진다.
영국 다팅턴에 있는 슈마허대학의 교육 철학과 실천을 소개하고 들판의 클로버처럼 번지고 있는 졸업생들의 활약에서 희망을 본다.
성장을 포기하고 관계를 선택한 브라질의 기업 메르쿠르를 소개하며 전환을 모색하는 기업과 집단이 공존하는 장을 넓히고자 하는 간절함을 드러낸다.
“메르쿠르는 2009년 이후 단 한 명의 노동자도 해고하지 않았다.
매출이 급감했던 2014년에는 해고를 피하려고 전 직원회의를 열어 노동시간 단축을 결의했다. 주 44시간이던 노동시간을 36시간으로 줄이고 임금은 이전과 같은 액수를 지급했다.
한편 근속에 따른 인상분과 그해 임금 인상을 동결해 지출 예상 액수를 줄였기에 가능했다. 흑자로 돌아선 2016년부터는 임금을 8퍼센트씩 인상했지만 노동시간은 주당 36시간으로 유지하고 있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적용하기 때문에 남녀 임금 차이도 없다. 브레노 스트러스만은 심리학자들과 진행한 연구를 통해 직원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이 회사 경영에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계를 보살피는 경영이다.”(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