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재 조선비즈 인턴기자 mycitystory.korea@gmail.com

윤동주 시인은 연희전문학교 문과 재학시절 종로구 누상동에 있는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하며 종종 인왕산에 올라 시정을 다듬곤 했다. 그 당시 주옥같은 작품 ‘별헤는 밤’, ‘자화상’, ‘쉽게 씨워진 시(詩)’ 등이 탄생했다. 이런 인연으로 종로구는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 지난 7월 25일 윤동주 문학관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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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윤동주문학관의 야외전경.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 만들었다

윤동주 문학관은 건물에서 부터 시인의 느낌이 난다. 청운동 윤동주 문학관 소개 책자에서는 이 곳을 ‘물살에 압력을 가하는 가압장처럼 영혼의 물길을 정비해주는 영혼의 가압장’ 이라고 표현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중략)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별헤는 밤> 中

윤동주 문학관 자체를 시적으로 표현한 건축가 이소진 아뜰리에 리옹 서울 대표는 “윤동주 문학관’을 계획하면서 가장 신경쓴 부분은 기존건물(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이 갖고 있던 특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용도를 바꾸는 것이었다”며 “가압장 건물과 자연경관의 소박한 분위기 간의 조화를 가장 많이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윤동주 시인 역시 소박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 설계하는 내내 시인의 겸손하고 소박한 느낌을 잊지 않게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가압장의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 이유는 지역주민들이 지난 45년간 가압장에 가지고 있던 기억을 존중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가압장의 소박한 이미지, 높은 층, 연계된 물탱크들의 비례, 물자국, 울림, 빛은 억지로 만들 수 없는 건축학적인 가치가 충분히 있다”며 “두 개의 물탱크는 시인의 시 세계와 안타까운 시인의 마지막 순간을 충분히 상징적으로 표현한다”고 말했다.

윤동주 문학관의 진면목은 ‘열린 우물'(제2전시실)을 통해 ‘닫힌 우물'(제3전시실)로 넘어갈 때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윤동주 시인의 사진자료와 친필원고를 전시한 ‘시인채’에서 쇠문을 열고 들어가면 압도적인 깊이감의 외딴 공간 ‘열린우물’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하늘이 뻥 뚫린 5미터 깊이의 우물에 덩그러니 던져진다. 이곳은 용도 폐기된 가압장의 물탱크를 개조한 곳이다. 변색된 벽면이 물의 흔적을 느끼게 해준다. 야외인지 실내인지 규정할 수 없는 모호한 공간이다.

이 곳을 지나 도착한 곳은 ‘닫힌 우물’. 닫힌 우물에서 관람객은 시인의 일생과 시를 짧은 영상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사다리가 있었을 벽면 위로 작게 뚫린 구멍을 통해 빛이 새어 나온다. 빛은 영상이 시작되면서 암전된다. 거친 벽면 위로 보여지는 영상은 관람객을 윤동주의 시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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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문을 열고 나가면 탱크를 개조한 5미터 깊이의 전시관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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