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영 교수(서울대 국사학과)의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를 소개합니다.

권교수는 발굴 예산권을 지닌 정부 기관과 고대사에 관심이 많은 지식 대중에 할 말이 참 많은 듯합니다.

고대사 관심층에게는 사료나 프레임에서 벗어나 유물, 유구, 유적 발굴 조사를 통해 획득한 팩트를 통해 보자고 말합니다.

특히 새로운 과학기술과 공학 등 인접 학문과의 협업 연구를 통해 밝힌 팩트가 역사적 실체를 제대로 보여주는 실제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권교수의 이런 접근법은 한국인의 시야를 확 넓혀줍니다.

우선 발굴조사를 통해 획득한 팩트는 한반도와 중앙아시아, 중동,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을 구체적으로 연결해줍니다. 그동안 한국 고대사는 중국의 한나라와의 관계에만 매달렸던 것입니다.

나아가 새로운 고대사 연구를 통해 단일 민족 프레임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다문화 사회를 새로 정의할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합니다.

한국이 해외 발굴 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고대 한국의 다양성과 다문화를 복원함으로써, 현대 한국의 새로운 구성원이 통합될 수 있는 역사적 뿌리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교류의 길, 글로벌 삼국 시대를 열다 편 10줄 요약

1.우리는 한국사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의 대외관계를 이야기할 때 유라시아 동부라는 안경을 쓰고 역사를 보면 다른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이라는 초강대국에 맞서 고조선, 흉노,오손, 월지, 사카란 세력이 있었다. 미얀마 쪽에는 퓨 종족이,  중국 운남성 지역에는 디안이, 베트남쪽에선 남월, 복건성의 민월 등이 마치 사나운 호랑이 한 마리를 둘러싼 진돗개 무리처럼 한을 둘러싸고 있었다.

2.페르시아 문명을 답사하면서 한국의 고대 사회가 페르시아를 비롯한 서아시아 여러 세력과 친구 관계를 맺었던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 ‘스탄’으로 끝나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을 맹렬히 찾아다니며 연구 범위를 확장했다.

3.삼국시대에 이웃을 맺은 나라들이 동남아시아에도 있음을 깨닫고,범위를 더 확장해 베트남과 캄보디아, 미얀마, 말레이시아 등을 돌아다녔다. 너무 오래 연구의 공간적 범위를 한정했던 실수를 고백하며 역사학자로서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4.드 넓은 영토를 다스리던 고구려가 빗장을 걸어 잠근 채 단일민족으로 남아 있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어떤 거대제국이 단일민족만으로 구성될 수 있을까? 몽골과 스키타이, 무굴 등 우리가 제국이라고 부르는 모든 국가는 사실 다문화 사회였다.

5.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은 ‘황금인간전’이란 이름으로 기원전 6세기에 살았던 사카족 왕자의 무덤(쿠르간에서 출토된 부장품)을 전시했다. 이 무덤의 구조와 부장품은 5세기 무렵의 신라 왕릉인 황남대총에서 발견된 것들과 매우 유사하다.

두 유적 사이에 천 년이라는 시차가 있지만 유사성을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사카와 오손의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6.수나라와 당나라는 물론 신라와 일본까지 진출해 장사를 벌였던 이들이 바로 소그드족이다. 지금의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대개 소그드와 투르크, 몽골의 혼혈이다.

사마르칸트 소그드 도시 국가의 궁전 벽화에 동양인 두 명이 등장한다. 사마르칸트에서 고구려의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당시 연개소문이 권력을 잡고 있던 시기이어서, 당나라의 침략 위협을 타개하기 위해 소그드족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자 외교 사절을 파견한 것으로 해석된다.

7.1998년 인도네시아 벨리퉁 섬에서 아라비아의 배 한 척이 발견됐다. 830년 무렵 당나라에서 도자기 등 6만여점을 싣고 물건을 가다가 이 지점에서 침몰됐다.

이 시기는 장보고가 동북아시아의 해상왕으로 활동했다. 그가 취급하던 상품 중에는 중국 이외에 동남아시아 인도, 아라비아의 것이 포함되었을 것이다. 장보고에 대해 연구하려면 동북아시아를 벗어나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서 문화가 만나는 지역까지도 시야에 담아야 한다.

8.광동-광서지방과 베트남 북부를 다스렸던 남월은 중국 동남부와 베트남 북부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광서성 합포에 널려 있는 한나라 무덤에는 이란과 이라크를 무대로 발전하던 파르티아 도자기, 동남아시아산 유리그릇, 유리 구슬이 많이 발견된다. 따라서 이 물건들이 한반도까지 전해지지 않았다고 볼 이유는 없다.

9.후손들에게 넓은 세계를 바라보는 통찰력과 시각을 전해줘야 한다. 앞으로 ‘코리안’이란 정체성은 태어난 장소와 얼굴 형태, 핏줄을 통해 정해지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코리안의 인종적 스펙트럼은 훨씬 넓어질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이기에 총을 어깨에 짊어지고 야간 보초를 서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젊은이들의 얼굴도 지금보다 다양해질 것이다.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겨야 한다.

10.대한민국도 민족사를 넘어 세계사 연구에 공헌할 때가 되었다. 비록 한국사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더라도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유적이라면 조사와 보존에 뛰어들어야 한다. 민족사를 넘어서서 인류 공동의 역사 연구에 앞장서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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