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방탄DNA
김성철 지음| 독서광 |237쪽|1만5000원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힙합에 베이스를 두고 가장 트렌디한 팝음악 추세를 따르고 있지만, 그 정서와 메시지는 가장 개인적인 아이메시지(I-message)에서 출발해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후배 저널리스트 김성철 씨가 방탄소년단의 성공스토리를 분석한 책을 냈다. 그는 11월초 차 한잔하자고 하면서 사무실을 방문해 이 책의 원고를 꺼냈다. 솔직히 엔터테인먼트 쪽과 담을 쌓고 사는 입장에서 방탄소년단의 실체를 전혀 몰랐다. 아이돌 그룹인 빅뱅 정도를 알고 있어, 방탄소년단이 숱한 아이돌 그룹중에서 요즘 떠는 그룹이겠거니 여겼다.
더욱이 저자는 언론계를 떠나 소셜 미디어 분야 전문가로 활동했던 터라 음악 비즈니스쪽과 무관할 터인데, 방탄소년단을 소재 삼아 책을 낸 이유를 짐작키 어려웠다. 방탄소년단의 영문약자가 한국어 발음에 뿌리를 둔 ‘BTS’라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해서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활동을 들으면서 귀가 좀 열리기 시작했다.
멤버들이 대구, 광주, 거창, 부산 등 이른바 ‘촌놈’들이고,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내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 방탄소년단은 미국 진출한다고 외국 태생을 멤버로 구성하고 영어로 노래를 만들지도 않았다. 그냥 한국말로 노래를 부르면서 글로벌 스타가 됐다는 것이다.
그 뒤 저자는 인쇄소에서 막 찍은 책을 건넸다. ‘어떤 부분이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느냐’고 물었다. 트랙 9 ‘방탄소년처럼 소통하라’ 중 ‘문제는 타이밍, 그것을 위해선’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대목이 자신이 한국 사회에 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 대목을 펜으로 종이에 분해매핑하며서 읽었다.
온라인 소통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침묵할 때 메시지를 내고, 메시지를 내야할 때 침묵하는 것이 최악의 소통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팬들과 언제, 어떤 형식으로 소통해야할지를 잘 안다. 한마디로 소통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잘 잡는다.
예를 들어 언론에 방탄소년단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참석하는 가는 길에 미국의 톱 클래스 토크쇼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보도되자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팬들은 기대를 가지면서도 쇼 출연을 걱정했다. 대부분이 영어와 거리가 먼 촌놈들인데다, 멤버중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RM도 독학으로 영어를 익힌 토종이이어서 전 세계 사람들이 지켜보는 인터뷰에서 혹시 실수라도 할까 걱정한 것이다.
이 시점에 RM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미국행을 앞둔 심경을 토로하는 생방송을 했다. 그는 유럽 여행이야기, 독서이야기 등 일상 소식을 전하면서 말미에 미국행을 준비하는 심경을 슬쩍 드러냈다. 그는 영어 인터뷰에 대비하고 있고, 멤버들에게 그냥 한국TV쇼에 출연한 것 처럼 재미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 팬들은 이 영상에서 솔직함과 진성성을 느끼면서 걱정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실제 미국 활동 과정에서 RM과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그들만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RM이 리더로서 영어 질문을 한국으로 요약해 멤버들에게 던져 한국말로 표현하도록 하고, 영어를 해야할 때는 자신이 영어로 답변하는 방식으로 ‘영어’에 주녹들지 않는 모습를 표출한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들 방식으로 그들답게 인터뷰에 응했다.
▲트랙 9 ‘방탄소년처럼 소통하라’ 중 ‘문제는 타이밍, 그것을 위해선’을 읽으며 핵심 메시지를 손독서했다. 한 장을 발췌독서 하고 나서 흥미를 느끼고 첫 장부터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저자는 소통에서 최적의 타이밍을 찾아 실행하는 역할은 결국 리더의 몫이라고 본다. 리더가 그런 역할을 잘 하려면 늘 내부와 소통해야 한다. 또 자신의 역할과 다른 구성원의 역할을 적절하게 배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 기업 등 한국의 주요 조직의 내부 소통 프로세스는 방탄소년단과 전혀 다르다.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것조차 내부의 칸막이때문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또 내부 부서의 이해관계가 부딪히면서 외부에 노출할 메세지를 만드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몫이다. 상황을 빠르게 장악하고, 우선 순위를 정하고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결정해줘야 한다. 내부 소통이 ‘개떡’인 조직에선 외부 소통도 ‘개떡’일 수 밖에 없다는 저자의 생각은 실제 조직내 소통 경험에서 나왔을 것 같다.
사실 소통은 잘 안되는 것이 정상이고, 잘 되는 것이 오히려 예외적이다. 즉 소통이 충분하다거나 잘 된다고 착각하지 말고, 소통이 안되는 상황이 현실이라고 생각해야 소통 의지가 생긴다.
한 장을 발췌독서 하고 나서 흥미를 느끼고 첫 장부터 이 책을 다시 읽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은 수백가지일 수 있다. 그중에서 소셜 미디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DNA가 이전 아이돌과 다른 점이라는 저자의 분석에 공감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생활 자체가 콘텐츠다. 또 지구촌 어디에서든지 스마트폰으로 자신을 지구촌 사람들과 바로 연결시킬 줄 안다. 21세기 사람들은 그런 시대에 살고 있고, 방탄소년단은 새로운 시대에 딱 맞는 문법으로 독창적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저자 덕분에 유투브에서 방탄소년단과 팬들의 다양한 콘텐츠를 구경했다. 음악 앱으로 그들의 음악도 몇 곡 감상했다. 그들에게 음악은 콘텐츠의 일부이지 전부가 아닌 것 같다. 셀카, 소셜 미디어 생중계, 트윗 등 모든 디지털 활동 자체가 콘텐츠다. ‘미디어가 메시지’라고 말한 마셜 맥루한의 통찰력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