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일책_장인옥
장인옥씨의 일일일책(레드스톤)을 귀독서했다.(귀독서란 전자책의 오디오 듣기 기능 TTS를 이용해 책을 귀로 듣는 것을 뜻한다) 책을 다 듣고 나서, 종이 위에 책 내용을 회상한 것을 지도로 만들었다.
그녀는 스스로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회적으로 이름을 얻을 만한 직업을 갖고 있거나 업적을 쌓지 않았다. 어린 시절과 대학 시절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다. 사회 관습을 따라 결혼해 아이를 낳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던 주부였다.
그녀를 책으로 이끈 것은 그 평범함이 깨졌고, 다시 평범함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절망감이었다. 우연하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 책을 들었는데, 그게 독서 생활의 시작이었다.
첫 번째 단추가 잘 꿰어진 모양이다. 전혀 몰랐던 세계에 입문하고 나서 죽기 살기로 독서에 매달렸다. 엉망진창 삶속에서 유일한 탈출구였으리라.
자기 관리, 역경 극복 스토리, 자기계발, 위로 에세이 등 흔해 빠진 인기 서적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았던 모양이다. 이어 그녀는 책이 가르쳐준 것을 스스로 실천하기 시작했다. 화를 참고, 부정적인 언어를 버리고 긍정적인 언어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장인옥씨는 이 단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자기계발류 책에 만족하지 않고,그런 책들의 자양분인 고전의 세계에 입문했다. 1년 동안 독서 근육을 키운 다음, 3년에 1000권 읽기라는 목표를 세우고 무모한 도전에 나선 것이다.
그녀의 독서 루틴은 이렇게 구성돼 있다. 매일 읽는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읽는다. 주말에는 반드시 도서관에 가서 깊이 읽기를 한다. 메모지를 손 닿는 곳 마다 두고 책을 읽다가 마음이  닿는 구절을 손으로 메모한다. 어려운 책은 천천히 읽고, 두번 세번 반복해서 읽는다.
장인옥씨의 신문 인터뷰를 읽고, 흔하디 흔한 자기계발류 책이겠거니 했다. 유명인사가 쓴 책을 읽다가 벽에 집어 던진 적이 있다. 자기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신문 기사 인용만 늘어놓은 책 저술 방법론에 너무 실망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평범하다고 밝힌 저자가 매일 한권씩 읽었다고 하니, 독서 대상이 뻔할 것 같았다. 말랑 말랑한 문장이나 학문적 인용이 거의 없는 짜집기 책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미리 짐작했다.
막상 그녀의 책을 들으니, 생각이 달라졌다.(물론 책 내용을 더 정밀하게 봐야 진실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남의 문장과 생각을 베낀 것이 아니라 장씨 자신의 언어로 말하고 있었다. 중간 중간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한 것이 많기는 하지만 문장에서 장씨의 삶과 사색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중요한 테마나 독서 예찬론을 자주 반복하는 것은 옥의 티와 같았다.
장씨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특정 목표가 없는 독서 습관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최고 대학의 학위를 따기 위해, 자신만의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 잘 난 자신의 철학을 퍼뜨리기 위해 등 특정 목표가 독서의 동기였다면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매일 살기 위해 책을 읽고, 책을 읽으면서 매일 삶을 소중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녀는 몇년 뒤 무엇이 되겠다거나 무엇을 하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지 않다.
종교의 고갱이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라면 장인옥씨에게 독서는 종교 생활이다. 매일 눈을 뜨면 책부터 잡고 뇌를 켜서 책 속으로 들어가면서 성찰을 한다. 책 저자나 책 속에 인용된 모든 기록들이 사제이며 랍비들이다.
책 속의 사제들은 인류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고민했는지, 어떻게 삶의 고통과 맞서는지를 들려준다. 그들은 온갖 과학 기술 지식을 이용해 인간의 뿌리도 알려준다.
장씨 책을 덮으며 현실을 생각한다. 장씨가 아무리 독서에서 구원을 얻었다고 해도 여전히 그가 매일 접하는 현실은 뒤죽박죽이리라. 혼자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반복해서 맞닥뜨리면서 좌절하고 분노하리라.

Newsletter

1주1책 뉴스레터

* indicates required

댓글을 남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