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G 화장품으로 유명한 고운세상코스메틱 이주호대표를 최근에 만났습니다. 이대표와의 인연은 2024년 아시아여성포럼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양성평등을 실천하는 기업 사례를 취재한 아시아경제의 기사를 보고 깜짝 놀라 이대표께 뵙기를 청했습니다.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파격적인 제도와 자기계발에 대한 진정성있는 투자를 실행하고 있는 이대표가 창업자이자 오너인줄 알았는데, 실은 전문경영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전문경영인으로서 어떻게 가치를 지향하는 경영을 하면서 또 10년만에 매출 20배 가까이 성장시킨 비결이 궁금했습니다. 역시 기대대로 이대표는 독서광이면서 진지하게 인간과 사회가 지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지닌 경영자였습니다.
이대표는 지난해 그의 경영철학을 담은 ‘프로텍터십’이라는 책을 발간하였습니다. 회사가 개인의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구체적 사례를 통해 담은 책입니다.
오랜만에 이대표를 뵈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찰스 핸디라는 경영학자를 추천받았습니다. 아일랜드 태생으로 영국에서 활동한 찰스 핸디는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 헨리 민츠버그 등 더불어 21세기 최고 경영구루로 꼽힙니다.
부끄럽게도 찰스 핸디의 존재를 이주호대표로부터 듣기 전까지 몰랐습니다. 아직도 미지의 독서 세계가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면서 동시에 좁은 시야를 반성하기도 하였습니다.
찰스 핸디는 다국적 정유기업 셸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하고 포트폴리오 커리어(Portfolio Career), 샴록 조직(The Shamrock Organization) 등 자신만의 경영이론과 철학을 개척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포트폴리오 커리어 또는 포트폴리오 워커는 오늘날 긱(Geek)근로자의 원형에 해당됩니다. 이 개념은 직장에서 주는 임무에 매몰되어 일하지 않고, 스스로 영리와 비영리 일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하여 독립적이며 주체적으로 일하는 근로자를 뜻합니다.
AI시대 사람들이 필요한 일하는 방식을 핸디는 수십년전에 정확하게 예측하고 또 방법론까지 제시했습니다.
이번에 고른 책은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입니다. 원제는 ‘21 Letters on Life and Its Challenges(2019년)’입니다. 핸디가 손자들에게 쓴 21통의 편지를 담은 책입니다.
핸디의 사후에 출간된 ‘아흔에 바라본 삶 (The View from Ninety: Reflections on How to Live a Long, Contented Life, 2025년)은 2025년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베스트 비즈니스북의 하나였습니다.
이 책에서 ‘열한 번째 편지. 인간은 관리되어야 하는 인적 자원이 아니다_리더십이 필요한 이유’편을 골라 10문단으로 요약했습니다.
1.인간의 영혼을 가두는 감옥
조직은 살벌한 곳일 수 있어 인간의 영혼을 가두는 감옥이라 표현한 적도 있다. 조금 섬뜩하다고? 하지만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대학을 졸업한 후 셸에서 함께 일하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부모님에게 “이제 생계 문제는 해결됐습니다”라고 전보를 보냈다.셸은 꼬박꼬박 임금을 제공하고, 유익한 일을 할 기회를 보장하며, 은퇴 후에도 연금이 계속 지급되도록 조치하겠다고 장담했기 때문이다.
1.1 ‘악마와의 계약’
셸은 나를 서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에 배치하고자 했고 나는 한 계단 더 오르는 기회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내가 훗날 ‘악마와의 계약’에 얽매여 지냈다는 것을 결혼후 아내의 말을 듣고 처음으로 깨달았다. 경제적 안정과 확실한 일자리를 약속받은 대가로,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내 시간을 팔았던 것이다.
1.2 내 시간을 사용하는 허가증 나는 그들의 목적을 위해 내 시간을 사용하는 허가증을 내 손으로 내주었다. 그 목적은 부분적으로, 또 경우에 따라서는 전적으로 투자자들의 배를 불려주는 것이었다.
또 내가 생득권, 즉 ‘내가 원하는 것을 할 권리’를 양도한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2. 관리의 숨은 의미
일터를 사용자 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려고 전력을 다하는 조직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제아무리 편안하고 호화롭다 해도 감옥은 결국 감옥일 뿐이다.
조직이 적절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할 때 너희는 자신의 시간을 사용할 권리를 조직에게 넘길 것이다.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관리’다.
3. 너희 자신까지 관리
문제는 조직이 너희 시간을 관리하면 필연적으로 너희 자신까지 관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너희도 그렇겠지만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특히 모르는 사람에게 통제되고 관리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조직에서는 사람이 ‘관리’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직관적으로 알기 때문에, 가능하면 ‘관리’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4. 관리자라는 직함
관리자라는 직함은 본래 사람이 아니라 운송, 정보 시스템, 건물 등 물건을 담당하는 사람에게만 사용된다.
사실 이 단어에는 너희가 자원, 즉 다른 사람에 의해 통제된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요컨대 너희는 다른 사람이 적절하다고 생각할 때 사용되고 배치되는 ‘물건’에 불과하다는 뜻이 내포된 것이다.
5.주도권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것
‘인적 자원human resources’이라는 고약한 용어는 이런 사고방식을 부추길 뿐이다. 개인으로서 우리는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고, 내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긴 노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내 시간에 대한 권리를 타인에게 양도할 때 그것이 자신에게 이익이라 확신하지만, 실제로는 삶에서 가장 능동적인 부분에 대한 주도권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것 뿐이다.
6. 사람이 마치 물건처럼 행동
‘악마의 계약’이라고 말하는 그런 권리 양도때문에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사람을 물건처럼 취급하다 보면 나중에는 그 사람이 마치 물건처럼 행동한다. 사람들은 계약에서 약속한 부분, 즉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만 한다.
6.1 수동적인 노동
사람이 물건처럼 행동하는 사례는 유형과 규모를 막론하고 모든 조직에서 흔히 목격된다. 딱 회사가 정해준 범위안에서만 일하려고 하는 것이다. 효율적으로 일해서 작업을 줄일 수 있어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6.2 관리의 개입
노동자들이 자신의 편의에 맞추어 일을 조정하는 이런 경향을 보고, 관리팀이 일의 속도를 높이려고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면, 품질이 저하되는 결과에 맞닥뜨린다.
따라서 관리팀은 빠른 업무 처리를 위한 인센티브와 노동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품질 관리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7.리더십이라는 단어로 칭하지 않는 이유
결국 개를 훈련하고 실험실의 쥐를 조종하듯이 당근과 채찍이 적절히 결합하는 과정이 계속된다. 물론 경영이론가들은 훌륭한 관리자는 이런 모순을 잘 알고 있어 설득과 격려로 조직원들을 이끈다고 말한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그렇다면 너희에게 자기본위적 조종자라는 인식을 씌어주는 ‘관리’라는 단어가 아니라, 리더십이나 이와 유사한 단어로 칭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8.리더십이란?
이것이 바로 내가 리더십이라 칭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을 잘해낼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해주고, 적절한 사람들을 뽑아 각자에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을 성취한 경우에 보상하는 행위가 바로 리더십이다.
8.1 사람은 격려와 용기만으로 인도될 수 있다
조직이란 지엽적인 세계도 다를 바가 없다. ‘일’은 ‘조직화’되고 ‘사물’은 ‘관리’되어야 하지만, ‘사람’은 격려와 용기만으로 ‘인도’될 수 있다는 게 나의 한결같은 믿음이다.
여기에서 ‘사물’은 건물이나 정보 시스템 혹은 물리적인 것을 가리킨다.
9.단어 선택의 중요성
위대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가르침을 요약하면, 관리는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기술이다. 나는 드러커의 사상과 글을 높이 평가하지만, 그가 ‘관리’라는 단어의 사용을 피했더라면 더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있다.
같은 인간에게 지배력을 행사하고자 변명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그 단어를 줄곧 잘못 해석하며 남용해왔기 때문이다.
9.1 단어가 행동을 바꾼다.
단어에는 함축된 메시지가 있어서 우리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로 우리 생각이 달라지면 우리 행동도 바뀐다.
요즘에는 사람을 인적 자원이라 칭한다. 이런 호칭에는 사람도 사물처럼 다듬어지고 보충될 수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남을 때는 줄일 수도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10. 너희가 언젠가 리더가 된다면
너희가 조직에서 한 부서의 책임자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혹은 내가 앞서 말했듯이 혼자서는 많은 것을 이루어낼 수 없기에, 창업을 시작해 자체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또 너희가 나와 비슷한 성향이라면, 자신에게 맡겨진 과제를 처리하기에 적합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10.1 셸이 미래의 지도자를 훈련시키는 법
나는 셸이 미래의 지도자를 이런 식으로 훈련시킨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기본 시설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오지에 미래의 지도자들을 내던져놓고, 그들이 회사에 크게 해를 끼치지 않고도 차이를 만들어내는지를 보고, 또 많은 것을 배울 기회를 제공했다 물론 그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나는 많은 실수를 저질렀지만 다른 사람이 눈치채기 전에 그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었고, 오히려 실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처음에는 발가벗겨진 기분이었고, 이른바 관리에 필요한 기본 지침서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들었다.
10.2 지침서는 없다
하지만 그런 지침서가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너희 앞에 주어지는 그런 지침서는 전문서인 것처럼 보이려고 장황하게 써놓은 실질적인 상식에 불과하다. 내가 쓴 책도 다를 바가 없다. 나는 너희에게 조직화와 리딩, 관리라는 세 분야의 활동을 기억하고, 그 활동들을 적절히 적용하라고 권고할 뿐이다.
10.3 사람은 인적자원을 넘어서는 존재
사람을 리딩하지 않고 관리하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고, 그 결과로 일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불행한 곳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게 나의 굳은 믿음이다. 명심해라. 너희는 ‘인적 자원’을 넘어서는 존재다.
관련 링크:뇌가 젊어지는 독서급관, 귀독서(좋은 습관 연구소, 우병현 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