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미의 과학’ 저자 아리엘 존슨 (Arielle Johnson)은 미국 UC데이비스 몬바디 연구소에서 박사학위(화학)를 받았습니다. UC데이비스는 푸드와 와인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대학입니다.

아리엘은 2012년 세계 최고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덴마크 코펜하겐의 레스토랑 노마(Noma)와 함께 일을 하기 시작해 2014년 노마의 전속 과학자로 합류해 발효랩을 창립하였습니다.

아리엘은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올턴 브라운(Alton Brown)이 진행하는 TV 요리 쇼 ‘굿 잇츠(Good Eats)’에 과학 담당자로 출연하는 등 미디어 활동을 하면서 대중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리엘이 푸드 콘텐츠에서 돋보인 점은 음식의 맛과 풍미를 추상적인 언어에 가두지 않고, 풍부한 화학지식을 바탕으로 풀이하는 입담입니다.

세계적인 요리 명장이라도 음식재료, 양념, 가공 방법 과정에서 생기는 화학작용과 원리까지 알지는 못합니다. 아리엘은 화학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과학적 구라를 펼치면서도 요리 자체를 즐기로 좋아하는 캐릭터를 잘 표현하기도 합니다.

풍미의 과학 원제목은 ‘Flavorama: A Guide to Unlocking the Art and Science of Flavor’입니다.

풍미의 과학에서 ‘태우기, 그슬리기, 연기로 풍미 만들기’편을 골라 10문단으로 요약했습니다.

1.불을 이용한 풍미 고추를 새카맣게 태워서 껍질을 벗겨내면, 기분 좋은 풍미가 느껴진다. 캐서롤을 만들다가 오븐에서 너무 오래 익히는 바람에 일부가 까맣게 타버렸을 때도 그런 풍미가 생긴다.

캐러멜화는 열에 의해 분자 구조가 끊어지는 열분해인데, 이를 의도적으로 더 진행하면 타버린 고추나 캐서롤에서 나는 특별한 풍미가 생긴다.

1.2 겉만 태우기

불에 탄 풍미를 낼 때는 재료를 천천히 가열해서 전체적으로 골고루 익히는 것과는 정반대로, 재료가 속까지 전부 익기 전에 겉면만 충분히 태우는 것이 관건이다.

계피를 그렇게 태우면, 신선한 풍미가 어느 정도 유지되면서 불의 풍미가 더해진다. 단, 통계피만 이와 같이 풍미를 입힐 수 있다. 계피 분말을 이렇게 가열했다가는 홀랑 다 타고 쓴맛만 난다.

2.열분해: 그슬리기와 태우기

2.1 열분해

열분해는 음식과 재료를 속속들이 헤집어 불에 탄 풍미를 새로 만들어내는, 파괴적인 창조의 한 방식이다. 음식의 겉면만 일부러 얇게 그슬리거나 극히 일부만 태우면, 부주의로 음식이 타버리는 경우와 달리 복잡하고 매력적인 풍미가 생긴다.

몰레 네그로와 베트남식 쌀국수 국물도 양파와 마늘, 또는 양파와 생강의 겉면을 그슬린 다음에 다른 재료를 추가해서 푹 끓이거나 육수를 만드는 식으로 이런 열분해를 요리의 첫 단계에 활용한다.

3.나무의 향과 불맛의 만남: 커다란 분자가 분해될 때 생기는 풍미

불에 태운 풍미 중에서도 최고는 단단한 목질의 식물 재료를 태울 때 생긴다.

통나무, 나뭇가지, 나무껍질, 향신료, 쌀, 찻잎(찻잎으로 훈연한 오리 요리 등) 등을 태울 때 생기는 아주 친근한 향, 훈제의 풍미는 목질(또는 나무와 비슷한)의 구조를 이루는 커다란 분자가 분해되면서 생긴다.

3.1 분자 종류

목질 식물의 단단한 구조는 헤미셀룰로스hemicellulose, 셀룰로스cellulose, 리그닌 등 크기가 아주 큰 분자들로 구성된다.

설탕 분자보다 작게는 수백 배, 많게는 수천 배 더 큰 이러한 분자들은 더 작은 하위 단위가 모여서 형성된다.

3.2 분자 구조

헤미셀룰로스와 셀룰로스는 전분처럼 당이 길게 연결된 사슬인데, 전분보다 이 사슬이 훨씬 길다. 리그닌은 아주 매력적인 분자다.

복합 분자이지만 탄수화물, 단백질, 무기질, 지방 중 어느 쪽도 아니며 비슷한 분자들이 무작위로 결합해서 만들어진다(체계적이지는 않고 전분이나 셀룰로스처럼 똑같은 단위체가 연결되지도 않는다).

3.3 리그닌 분자 특징

리그닌은 화학적으로는 여러 페놀 잔기(곁사슬)와 메톡시벤젠 잔기의 교차 결합으로 형성된, 크고 곁가지가 많은 분자이다.

또 강하고 단단하게 연결된 탄소 고리들과 산소 원자가 서로 엮여 있다. 리그닌은 유연한 잎과는 다른 단단한 목질을 만들고, 일부 균류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생물이 리그닌을 소화하지 못하므로 거대한 나무가 썩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능도 한다.

4.냄새는 목질 특성 반영

리그닌, 셀룰로스, 헤미셀룰로스가 불에 탈 때 생기는 분자들은 각각 분자의 구조적 특성에 따라 독특한 풍미가 난다. 따라서 나무가 타는 냄새로 타기 전 목질의 특성을 알 수 있다.

4.1 리그닌

리그닌은 매콤한 향과 바닐라 향, 전형적인 ‘연기’의 향이 난다.

4.2 셀룰로스

셀룰로스는 고온에서 캐러멜화가 일어날 때의 향과 달콤한 향, 캐러멜의 향, 빵 굽는 향이 난다. 나무가 타면 일반적으로 헤미셀룰로스가 가장 먼저 분해되기 시작하고 온도가 더 높아지면 셀룰로스와 리그닌이 차례로 분해된다.

5.와인, 위스키와 불

와인과 위스키를 담아 숙성하는 커다란 나무통을 제작하는 사람들은 통이 거의 완성되면 큰 화로에 불을 피우고 통 안쪽 면에 불을 쬐어 열분해를 유도한다.

통 ‘굽기’라고 불리는 이 단계에서는 불의 온도와 굽는 시간으로 풍미의 특성을 조절한다.

5.1 토탄과 풍미

위스키 양조에 쓰이는 보리맥아는 토탄을 태운 불로 말리는데, 토탄은 늪에 떨어진 식물이 부분적으로 썩으면서 형성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맥아를 건조할 때 어떤 식물로 만들어진 토탄을 썼는지에 따라 위스키에 오래 남는 풍미가 생기고 그 풍미는 맛으로도 느낄 수 있다.

5.2 토탄 성분의 차이와 위스키 향 차이

목질이 많은 토탄과 잎의 비중이 더 큰 토탄은 불에 탈 때 피어오르는 연기의 화학적인 성질이 다르다. 목질이 많은 토탄으로 말린 보리맥아가 들어간 위스키는 연기의 향이 더 강하다.

잎의 비중이 큰 토탄으로 말린 보리맥아로 만든 위스키는 맥아와 캐러멜의 풍미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6.풍미의 조합

열분해와 연소, 즉 음식의 겉을 그슬리는 것과 불을 붙이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지만, 음식에 연기의 풍미와 불에 탄 풍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상호 보완적인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6.1 연소와 풍미

열분해와 연소 도무 열로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켜 풍미를 만들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연소는 반응에 산소가 추가되어 화학 반응의 경로가 달라지므로 불에 그슬릴 때와는 다른 풍미가 생긴다.

6.2 그슬리기와 풍미

이런 차이를 알면, 연소와 겉을 그슬리는 방식을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참나무 장작으로 불을 피우고 몇 시간에 걸쳐 익히는 통 양지머리 바비큐와 그릴에 납작한 삼나무 판을 올리고 그 위에 생선을 올려 연기가 피어오르고 기름이 번들댈 때까지 익히는 생선구이의 차이가 그렇다.

7.연기 훈제

불에 타 없어지는 과정에서 연기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풍미 분자가 파프리카, 치즈, 연어 등으로 옮겨가게 만든다는 점에서 겉만 그슬리는 방식보다 파괴적이고, 소모적이다.

7.1 연기는 혈액과 유사한 특징

연기에는 한 가지 물질이 아닌, 아직 분해가 진행 중일 때 발생하는 수많은 물질이 섞여 있다. 이는 혈액과 불균질 물질이 갖는 특징이다.

나무에 열이 가해지면 휘발성 분자들과 수증기가 발생한다.

구체적으로는 셀룰로스나 리그닌이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휘발성 분자들, 일산화탄소를 비롯한 기체들, 탄화된 작은 입자들이 전부 섞여서 냄새로도 뚜렷하게 느껴지고 산성도도 높은 뿌연 연기가 형성된다.

8.훈제 원리

요리에서는 바비큐나 훈제 연어처럼 연기가 음식에 불어 넣는 맛있는 풍미를 얻으려고 일부러 산소가 부족한 조건에서 불을 피우기도 한다.

8.1 고온 훈제 바비큐는 고온 훈제의 대표적인 방식이다.

연기가 발생하도록 불을 피우고, 위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가 양지머리, 목심 같은 질긴 고기에 침투하는 동시에 연기를 피우는 열로 수 시간에 걸쳐 고기를 천천히 익혀서 질긴 연결조직이 풀어지게 만든다.

8.2 저온 훈제 저온 훈제는 훈제 연어를 만드는 정통 방식이다. 불을 피워서 연기를 발생시키는 것까지는 고온 훈제와 같지만 연기의 온도가 훨씬 낮다.

따라서 연기가 연어에 침투하기만 할 뿐 연어를 익히지는 않으므로 염장된 연어의 섬세한 질감이 그대로 유지된다.

9.향을 피운 듯한 복잡한 냄새

연기는 뭔가가 타고 있을 때, 완전히 다 타기 전에 발생한다. 다시 말해 불에 타지 않은 부분이 충분히 남아 있고 일부가 불에 타고 있을 때 연기가 피어난다.

향이 그윽한 목재나 허브 가지, 향신료 등 특정한 풍미가 있는 물질로 불을 피우면, 풍미 분자의 일부가 타지 않고 남아 연기에 섞이면서 향을 피운 듯한 복잡한 냄새가 난다.

10.숯으로 고기 굽기

숯은 기본적으로 나무를 미리 열분해하여 연소 효율을 높인 것이므로, 숯 자체에서는 연기가 덜 발생한다. 숯에 태워서 고기를 익히면, 고기의 지방이 녹아 숯에 떨어지면서 연기가 나고, 그 연기가 고스란히 고기에 스민다. 아주 깔끔하다!

관련 링크:뇌가 젊어지는 독서급관, 귀독서(좋은 습관 연구소, 우병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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