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을 다룬 책을 200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접해왔습니다.(레베카 패닌의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날)

대체로 중국이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를 가까운 시일안에 종식할 것이라는 주장과 오랫동안 중국은 미국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대립했습니다.

‘브레이크넥’ 저자 댄 왕은 패권 전쟁의 결과를 예측하려고 하지 않고, 두 국가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면서 서로 장점을 수용할 것을 권유합니다. 브레이크넥 Breakneck’은 목이 부러질 정도로 빠른 속도로 변하는 것을 뜻합니다.

즉, 중국은 공학자가 지배하는 나라로서 다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해결에, 미국은 법률가의 나라로서 절차를 중시하고 특정세계의 권력독점을 견제하는데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댄 왕은 미국의 공학적 문제해결 능력의 쇠퇴로, 중국은 절차적 가치의 훼손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내부에 안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따라서 미국은 건설에 나서야 하고 중국은 미국의 장점을 수용해야 두 나라가 충돌하지 않고 공영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댄 왕의 ‘공학도 vs 법률가’라는 프레임을 통한 분석은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프레임을 한국 사회에 겹쳐봤습니다. 국회를 장악한 법률가들이 각종 규제를 쏟아내기에 미국처럼 법류가의 나라가 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국가 또는 정부가 모든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면서 전체 사회를 끌어가는 중국의 공학적 정치에 가까운 요소도 짙습니다. 댄 왕의 분석대로 미중의 장점을 모두 취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또 뭔가 미심쩍습니다.

1.실리콘 밸리와 중국 상하이 풍경

마운틴 뷰Mountain View나 멘로 파크Menlo Park 같은 도시에도 이상할 정도로 첨단 기술과는 관련 없는 가게가 가득 차 있다. 이 지역을 걸어가더라도 ‘여기가 정말 끝없는 기술 발전을 이뤄가는 문명의 심장이 맞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1.1 중국의 최신 인프라

캘리포니아를 떠나 비행기에 몸을 싣고 홍콩이나 상하이로 가서 제대로 된 사회 기반 시설이나 설비를 마주할 때면 왠지 낯설고 어색한 기분이 든다.

공항에 도착한 후 지하철을 타는 건 아시아를 온전히 즐기기 위한 적절한 선택이다. 활기 넘치는 상업 지구로 가득한 도시 중심부 분위기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이다.

1.2 미국의 사회 간접 자본의 낙후성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주, 그리고 미국 경제의 중심이라고 하는 샌프란시스코에서조차 이런 평범한 삶을 누리는 게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샌프란시스코는 점점 불어나는 노숙자를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며, 적지 않은 부자들조차 주 정부에서 전기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개인 발전기를 돌려 아주 비싼 저택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2. 캘리포니아주의 모순

미국 기업 가치 창출의 최전선이면서도 일반적인 기능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캘리포니아 지역의 모순이야말로 이 책의 출발점이다.

지난 2017년 실리콘밸리를 떠나 중국에 도착했을 때, 미국이 지난 40년 동안 특별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동안 미국은 말 그대로 정체된 상태였으며, 혁신은 대부분 가상의 디지털 세계나 금융 분야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2.1 이념관점 분석은 무의미

미국과 중국을 비교하면서 20세기에 생겨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그리고 신자유주의 같은 용어가 더 이상 의미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용어들은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3.공학자와 기술자의 나라, 중국

중국 공산당의 가장 성공적인 속임수 중 하나가 바로 좌파로 위장하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의 고위 간부들이 정통파 마르크스주의자를 자처하는 동안, 중국 정부는 서구 보수주의자들이 군침을 흘릴 정도로 강력한 우파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3.1 우파스러운 정책

즉 복지 제도를 제한하고 외국인 유입을 강력히 억제하며 ‘남성은 남성스럽게’, 그리고 ‘여성은 여성스럽게’ 같은 전통적 성 역할을 강요하고 있다.

중국은 무언가를 세우고 만드는 작업을 계속해야 하는 공학자 중심 국가로서, 새로운 계획을 가로막는 법률가 중심 국가인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3.2 덩샤오핑의 유산, 공학자 리더

그동안 새로운 중국을 지배해온 건 다름 아닌 공학자와 기술자였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시대의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공학자와 기술자 출신을 정부 최고위층으로 끌어올렸다

3.3 상무위원 전원, 공대출신

2002년에는 중국 공산당 최고 의결기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9명 전원이 공대 출신이었다.

제6대 주석이었던 후진타오는 중국 최고 공대인 칭화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젊은 시절 약 10년 동안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3.4 시진핑의 백그라운드

제7대 주석인 시진핑도 칭화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2022년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세 번째로 맡게 된 시진핑 주석은 상무위원회를 중국 항공우주연구원이나 국방공업국 출신 간부로 채웠다.

마치 미국에서 보잉 CEO가 알래스카 주지사가 되고, 록히드 마틴 사장이 에너지부 장관이 되며, 항공우주국 국장이 조지아 같은 커다란 주의 주지사가 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4. 공학자 리더의 특징

공학자들은 무언가를 새롭게 세우거나 만드는 일에 가장 큰 흥미를 느낀다. 중국의 황제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제국의 영토를 휩쓰는 여러 강의 범람을 막으려 노력했다.

공학자 중심 국가가 맞이한 여러 난제에 대한 해결책도 역시 도로나 교량, 댐, 발전소,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도시 건설 같은 대규모 공공사업이다.

4.1 인프라 건설 주도

1980년 이후 중국은 미국 고속도로의 2배에 달하는 광대한 고속도로, 일본의 20배에 달하는 고속철도, 그리고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을 모두 합친 규모와 거의 맞먹는 태양광 및 풍력발전 설비를 건설하고 구축했다.

중국은 전 세계 제품 생산의 대략 3분의 1에서 절반가량을 책임지고 있으며, 여기에는 구조용 강재나 컨테이너선, 태양광 패널 등 거의 모든 공업 생산품이 포함된다. 번쩍거리는 민간 무인기가 밤을 밝히거나 화려하게 빛을 뿜는 고속철도가 가로지르는 신도시를 가리킬 때 보이는 중국 사람의 자부심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그걸 그저 사회주의국가의 선전 활동이라고 불러도 상관없다. 어쨌든 시멘트를 비롯한 건설 자재를 아낌없이 쏟아부을 때야말로 비로소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5.법률가의 나라, 미국

미국은 법률가의, 법률가에 의한, 그리고 법률가를 위한 정부만 존재한다.

지금 대통령까지 지난 10명의 미국 대통령 중 5명이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미국 하원 의원 중 최소 절반 이상이 역시 법학 관련 학위를 소지하고 있으며, 순수 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한 의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5.1 공학도 대통령, 단 2명

1984년부터 2020년까지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는 예외 없이 법학을 전공했으며, 공화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행정부 공무원 최고위직에도 역시 법률가 출신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공학을 전공했거나 관련 실무 경험이 있는 대통령은 단 두 사람뿐이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지질학과 광산공학을 전공했던 제31대 대통령 허버트 후버와 조지아 공대 출신으로 핵 잠수함에서 기술 장교로 복무하기도 했던 제39대 대통령 지미 카터다.

6. 법률가 리더십 특징

법률가들에게는 건설이나 개발, 그리고 제품 생산을 중단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수많은 기술이나 수단이 있다.

우리는 법률가 중심 국가와 공학자 중심 국가의 차이를 그저 기분으로만 느끼지 않는다. 그 결과물 주변을 바로 곁에서 맴돌며 천천히 둘러볼 수도 있다.

7.제조업과 건설업의 쇠퇴

법률가 중심의 국가가 되어버린 미국에서는 더 이상 제대로 된 제조 업체를 찾아볼 수 없으며, 꼭 필요한 공공사업 역시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미국의 사회 기반 시설은 초라한 상태로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퇴보하는 반면, 중국은 지하철과 교량, 고속도로 등 새로운 기반 시설을 하나하나 쌓아 올리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중국 제조 업체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미국의 자동차 회사나 반도체 생산 기업은 그만큼의 성취를 이뤄내지 못했다.

캘리포니아 등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주택과 대중교통이 크게 부족한 것도 바로 법률가들 때문이다.

8. 법률가의 시대, 변곡점 1960년대

미국도 과거에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공학자 중심의 국가였다. 그렇지만 1960년대에 이르러 고학력 법률가들의 우선순위가 급격하게 바뀌었다.

미국에서 환경 파괴나 불필요한 건설, 그리고 공공의 이익보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하는 등 경제성장의 불편한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이 일어나면서 이제 법률가들의 관심은 소송이나 규제 문제로 옮겨 갔다.

가능한 한 많은 일을 가로막는 게 법률가의 최우선순위가 된 것이다

8.1 공학에 대한 열정 상실

미국은 공학에 대한 열정을 잃었고, 중국은 사회 모든 분야에 공학을 적용했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단순한 토목이나 전기 기술 관련 전문가가 아니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사회공학자다.

9.중국 리더의 야심

지금 중국 통치자들은 과거 황제들보다 야심이 훨씬 더 크다. 과거 소비에트연방은 베이징의 공산당 지도부에 중공업에 대한 열정은 물론, 인간과 사회를 다루는 새로운 공학자가 되겠다는 새로운 열정을 불어넣었다.

10. 중국 전체를 엔지니어링하려는 야심

인간과 사회를 다루는 새로운 공학자란 과거 소비에트연방의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했던 말로 시진핑 주석도 이 말을 인용했는데, 여기에는 결국 중국 전체를 현대적인 국가 그 이상으로 뒤바꾸겠다는 야심이 깔려 있다.

관련 링크:뇌가 젊어지는 독서급관, 귀독서(좋은 습관 연구소, 우병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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