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요커(The New Yorker)는 미국을 대표하는 종합 매거진입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뉴요커가 여전히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뉴요커가 1925년 창간이래 지키고 있는 고품격 롱폼 콘텐츠를 지향하는 편집 정신때문이라고 합니다.

뉴요커는 소설, 에세이 등 문학 콘텐츠와 함께 논픽션 형식의 롱폼 저널리즘 콘텐츠를 다루면서 수많은 스타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탄생시키는 플랫폼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스타 라이터중의 한명이 ‘티핑 포인트’로 이름을 알린 말콤 글래드웰입니다.

글래드웰은 뉴요커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도 꾸준히 뉴요커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래드웰의 글쓰기 뿌리가 저널리즘인 셈입니다.

현직 저널리스트인 강진규 저자는 취재도중에 뉴요커의 북한 해킹 테마 기사를 접하고 뉴요커 스타일의 롱폼 저널리즘을 파고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강 작가는 인터뷰, 탐사보도, 르포 등 다양한 형식의 뉴요커 아티클이 어떻게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실체를 잘 드러내는지를 잘 알려줍니다.

AI가 순식간에 문서를 만들고 소설을 써내는 시대에 뉴요커의 글쓰기 탐구가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아마 AI가 뉴요커 콘텐츠를 학습해서 뉴요커 스타일 글도 눈깜짝할 사이에 생산해줄 것입니다. 비록 그렇다 해도 인간이 붙들고 가야할 가치이자 지향점은 현상 이면의 실체를 파고들고, 그 실체를 독자 스스로 느끼고 인식하도록 만드는 스킬 만큼은 AI에게 맡기지 않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사유와 질문을 유도하는 도발적 글쓰기’ 챕터를 골라서 분해하고 정리하였습니다. 여행을 다룬 글들이 지닌 스테레오타입을 깨부수는 글쓰기의 구조와 특징을 잘 분석한 챕터입니다.

이 챕터를 분해요약한 콘텐츠를 읽고 흥미를 느끼신다면 책 전체를 읽기를 권합니다.

/편집자 hatagong@penmedia.co.kr

1. 여행은 좋은 것이라는 통념

사람들은 여행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행을 다룬 글은 비슷한 결말을 향해 갑니다.

여행은 우리를 성장시키고, 더 넓은 사람이 되게 만든다는 것이 오랫동안 받아들여져 온 통념입니다.

2. 여행은 무의미한 시간때우기라는 주장

『뉴요커』 에세이스트 아그네스 캘러드Agnes Callard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여행은 부메랑이다.

그것은 당신을 떠났던 바로 그 자리에 다시 데려다 놓는다.” 잠시 일상을 벗어났다가도 결국 원래의 삶으로 돌아오고, 그 삶은 대부분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입니다.

3. 첫 문장부터 강한 주장 던지기

여행은 좋은 것이라는 믿음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독자들에게 그녀는 첫 문장부터 정면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많은 사람이 논쟁적인 글을 쓸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강한 주장입니다. 하지만 강한 주장만으로는 좋은 글이 되지 않습니다.

4. 화나게 하지 말고 생각하게 하라

좋은 논증은 독자를 화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녀는 랠프 월도 에머슨과 임마누엘 칸트, 페르난두 페소아를 비롯한 여러 철학자들의 생각을 하나씩 불러오며 자신의 논리를 차근차근 쌓아갑니다.

독자는 끊임없이 작가에게 반박하고, 다시 설득당하고, 또 다른 의문을 품습니다. 좋은 글은 독자의 머릿속을 시끄럽게 만듭니다.

5.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토론

동의하지 못하는 글 앞에서 던진 나의 질문. 정말 모든 여행은 부메랑처럼 시작했던 자리로 되돌아오는 걸까? 지금까지 했던 여행 가운데 정말 나를 바꾼 여행은 단 하나도 없었을까?

6. 자신과의 논쟁으로 이어지는 질문

저는 캘러드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런데 동의하지 못한다 해도 이 글은 꽤 오랫동안 제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제 여행들을 하나씩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들은 캘러드의 주장처럼 저를 전혀 바꾸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제가 여행의 의미를 너무 크게 해석하고 있었던 걸까요? 결국 저는 글쓴이와 논쟁을 벌인 것이 아니라, 저 자신과 논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7. 독자를 사고하게 만드는 논증에세이

좋은 글은 판단을 내리지 않고, 사실과 장면만 나란히 배치해 판단을 독자에게 넘긴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캘러드의 글은 판단을 유보하기는커녕, 확신에 찬 주장으로 독자에게 달려듭니다.

절제의 기사가 침묵으로 독자를 판단의 자리에 세운다면, 캘러드의 논증 에세이는 정반대로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확신을 통해 독자를 그 자리에 세웁니다. 침묵이 아니라 논쟁이 독자를 사고하게 만드는 셈입니다.

8. 논쟁적 글쓰기의 요령

논쟁적 글쓰기의 요령은 독자를 설득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독자가 반박하고 싶어지도록, 확신에 찬 문장을 전면에 배치하는 데 있습니다. 어설프게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이라며 발을 빼는 순간, 독자의 머릿속 토론은 시작되기도 전에 끝나버립니다.

9. 확신에 찬 문장이 독자를 맞서게 한다

끝까지 밀어붙이는 강한 확신이 독자를 맞서게 만듭니다. 설득에 실패했음에도 오래 기억된다면, 그 글은 이미 제 역할을 충분히 다한 것입니다. 좋은 글은 이런 경험을 선물합니다. 남의 이야기를 읽고 있었는데, 어느새 자기 경험을 떠올리게 됩니다.

10. 좋은 글은 답이 아니라 질문을 남기는 글

글은 독자를 설득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끝내 설득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대신 한 가지는 해내야 합니다. 독자가 책장을 덮은 뒤에도 스스로 질문을 이어가게 만드는 것. 좋은 글은 답을 기억하게 만드는 글이 아니라, 질문을 남기는 글입니다.

이 책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

저자는 좋은 글은 독자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통해 자기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데 있으며 독자가 책장을 덮은 뒤에도 스스로 질문을 이어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뉴요커』가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뉴요커의 문장들_강진규 저

발췌 챕터: 사유와 질문을 유도하는 도발적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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