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즐거움을 즐기는 독서법중 하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읽기(꼬꼬독)입니다.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의 소설집 ‘너무 늦은 시간’을 읽다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독일작가 하인리히 뵐이 아일랜드를 여행하면서 쓴 ‘아일랜드 일기’를 남긴 것을 알았습니다.
이 소설집중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의 배경은 아일랜드 애킬섬의 뵐코티지입니다. 하인리히 뵐은 1960년대 애킬섬에서 집을 구해 동안 살면서 작품 집필 활동을 했는데, 이 인연으로 애킬 아인리히뵐 협회가 뵐이 주거했던 집을 구입해 뵐코티지를 만들었습니다.
뵐협회는 매년 예술가로부터 신청을 받아 뵐코티지에서 2주동안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주인공이 아일랜드 애킬섬의 뵐코티지에 머무를 때 겪었던 일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뵐은 한국에서 1974년에는 한 무고한 여성이 언론의 횡포에 의해 사회로부터 매장되어 가는 과정을 담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통해 명성이 높습니다.
2차대전후 독일 사회를 날카롭게 문학에 담으며 유명세를 얻은 뵐이 유럽의 변방인 아일랜드를 왜 여행지로 택했을까요?

영국이라는 제국 옆에서 지정학적 운명에 갇혀 폭압과 가난을 숙명처럼 여기고 사는 아일랜드라는 곳. 오늘날 IT산업 덕분에 유럽에서 모범생으로 꼽히지만 뵐이 여행했던 시점엔 아일랜드는 유럽국가중 최빈국이었습니다.
1.차를 즐기는 나라
아일랜드 사람들은 차를 마시는 세계 기록에서 만큼은 절대 영국에 뒤지지 않는다. 한 명당 마시는 차는 거의 10파운드에 이른다. 매년 아일랜드 사람들의 목구멍으로 조그만 수영장을 채울 수 있을 정도의 찻물이 흘러들어가는 셈이다.

2.군대를 남의 나라에 보낸 적 없는 나라
이 섬에는 유럽에서 점령할 목적으로 군대를 파견한 적이 없이 한번도 없는 유일한 민족이 살고 있다. 반대로 그 민족은 덴마크와 노르만족 그리고 영국인들에게 차례로 점령당했다.
아일랜드가 내보낸 것은 군대가 아니라 신부였다.승려와 포교자들은 기이하게도 고대 그리스 테베 사람들의 고행정신을 아일랜드를 거쳐 유럽으로 전했다. 천 년이상 지났지만 유럽의 중심에서 멀리 벗어나서 대서양 깊숙이 자리 잡은 이곳 아일랜드에 유럽의 불타는 심장이 자리잡고 있다.
3.조너선 스위프트의 무덤
스위프트의 무덤에서 내 가슴이 차가워졌다. 성 패트릭 성당은 대단히 깨끗했다. 텅 빈 성당은 온통 애국자들의 대리적 상으로 채워져 있었다. 차가운 돌덩어리 밑 깊숙한 곳에 스위프트가 낙담한 채 누워 있는 것 같다. 옆에는 그의 아내 스텔라가 누워 있다.(걸리버 여행기 저자인 스위프트가 영국계 아일랜드인으로서 말년에 아일랜드를 위한 활동을 펼쳤고 패트릭성당 사제장을 지냈음)
4.빈민가 풍경
(패트릭 성당 근처)빈민가의 수많은 창문은 까만 때가 덕지덕지 붙어서 더러웠다. 벽난로와 수로에서 오물을 건져 일부러 창문에 던진 것 같았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무엇이든 의도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저절로 생기는 일도 흔치 않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술 마시고, 사랑하고,기도하고,저주하는 것이다. 신마저도 격렬하게 사랑받거나 몹시 미움을 산다.
5.위스키의 쓴 맛
작은 상점의 쇼윈도에는 알록달록한 색깔을 한 조잡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나는 내 여행에 필요한 것 하나를 마침내 발견했다. 배 안의 술꾼을 위한 일인용 침대였다. 가죽 커튼을 칠 수 있는 그 침실이 있다면 술꾼은 한 마리 말처럼 그곳에 처박혀 잘 것이다. 위스키와 고통만 안고 혼자 있기 위해서다. 술꾼은 신앙과 비신앙을 안고 시간의 밑으로 깊숙이 가라앉는다.
6.녹색의 나라
아일랜드는 분명히 녹색이다. 그것도 대단한 녹색이다. 아일랜드의 녹색은 들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끼도 녹색이다. 로스커먼을 지나 메이요로 가는 이곳도 녹색 이끼 천지다. 이끼는 절망과 버림받을 뜻하는 식물임에 틀림없다. 이 나라는 버림받았다. 인구는 실제로 천천히 계속 줄어들고 있다.
우리는 이탄 더미와 늪지대를 지나 한없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상추의 싱싱한 녹색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완두콩의 조금 검은 녹색도 그리고 감자의 괴로운 녹색도 보이지 않았다. 메이요, 우리는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신의 가호가 있기를!
7.리메리크의 매력
리메리크(Limerick:아일랜드 도시명, 리머릭으로도 표기)은 하나의 시다. 그것도 위트로 가득 찬 암호문으로 되어 있는 시다. 시의 전형에 맞춰 이름을 붙인 이 도시에 대해서는 나는 유쾌한 생각을 가졌다. 위트가 있는 두운법시, 웃는 소녀들, 백파이프 음악 그리고 이 도시의 모든 길에 울려 퍼지는 즐거움이 이 도시가 내게 준 인상이었다. 이런 즐거움을 더블린과 리메리크 두 도시를 잇는 시골길에서 많이 만났다.
8.길은 누구의 것인가
나는 독일에서 누가 길은 자동차의 것이라고 말할 때 그 것은 신성모독이라고 생각했다. 아일랜드에서 나는 길이 젖소의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실제로 젖소들은 아이들이 학교로 가는 것처럼 자유롭게 풀밭으로 간다. 소들이 떼를 지어 길을 점령한다.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의 방향으로 제멋대로 몸을 돌린다.

아일랜드 애킬섬 뵐 코티지
아일랜드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길이 누구의 것이라는 것을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여기 길들은 대단히 아름답다. 길은 담과 담, 나무 그리고 관목 울타리로 되어 있다. 아일랜드 담은 어찌나 긴지 그 돌로 바벨탑을 쌓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아일랜드의 폐허는 탑을 쌓아봤자 소용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9.신이 시간을 충분히 만들었다.
이곳에서 9시라고 말할 때, 그것은 때로 10부터를 뜻하기도 한다. 플래카드에 아주 똑똑하게 써놓은 시간은 완전 사기다. 그런데 아무도 늦게 시작한 것에 대해 전혀 화를 내지 않으니 이상한 일이다. “신이 시간을 만들 때 충분히 만들었다”고 아일랜드 사람들은 말한다.
시간은 우리가 지상에서 할 일을 처리하라고 준 기본 요소이다. 그러니 사용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시간이란 언제나 초연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괴물같은 기형아일 뿐이다. 이런 사람은 어디서 시간을 훔쳐서 유용한다.
10.이탄(泥炭 Peat)의 나라
녹색과 검은 색의 벌거숭이 언덕에서는 해가 좋은 날이면 마치 추수하는 것처럼 이탄캐기가 벌어진다. 여기서 수세기 동안 내려온 습기로 민둥한 바위와 호수 그리고 녹색의 풀밭사이에서 자라난 이탄을 수확한다. 이탄은 이 나라가 자연에서 얻는 유일한 보화이다.
이 나라는 수세기 동안 숲을 빼앗겼고, 그리하여 일용할 빵조차 늘 부족했다. 그리고 언제나 매일 비가 내리는 나라다. 그리고 구름은 조금밖에 없다. 햇빛이 쨍쨍한 낮에 다가오는 조그만 구름을 절반쯤 농담으로 말하면 마치 해면 같다고 표현한다.
“목질이 많은 토탄(Peat)과 잎의 비중이 더 큰 토탄은 불에 탈 때 피어오르는 연기의 화학적인 성질이 다르다. 목질이 많은 토탄으로 말린 보리맥아가 들어간 위스키는 연기의 향이 더 강하다.
잎의 비중이 큰 토탄으로 말린 보리맥아로 만든 위스키는 맥아와 캐러멜의 풍미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관련 링크:뇌가 젊어지는 독서급관, 귀독서(좋은 습관 연구소, 우병현 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