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손관승작가의 신작 ‘괴테의 인생강의‘출간 기념 저녁모임을 서울 한남동 마니록에서 조출하게 가졌습니다.
11년전 서울 홍제동 학소도에서 우연히 뵙고 인연을 맺은 이래 손작가의 인생 2막 개척과정을 줄곧 보면서 늘 존경심을 가졌습니다. 언론사 대표에서 물러나 ‘괴테와 함께 한 이탈리아 여행’을 펴내고 이후 스스로 ‘글로 생활자(글로 빵을 마련한다는 의미)’를 자처하면서 언론,출판계, 인문학 강연계에서 맹활약을 했습니다.
손작가의 새 책 출간 소식을 듣고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한 여정을 담은 ‘괴테의 인생강의’가 자못 궁금했습니다.
‘괴테의 인생강의’출간 모임에서 손작가께서 저자 사인을 담은 책과 함께 부인께서 직접 구운 쿠키를 선물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그는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영혼의 양식인 북(Book)과 육신의 양식인 브레드(Bread)중 어느 것이 인기가 있을까”라고 화두를 던졌습니다.

개인적으로 괴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과 같습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파우스트’ 독서중에는 책을 덮었습니다. 손작가의 새 책이 괴테를 다시 이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책을 펼칩니다.
이 책에서 ‘SALVE가 전하는 말’편을 골라 읽었습니다.
1.괴테 순례 1번지, 독일 바이마르
바이마르는 독일의 고속철도 이체도 닿지 않는 중부 독일 튀링겐 지방의 한적한 소도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동쪽으로 280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분단시절에는 동독의 영토였다.
하지만 미국 역사학자 자크 바전이 “독일 민족의 자의식은 바이마르에서 태어났다”고 할 만큼 이 작은 도시가 세상에 끼친 영향을 실로 막대하다.
유럽의 초라한 변방에 불과했던 바이마르가 지성의 중심지로 거듭난 것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볼프강 폰 괴테
바이마르는 괴테 순례 1번지다. 스물여섯 살때 처음 도착해 여든세 살로 눈 감을 때까지 활동한 곳이며 그의 영혼이 서린 괴테하우스가 여기 있기 때문이다.
이 저택은 바이마르 군주 카를 아우구스트가 선물한 곳으로 두 사나이의 아름다운 우정이 숨쉬는 공간이며 평범한 여성과 결혼해 자식을 낳고 살면서 빵값을 벌기 위해 열심히 출근하던 가장으로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3. 괴테하우스의 사적공간
바이마르 국립 괴테 박물관은 수집물과 서적이 전시된 박물관과 괴테의 사적 공간으로 나뉜다. 방문자들은 박물관 전시품을 둘러본 뒤 사적공간으로 들어가려는 마음이 바쁘다 보니 정작 중요한 곳을 보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기 쉽다.
4. SALVE
괴테가 거주하던 2층 사적 공간 입구 바닥에 새겨져 있는 목판 글씨다.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로 옛 로마식 인사말이다.

이 문구에는 괴테의 도전과 개방정신이 소르란히 녹아 있다. 박물관 기념품으로 도어매트와 커피 머그잔에 이 문구가 새겨져 있다.
5.좋은 예감을 주는 SALVE
‘괴테와의 대화’ 저자 요한 에커만은 “안내인이 한 방의 문을 열자 다정한 환영의 뜻을 표하는 SALVE라는 글자가 문지방 앞 바닥에 새겨져 있었다. 방문객들은 좋은 예감을 받으며 그 방을 지나 넘어간다”라고 서술했다.
문턱 넘어 자신의 세계로 어서 들어오라고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괴테의 자애로운 모습이 눈앞에 어른 거리는 듯하다.
6.먹고 마시며 지적 대화 즐기는 곳
문지방을 지나면 노란색 홀이 나온다. 친밀함, 활력, 따스함을 의미하는 색상이다. 괴테는 이 방을 손님을 맞는 응접실, 식사초대 장소로 활용했다.
홀 중앙에 6인석부터 12인석까지 가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테이블에서 풍족한 음식, 포도주, 커피까지 곁들여 지식의 향연을 펼치던 장소다. 제우스와 메두사의 마스크, ‘루도비시의 유노’라고 알려진 거대한 여신 석고상도 우뚝 서 있다.
7. 늘 새로운 괴테를 만나다
1990년대 초반 괴테 인스티튜트에서 공부하며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패기 넘치는 30대의 괴테를 만날 수 있었다.
그후 베를린 특파원 자격으로 이 곳을 방문했을 때는 이탈리아 여행직후 열정에 불타던 40대 괴테와 겹쳐 보였다. 50대 중반 퇴직후 다시 찾았을 때는 인생 후반전의 지혜를 말하는 원숙한 괴테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괴테를 만났다.
8.괴테가 영원히 잠든 곳
괴테는 죽음의 고비, 병마로 인한 학업중단, 부모와의 갈등, 잇단 실연과 자살 충동, 외국 군대의 침략, 아내와 외아들을 잃은 아픔을 겪었다. 괴테는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철학자 니체가 위버멘쉬(초인)을 언급하면서 가장 근접한 인물로 괴테를 꼽은 배경이다.
괴테는 세상 소풍을 끝내던 날, 포도주 한잔 달라고 한 후 세 모금으로 나눠 마신 괴테가 영원한 잠으로 든 곳도 바로 이 집이다.
9.SALVE의 숨은 의미
문지방 앞에 새겨진 살베는 남과 다르게 살겠다는 확실한 자기 선언인 동시에 괴테의 인생 모토를 반영한다.
당신에게 풍족하게 흐른라면,
다른 이들도 풍족하게 누리도록 하라!
괴테가 실러와 함께 지은 풍자 시집 크세니엔에 실린 문장이다. 자신에게 들어오는 행운 풍요로움 부유함 지식이 있다면 혼자 누리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기꺼이 나누자는 뜻이다. 평생 다양한 분야에서 힘들게 쌓았던 지식과 경험을 세상과 나누겠다는 열린 마음의 반영이다.
10. 개방, 포용, 공유
괴테의 생애를 관통하는 정신이다.
손에 모래를 담을 때 손아귀에 힘을 꽉 쥘수록 손가락 사이로 모래는 모두 빠져나간다. 비슷한 이치이다. 움켜쥔 손에는 새로움이 깃들 여력이 없다. 움켜쥘 것인가, 아니면 손을 벌려 함께 나눌 것인가?
SALVE라는 글자는 묻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