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닷넷

박지환 한국IT기자클럽 편집장

블로터닷넷은 직원 5명으로 2006년 7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블로그 뉴스를 지향하며 기존 전문지들이 영역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과 달리 IT 한 분야만 집중했다.

그 결과 이제는 하루 방문객 25만 명, 페이지뷰 30만 건의 영향력 큰 미디어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하루 방문객 25만, 페이지뷰 30만 건. 아직까지 일반 독자들에게 생소한 인터넷 매체가 보여 준 실적이다. 이 회사는 조직의 규모만 놓고 보자면 중소기업이라는 느낌조차 갖지 못할 정도로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단적으로 언론사 조직의 규모를 측정하는 척도인 기자를 포함한 모든 직원이 8명에 불과하다. 달랑 전화기 몇 대, 노트북과 복사기 등만을 갖춘 사무실은 겉으로 보기엔 퇴락한 소읍의 지역 신문사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필자가 아는 기억의 한도 내에서 홈페이지 하루 평균 25만 명의 방문객은 적은 수가 아니다. 오히려 어지간한 일간지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어떤 뉴스를 제공하는 매체이기에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많은 열혈 독자를 확보하고 있을까? 주인공은 바로 IT 영역만을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블로터닷넷이다.

블로그 뉴스를 지향하는 이 회사는 기존 전문지들이 영역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과 달리 ‘IT’한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몇 안 되는 기자들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좋아하는 IT 분야 한두 개만을 집중적으로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풍토가 형성돼 있다.

블로터닷넷은 2006년 7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처음 출발할 당시 기자를 포함한 모든 직원의 수는 5명에 불과했다. 올해는 신입 기자 3명을 추가했지만 여전히 8명에 불과하다. 회사의 모든 재무 상황과 경영 상황을 담당하는 대표이사와 세미나와 포럼 주관을 총괄하는 사무직원 1명을 제외하면 고작 6명의 기자가 기사를 생산한다.

블로터닷넷은 ‘조직의 규모와 매체의 영향력이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물론 인지도 향상에는 포털의 영향력이 컸다. 블로터닷넷은 지난해부터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에 뉴스를 제공하면서 인지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는 매체의 이름이 생소하다.

블로터의 입지는 IT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블로터닷넷은 적은 인력과 자금에도 불구하고 IT 미디어 업계에서의 영향력만 놓고보면 나름의 입지를 확고하게 굳힌 중견 매체라고해도 지나치지 않다. 동종 업계인 IT 미디어를 다루는 전문지 소속 기자들도 기사 아이디어를 얻을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블로터닷넷의 경영진과 기자들은 일반인들이 가지는 매체 인지도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대신 창립 초기에 비해 자신들이 목표시장으로 삼고 있는 IT 업계에서 인지도가 상승한 것에 만족하고 있다. 특히 최근 IT 서비스의 총아로 떠오른 트위터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것에 대해서는 자축 분위기다. 코리안트위터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블로터닷넷은 지난 5월 기준으로 IT 분야 미디어 중 트위터 영향력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전체 미디어 중 트위터 영향력 순위는 7위를 차지했다. 1위는 오마이뉴스, 2위는 KBS, 3위는 한겨레, 4위는 연합뉴스일 정도로 쟁쟁한 매체들이 상위를 차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상대’라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2010년 11월 블로터닷넷이 처음으로 주최한 소셜커머스 콘퍼런스. 300명이 넘는 유료 관객이 참여했다.

소셜커머스 콘퍼런스가 끝나고 진행된 강사들과 참관객들의 질의응답 시간. 마지막까지 열띤 분위기가 이어졌다.

홈페이지 배너 광고에 큰 관심 없어

블로터닷넷은 광B고 영업에 대해 관심이 없나 싶을 정도로 둔하다. 일반적으로 대다수 언론 매체들은 매출에 광고가 크게 기여하지만 블로터닷넷은 광고를 담당하는 별도의 영업 사원이 없다. 홈페이지 배너 광고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면 세미나와 포럼 담당 직원이 겨우 대응할 정도로 수동적이다.

실제 지난해까지만 해도 홈페이지 배너 광고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IT 전문가들의 블로터닷넷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기업체를 중심으로 배너 광고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물론 일반 기자들은 광고 유치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근무 연차가 높아질수록 회사의 수익사업과 광고영업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여타 언론사 기자들이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조직이 작아 인건비와 건물 임차료, 서버 등의 장비 임대료가 저렴해 큰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광고 매출은 낮을지 몰라도 기업체 광고 의존 비중이 낮다 보니 기업체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그 결과 한 번 홈페이지에 표출되고 포털에 제공된 기사는 오탈자 교정이나 팩트가 사실과 다를 때를 제외하고는 수정해 주는 법이 없다. 특히 블로터닷넷은 기자들이 내놓은 분석과 해석에 제기되는 기사 수정 요청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기자 자신은 물론이고 회사의 경영진까지도 기자의 전문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기사 수정이 많지 않은 블로터닷넷에 대한 신뢰도 점수를 높게 주기 시작했다.

기업체와 정부 기관에는 약간 거만하게 보일지 몰라도 기자들이 주축인 직원들의 만족도는 무척이나 높다.

블로터닷넷(http://www.bloter.net) 메인 홈피.

광고 수입 ‘그까이꺼’

직장인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급여도 생활이 어려운 정도는 아니다. 신입 기자의 연봉은 2,400만 원가량이다. 어지간한 중소기업에 취직한 대졸자 평균임금을 상회한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성과급도 지급하고 있다. 김상범 대표는 상반기 상황이 지속 된다면 올해 말에도 지난해 이상의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블로터닷넷이 이처럼 소신 있게 기사를 생산할 수 있는 배경은 최근 들어 새로운 매출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새로운 매출원도 블로터닷넷이 표방하는 ‘전문성을 고수한다’는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홈페이지 배너 광고 수수료 이외에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마케팅 관련 컨설팅 수수료, 포털 뉴스 제공료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시작한 IT 관련 세미나와 포럼 참가비 수입도 재미가 쏠쏠하다. 참가비가 평균 10만 원에서 15만 원 수준인 세미나와 포럼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주최한 총 4회가 모두 매진됐을 정도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하루 평균 30만 건의 페이지뷰에도 불구하고 블로터닷넷이 하루에 생산하는 기사 꼭지는 10건이 되지 않는다. 언론사에 종사하는 이들이라면 블로터닷넷이 생산해 내는 너무나 적은 기사 건수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보수와 진보, 경제지와 종합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이처럼 적은 수의 기사를 생산하면서도 포털과 뉴스 제공 계약을 체결한 매체는 블로터닷넷이 유일하다. 블로터닷넷은어떤 기사를 생산하기에 이처럼 적은 기사로도 포털에 뉴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기사는 양보다 질로 승부한다

블로터닷넷은 기본적으로 기업체와 정부에서 하루에도 수십 건에서 수백 건씩 쏟아내는 보도자료를 처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기자들이 보도자료 처리 부담에서 해방돼 살고 있는 셈이다. 일반 대다수 매체들이 의무적으로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하는 보도자료를 처리하느라 깊이 있는 취재와 기사 작성에 필요한 시간을 빼앗기는 모습과 상반된다. 보도자료 처리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비하다 보면 당연히 기사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블로터닷넷도 중요도에 따라 보도자료를 처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수는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 처리되는 보도자료는 모두 커다란 파장을 가진 뉴스거리여야만 한다. 물론 기사화되는 보도 자료는 기자들이 앞뒤로 뒤집어 꼼꼼히 살피는 것은 물론이고 수술대에 올려놓고 조각조각 해부하고 해석한다. 그 결과물로 나오는 뉴스는 단순한 팩트 전달은 물론이고 산업 현장에 미치는 영향과 일반 개인들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심도 있게 다룬다.

온라인 뉴스의 특성상 지면과 방송 시간에 전혀 제약을 받지 않는 점도 이유지만 대다수 매체 기자들과 달리 블로터닷넷 소속 기자들이 기사 부담에 시달리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 블로터닷넷은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IT 관련 전문 블로거를 적극 활용한다. 블로터닷넷은 10명 가량의 전문 블로거를 필진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들 각자는 많으면 1주일에 한 꼭지의 정도의 기사를 생산한 뒤 자신의 불로그에 올려 블로터닷넷과 공유한다. 필진은 IT 기업의 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이거나 중소기업의 IT 관련 엔지니어들이 대다수다. 이들은 IT 현장에서 근무하는 만큼 기술동향과 사회의 IT 트렌드에 대해서도 해석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특히 이들 외부 필진 대다수가 회사 창립 이후 거의 모두가 이탈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원고를 보내주는 회사 발전의 공신들이다. 블로터닷넷에서 이들에게 아주 적은 수준의 원고료를 제공함에도 이탈하지 않는 이유는 블로터닷넷이라는 전문 매체의 필진이라는 자부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 외부 필진은 자신들의 명함에 블로터닷넷 객원기자라는 문구를 집어넣고 다닐 정도로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유명인들이 일반 종합지 오피니언면에 기고하면서 성취감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로 블로터닷넷의 외부 필자들도 고도로 전문화된 IT 매체 기고를 통해 비슷한 만족을 얻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또 블로터닷넷이 주관하는 세미나와 포럼에 강연자로 참가, 자기 가치를 높이고 있다. 블로터닷넷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필자와 강연자를 확보할 수 있어 좋고, 외부 필자들은 전문지에 기고를 하고 강연을 함으로써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어 ‘윈윈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기자가 많아 많은 뉴스를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유명 일간지의 자회사도 아닌 자그마한 온라인 뉴스 매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성에 목숨을 걸어

블로터닷넷은 창립 초기부터 다뤄 온 IT 분야를 제외하고는 다른 영역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지들이 종합지에 도전하고 IT 전문 매체가 종합경제지를 표방하며 영역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과 사뭇 대조된다. 이 회사는 영역 확대라는 달콤한 유혹을 이겨 내고 오히려 기자들의 취재 영역 축소를 장려하고 있을 정도다. 이 같은 결정에는 냉정한 자기 현실 파악이 선행됐기에 가능했다. 사실 적은 수의 기자로 매체를 운영하다 보니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질 여력도 부족하다. 때문에 선배 기자들이 후배 기자를 교육할 때마다 ‘관심 있는 분야 한

두 곳만 집중적으로 파고들라’고 가르친다. ‘한 놈만 골라 팬다’는 영화의 대사처럼 기자들도 자기가 좋아하거나 잘 아는 분야 한두 곳을 선택, 제대로 공부하고 사람과 기업을 취재한다. 상대하는 취재원들이 한정돼 있다 보니 시시콜콜한 가정사까지 주고받을 정도로 인적 네트워크도 긴밀해진다. 당연히 여러 분야를 맡아 취재하는 기자들에 비해 블로터닷넷의 기자들이 생산하는 기사의 전문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외부인들의 블로터닷넷에 대한 높은 평가로 이어진다. 외부의 인정은 블로터닷넷 기자들의 성취감을 한껏 고양시킨다. 이는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취재 영역에 대한 취재 열정으로 이어진다. 취재 영역 축소가 가져다 주는 선순환 모델이다.

블로터닷넷은 앞으로도 ‘전문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설립 초기의 원칙을 고수할 방침이다. 실제 창립 멤버인 김상범 대표도 회사의 매출과 수익성이 지금보다 크게 늘어나고 기자를 더 많이 채용하게 되더라도 취재 영역을 확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신 IT 분야를 더욱 세분화해 좀 더 깊이 있는 기사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무늬만 전문지가 아니라 깊이 있는 뉴스를 생산해내는 IT 매체로서의 위상을 한층 견고히 한다는 취지다.

전문지로서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른 블로터닷넷은 가늘고 작지만 이미 디지털 미디어사의 한 획을 그어 나가고 있다. 부족한 인적 자본과 물적 자본을 최대한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어 차후 새롭게 나올 신생 매체가 벤치마킹하기에 적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성 하나만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블로터닷넷은 언론계에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편집하기 https://docs.google.com/document/d/1vXEmQS0R5GZ6vta43uxC6ElcllZ2zcC5wD059pPk2wU/ed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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