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이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수익모델에 대한 궁금증을 갖습니다.

본질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영리기업입니다. 고객들이 예치한 돈을 금고 같은 곳에 그대로 방치해두지 않습니다. 적절히 운용해 수익을 창출해야 직원들 월급도 주고 운영비도 충당할 수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고객이 스테이블코인용으로 맡긴 돈을 얼마나 투명하면서도 안전하게 운영하느냐 여부입니다. 고객의 돈을 위험 자산에 투자해서 한 순간에 날려버리면 금융사기나 다름이 없습니다. 아직까지 스테이블코인사는 정부 규제와 보호범위 밖에 있기에 랭크런과 같은 사태가 나면 스테이블 코인 보유자는 한 순간에 알거지가 될 우려가 있기도 합니다.

스테이블 코인에 투자하기 전에 코인 발행사가 어떤 방식으로 자산을 운용하는지를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 디지털 금융의 미래>(박예신 저)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들이 자산을 어떤 형태로 보유하고 어떻게 운영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어떻게 돈을 벌까?’편을 골라서 읽고 10문단으로 요약했습니다.

1.수익 창출 방법은 여러 가지

채권을 사거나 예금 상품에 예치해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을 사서 수익을 올리거나 기타 수수료를 수취하기도 한다.

마치 은행들이 고객의 예금을 다시 대출해주거나 채권에 투자해 이자수익을 얻는 것과 비슷하다. 발행사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 주요 수입원은 미국 국채에서 나오는 이자다.

2.테더사의 수익창출

테더 테더의 담보자산은 대부분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고객들이 상환을 요청할 경우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2023년 8월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테더 전체 담보자산의 85%에 달한다.

2.1 담보자산 내역

세부적으로는 미국 국채, 오버나이트 레포(over night repo, 금융기관 간 하루짜리 단기자금), 머니마켓펀드, 현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75%가 미국 국채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구성 비율은 조정될 수 있다. 테더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1위답게 막대한 수익을 자랑한다.

테더 관계사들을 지배하는 테더 홀딩스 리미티드의 2023년 2분기 확인 보고서를 보면 2023년 4~6월 영업 순이익이 10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 이상이라고 한다.

직전 분기보다 30% 증가한 수치다.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한 덕분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테더는 725억 달러(약 93조 원)를 미국 국채, 환매계약 등에 투자했다.

3.테더사의 약점

테더 측은 단지 담보자산 및 부채를 정리한 스냅샷을 보고서에 첨부했다. 그리고 스냅샷의 담보자산 및 부채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테더 발행량이 일치한다는 점을 BDO라는 회계감사법인이 확인하고 서명했을 뿐이다. 일견 그럴듯해 보일 수 있다.

3.1 테더 측의 확인 보고서에 의문 제기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정도 수준의 확인 보고서로는 유사시에 현금을 100% 상환해줄지 확신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회계감사는 기업의 담보자산이 실재하는지(실재성), 기업이 자산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지(권리와 의무), 발표한 매출이 실제 매출인지(발생 사실), 발표한 부채와 채무에 숨김은 없는지(완전성) 등 다양한 항목을 감사한다.

그렇다 보니 언론과 전문가들은 테더 측의 확인 보고서에 꾸준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4.테더의 중국 상업어음 투자 논란

테더는 한때 고객이 예치한 현금의 상당수를 고금리 중국 상업어음에 투자해 논란에 오른 적이 있다. 2021년 3월 테더 측은 담보자산의 절반 이상을 중국농업은행, 홍콩중국은행, 교통은행 등 중국계 금융기업의 어음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4.1 헝다사태

2021년 9월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가 유동성 위기로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정부의 대출 규제로 돈줄이 말라버린 탓이었다. 이른바 ‘헝다 사태’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헝다가 부채 약 320조 원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헝다 사태의 불똥은 테더로 튀었다.

4.2 테더의 유동성 위기

몇몇 언론들은 테더 자본의 다수가 헝다와 관련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헝다가 파산할 경우 테더의 유동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행히 테더 측은 2022년 10월 공식 성명을 통해 담보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상업어음 300억 달러(약 42조 원)를 전액 매도하고 미국 국채를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테더 가격에 불안감을 주는 요소를 차단한 것이다.

5.USD코인(써클)의 투자 내역

USD코인의 담보자산 구성 내역은 테더에 비해 훨씬 단순하다. 대부분 ‘리저브 펀드’로 구성돼 있고, 은행에 현금(미국 달러)이 일부 예치돼 있다. 리저브 펀드는 자산운용사에서 판매하는 펀드처럼 여러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5.1 미국 단기 국채 위주 투자

리저브 펀드는 아무 금융상품에 투자하지 않는다. 대부분 미국 단기국채처럼 유동성이 높고 안정적인 금융상품에 투자한다. 단기국채는 유사시에 재빨리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기 좋은 상품이다.

그래서 USD코인 보유 고객이 상환을 요청하면 거의 즉시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발행사인 서클은 국채에서 나오는 이자수입을 안정적으로 거둘 수 있다.

5.2‘RP 7일물’

2023년 8월 기준 서클 리저브 펀드는 미국 재무부 환매조건부채권(Repo, RP) 65%, 미국 재무부 국채 34%로 구성돼 있다.

미국 재무부가 자금 조달을 위해 판매하는 환매조건부채권은 특정 기일 내에 다시 사들일 것(환매)을 약속하는 것이다. 이런 조건으로 판매되는 채권을 ‘RP 7일물’이라고 한다.

미국 재무부 RP 7일물은 구입 후 아무리 길어도 일주일 이내에는 ‘무조건’ 원금과 이자를 수령할 수 있는 채권이다.

6.서클의 매출 전망

USD코인 발행사 서클의 매출 전망은 밝지 않다. USD코인의 담보자산 일부가 예치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실버게이트가 2023년 3월 갑자기 파산하면서 시장에 불안감이 조성된 탓이다.

당시 서클 측은 USD코인 보유 고객들의 예금 상환에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6.1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여파

그러나 USD코인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잠시 페깅이 깨지기도 했다. 이후 USD코인의 시가총액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추세다.

서클이 리저브 펀드나 예금을 통해 운용할 수 있는 자산의 절대 액수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23년부터는 서클의 매출 데이터 자료를 구하기도 어렵다.

그나마 2022년 9월 마감 분기의 매출 자료가 가장 최근 데이터다. 당시 서클은 2억 7,400만 달러(약 3,570억 원)의 매출과 이자수익을 거뒀으며 순이익은 4,300만 달러(약 560억 원)였다.

7.다이(DAI)의 자산운용

다이 초창기에 다이(DAI)는 이더(ETH) 같은 가상자산을 담보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탈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이라고 불렸다.

이후 담보의 종류가 USD코인, 팍스달러(USDP) 같은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랩드 비트코인(WBTC) 같은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으로 확장되었다.

담보자산의 유형이 실물자산으로 대폭 확장된 것이다.

7.1‘RWA’가 대략 40% 비중 차지

2023년 8월 다이의 담보를 보면 이더만큼이나 USD코인, 팍스달러, 제미니달러(GUSD) 같은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비중이 크다.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대체로 미국 달러와 미국 재무부 단기국채 등을 담보로 안정성을 유지한다. 다이의 담보는 스테이블코인 외에 ‘RWA’가 대략 4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8.‘RWA’

RWA는 실물자산(Real World Asset)의 약자로 최근 블록체인 업계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국채, 회사채, 매출채권,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경제에서 매매되는 자산이다.

다이의 담보 유형이 비(非)가상자산으로 확대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다이가 특정 담보에 지나치게 의존할 때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이면서 동시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8.1 SVB 파산 사태 영향

2023년 3월 터진 SVB 파산 사태로 인해 USD코인의 가격이 1달러 아래로 하락하자 다이의 가격도 덩달아 1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USD코인의 100% 상환 가능성이 불확실해지자 시장의 공포감이 다이로 전염된 탓이었다.

당시 다이 또한 담보자산의 상당량이 USD코인으로 교환돼 기관용 금융상품에 투자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커뮤니티에서는 다이의 안정을 위한 방향성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9.디파이 시장 수익성에 대한 문제

디파이 시장은 2022년 들어 급격한 약세로 전환되면서 수익률이 크게 하락했다. 한때 수백 퍼센트의 이자를 제공하는 디파이 플랫폼도 있었지만, 약세장이 되자 디파이의 평균 이자수익률은 2~3퍼센트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다이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구입해 디파이에 예치해 이자수익을 벌고자 하는 수요도 크게 줄어들었다.

9.1 악순환 발생

기본적으로 디파이는 높은 이자율을 토대로 많은 사람들이 활발하게 가상자산을 예치하고 대출해야 자생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런데 이자율 자체가 낮으니 사람들이 디파이를 안 찾게 되고, 그러면서 디파이의 총예치물량(TVL)이 감소해 수익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 것이다.

9.2 미국 채권 투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답 중 하나는 미국 채권이다. 기준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미국 채권은 이자율도 높고 안정적인 자산이다.

다이 커뮤니티인 ‘메이커다오’ 참여자들은 다이의 담보 유형을 채권으로 확장하는 안건을 논의해 5억 달러(약 6,500억 원)어치의 다이를 미국 단기국채 및 미국 회사채 매입에 활용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10. 메이커다오의 수입원

첫째 안정화 수수료다. 다이의 가격을 ‘안정화’하는 명목으로 다이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이자라는 뜻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다이에 대한 대출이자다. 이 수수료가 높아진다면 당연히 발행 수요가 줄어든다.

안정화 수수료가 높아지면 다이의 공급은 줄어들고 가격은 상승한다.

10.1 RWA 이자수입

또 다른 수입원은 RWA 이자수입이다. 메이커다오는 2022년 5억 달러를 미국 단기국채와 회사채 같은 RWA에 투자했다.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채권 이자가 높아진 상황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2023년 8월 기준으로 RWA가 40% 정도 다이 스테이블코인의 담보로 잡혀 있다.

10.2 RWA 수익 비중 높아

과거 사례이긴 하지만 메이커다오는 ‘코인베이스 프라임’이라는 기관투자자 전문 플랫폼에도 5억 달러어치의 USD코인을 예치해 수입원을 늘렸다.

2023년 외신 보도에 따르면 메이커다오가 2022년 중반부터 1년간 거둔 수익의 80%는 RWA에서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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