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현장에서 리더들이 갖춰야 할 기본 소양으로 색과 폰트에 대한 지식을 꼽습니다. 경영 리더들은 수시로 회사 이미지, 제품 이미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디자인 요소를 결정해야 합니다.

CI, BI는 말할 것도 없고 회사 홈페이지, 뉴스레터, 이벤트 홍보물 등 모두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디자인 관련 요소에 리더가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저는 2009년 무렵 CI를 변경하는 프로젝트 PM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의사결정회의에 참석하는 임원들의 평소 컬러와 폰트에 거의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가 회의석상에서 의견을 말해야 하는 입장에 처합니다. 그렇다 보니 평소 취향과, 인상비평 수준의 지식으로 중요한 디자인 의사결정에 참여합니다,

저 역시 CEO로서 일할 때 얕은 디자인 지식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늘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다가 ‘컬러의 일’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이 책을 사무실 책상위에 두고 웹사이트의 톤앤매너를 결정하는 프로젝트 등 디자인 관련 일을 만나면 펼쳐보곤 했습니다.

세계적인 색채전문 기관인 팬톤(Pantone)은 2000년부터 매년 12월, 전 세계의 사회·문화적 흐름을 분석해 ‘올해의 컬러’를 발표합니다. 이 발표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패션, 뷰티, 인테리어, 그래픽 디자인 등 산업 전반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입니다.

팬톤이 선정한 2026년 올해의 컬러는 클라우드 댄서(Cloud Dancer)입니다.

이 색상은 팬톤 역사상 처음으로 선정된 화이트 계열의 올해의 컬러입니다. 순수한 흰색보다는 아주 연한 베이지나 회색빛이 감도는 오프 화이트(Off-white) 톤으로, 복잡한 세상 속에서의 ‘고요함’과 ‘평온함’을 상징합니다. 오프 화이트는 순수한 흰색(Pure White)에 다른 색조가 아주 살짝 섞인 ‘변형된 흰색’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또 영국의 트렌드예측 전문기업인 WGSN은 안정감과 자연을 상징하는 청록색인 ‘트랜스포머티브 틸(Transformative Teal)’을 올해의 컬러로 제시했습니다.

로라 페리먼의 ‘컬러의 일(The Colour Bible)’중에서 팬톤이 올해의 컬러로 고른 ‘흰색 & 페일’편을 골라서 요약했습니다.

1.흰색과 페일이란?

이 얌전한 색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쳐 버리기 쉽다. 하지만 흰색 계열의 미묘함을 알아채는 법을 배운다면 우리는 이 색이 언뜻 보기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흰색은 빛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우리 눈은 페일 톤(Pale Tone:채도는 낮지만 가장 밝은 계열)의 변화를 잘 감지한다. 색상이 흰색에 가까울수록 더 많은 빛이 우리의 눈에 반사되기 때문이다.

2.컬러와 문화, 감정적인 반응

어떤 색이든 맥락과 문화가 감정적인 반응에 영향을 준다. 이런 미묘한 차이는 다른 색보다 페일 계열에서 분명하게 관찰되기 쉽다.

예를 들어 손바닥에 놓인 멋진 페일 조약돌은 특별하고 순수하며 깨끗해 보이지만, 같은 색을 방 전체에 칠하면 방이 차가운 병실처럼 보인다.

최초의 흰색 안료인 백악과 불에 그을린 뼈는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에서는 하얀을 뜻하는 백(시로)는 ‘텅 비어 있음’을 나타내고, 중국에서는 흰색은 변화를 뜻하므로 죽음과 슬픔, 거듭남을 의미한다.

백지, 깨끗한 석판(영미 문화권에서는 새로운 시작을 뜻하는 표현이다), 새로운 삶을 의미하는 흰색은 앞으로 서서히 채워나갈 빈 공간이 될 수 있다.

3. 흰색의 극치

흰색의 극치인 브릴리언트 화이트도 있다. 타이타늄 화이트라고 불리는 이 색은 지금은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20세기 초 까지는 구할 수 없는 안료였다.

이 빛나는 흰색은 사용자들이 신뢰하는 ‘안전하고 깨끗한 ‘신호를 전달하며 눈에 확 띄는 도로 표시부터 주방용품, 의료용품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이 색을 폭넓게 사용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었다.

1950년대 후반 미니멀리즘이 확산되면서 무채색은 정점에 도달했다. 빛을 인식하고 경험하는 텅 빈 하얀 공간을 이상적으로 그렸기때문인데 이런 미적인 가치는 지금도 유효하다.

구글, 페이스북같은 기술회사는 글씨와 배경에 흰색을 두루 배치한다. 애플은 색이 조금 들어간 흰색과 밝은 메탈색을 브랜드의 핵심 팔레트로사용하여 제품에 중요하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불어넣으며 제품의 질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4.은화 현상 Iridescence 활용

최근에 컨템퍼러리 디자이너들과 과학자들은 진주를 비록한 특정 물질에서 자연 발생하는 은화 Iridescence 현상을 연구하기도 한다. 은화현상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색은 안료가 아니라 물질 구조가 빛과 상호작용한 결과로 색 자체를 다른 방식으로 보도록 영감을 준다.

5.초코화이트(백악白堊 :Chalk)

바다는 미세한 식물성 플랑크톤의 퇴적물을 남겼고 세월이 흘러 탄산칼슘, 즉 백악이 되었다. 영국 해협의 흰 절벽은 백악층으로 유명하다.분말형태로 잘 부서지는 부드러운 흰색 물질인 백악은 광물과 색이 합쳐진 것으로 물질적 특성이 사용법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칠판 아스팔트 포장재, 사람의 몸에도 갈겨쓸 수 있는 백악은 즉각적인 소통의 수단이다. 에디오피아의 카라족은 전통적으로 연인을 찾고 적을 위협하기 위해 몸과 얼굴을 백악으로 칠했다.

6. 레드 화이트(연백 Lead White)

플레이크 화이트라고도 알려진 레드 화이트는 예술가들이 주로 사용한 흰색 안료다. 이 위험한 색은 19세기에 합성안료가 개발되고 나서야 대체됐다. 독성분이 있는 이 안료는 1970년대 금지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가정용 페인트, 법랑 그릇, 화장품에 사용되었다.

레드 화이트 유산은 현대 화장품에도 남아 있는데 다행히 우리가 바르는 컨실러(concealer)에는 독 성분이 들어 있지 않다. 완벽한 피부는 결코 손에 넣을 수 없고 치명적이이라는 교훈을 레드 화이트에서 배워야 한다.

7. 플라스터(석회 Plaster) 완벽한 바탕인 플라스터는 분홍색이 약간 도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페일이다. 석고, 물, 재로 만들어진 석회는 초기 문명사회에서 갈대로 만든 집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용됐다. 로마시대 부유한 사람들은 벽에 회반죽을 바르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프레스코 벽화로 건물을 꾸몄다.

현대 디자인은 따뜻한 지역의 인테리어에서 주로 보이는 석회와 백악질의 그윽한 분위기를 점점 더 그리워 하고 있다. 연한 석회 벽은 촉감과 색, 심지어 그 장소에 대한 감각마저 환기시킨다. 이는 인테리어에서 날 것 그대로 표면처리를 원하는 새로운 요구와 말 맞아 떨어진다.

환경을 의식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플라스터는 친환경 재료 측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8. 본(Bone)

고대 인류가 동물의 뼈를 화덕에 구우면서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안료가 탄생했다. 까끌까끌하고 희끄무레한 이 무기질은 석회화된 상태라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을 띤다. 조금 덜 섬뜩한 대체품이 생기고 나서 안료로서는 쇠퇴했지만, 뼈 자체는 예술의 역사와 오래도록 관계를 맺어왔다.

죽음후에 인간이 남긴 자취는 계속해서 우리를 매료하는 주제이자, 오늘날까지도 예술가에 영감을 불어넣는 원천이다. 스위스 예술가인 올라프 브루닝은 2002년 설치 미술에서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뼈저리게 상기시키는 장치로서 방과 정원에 해골을 전시했다.

9. 타이타늄 화이트 Titanium White

흰색중에서 가장 흰색으로서 타이타늄 화이트는 20세기 초에 안료형태로 발명되었다. 레드화이트보다 은폐력이 두 배나 뛰어나고 이전의 흰색보다 빛을 훨씬 더 반사하기에 도료로 사용될 때 훨씬 밝아 보인다. 이 색은 예술과 디자인에서 흰색 사용법을 완전히 바꿔 놓았고, 흔히 보는 밝은 톤을 탄생시켰다.

브릴리언트 화이트라고도 불리는데, 이 색은 좋은 품질의 상징이 되었다. 애플은 순수한 흰색과 양극산화 처리한 밝은 금속을 주요 제품의 팔레트로 사용해 산만함을 줄이고 자신의 디자인 언어를 최대한 살렸다. 샤넬 칼 라거펠트 전 수석 디자이너는 “검은색과 흰색은 언제 봐도 현대적이다. 그게 무슨 의미가 됐든”이라고 말했다.

10. 루너 화이트 Lunar White

달의 신비함은 예술가와 과학자들을 매료시켰다. 프란시스코 고야는 1789년 ‘마녀들의 안식일’에서 달을 ‘다른 세상’으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하얀 빛으로 표현했다. 터너의 ‘전함 테메레르’에서 가느다란 초승달의 진주처럼 영묘한 빛이 전체 그림의 분위기를 장악한다.

2007년 해비타트는 버즈 올드린과 협력해 문버즈 램프를 만들었다. 1969년 올드린이 발을 내디딘 달의 표면을 완벽하게 재현한 미니어처였다. 오디오 회사인 소노스는 실내와 조화를 이루는 기기에 대한 수요에 부응하여 무브 스피커를 출시했다. 눈에 거슬리는 정도로 환한 브릴리언트 화이트나 짙은 검정대신 고용한 루너 화이트를 선택한 것이다.

11. 글레이셜 아이스 Glacial Ice

1893년 노르웨이 탐험가 프리드쇼프 난센은 “북극의 밤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상상속에서나 볼 법한 너무나 영묘한 색으로 칠해진 꿈의 세계다. 한가지 색이 녹으면 다른 색으로 번진다”라며 차가운 하늘색 언더톤을 반사하는 브릴리언트 화이트의 광활함에 강하게 매료되었다.

인류가 스스로 초래한 기후 변화의 충격과 그로 인해 우리가 잃을 수도 있는 중요한 가치를 깨닫는 동안, 이 색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12. 아키텍추럴 화이트 Architectural White

흰색은 열린 공간, 개방성, 영성과 연관성을 맺어왔다. 이 색은 환하고 부드러우며 중성톤 성격을 띠고 있어 디자인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다. 20세기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흰색을 사용하여 단순한 순수성을 강조했다.

1980년대 영국 건축가 존 포슨은 아키텍추럴 화이트를 자신의 시그니처로 정해 평화롭고 깔끔한 미니멀리즘과 짝을 지어 건물 안의 공간성을 향상시켰다. 포슨은 캘빈 클라인 매장을 상징하는 깔끔함을 구상했고, 이언 슈레거(부티크 호텔의 창시자)가 경영하는 부티크 호텔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에서 번지르한 화려함만을 제거해 이 호텔을 유명한 장소로 만들어줬다.

13. 펄 (진주 Pearl)

파닥이는 잠자리의 날개에 비치는 빛이나 비누 거품, 진주,조개껍데기에서 반짝임을 본 적이 있다면 옅은 색이 일렁이며 선명해지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일몰이 비추면 크림 같은 톤의 펄 화이트는 아름답고 미묘한 광택을 자랑한다. 은화 현상이라고 알려진 이 현상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구조색의 한 예이며 안료가 아니가 빛의 작용으로 생기는 비물질적인 색이다.

존 제임스 오듀본은 이 현상을 작품으로 남기기 위해 다채로운 색감의 이국적인 새들을 그렸다. 하지만 은화현상의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담을 수있는 표현 수단이 부족했기에 한계가 있었다.

20세기 중반부터 연구개발 덕분에 은화 현상을 모방한 인공 재료가 계속 발명되고 있다. 자동차 도료와 화장품부터 지폐위조 방지 기술까지 은화 현상이 적용되는 분야는 매우 넓다.

자연적인 은화현상의 표면, 그 위의 유체와 너울거리는 색상을 가까이서 살펴보면 우리가 아직 전부 밝혀내지 못한 색의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참고 정보

클라우드 댄서(Cloud Dancer, PANTONE 11-4201)의 디지털 색상 값

  • HEX (헥사코드): #F0EEE9
  • RGB: (240, 238, 233)

관련 링크:뇌가 젊어지는 독서급관, 귀독서(좋은 습관 연구소, 우병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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