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고 나서 시간이 지난 후에 줄거리를 기억이 나는데 소설속 캐릭터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 줄거리는 잘 기억나지 않아도 캐릭터는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속 홈즈라는 캐릭터는 문학성과 상관없이 누구나 기억하는 강력한 캐릭터입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대중들이 즐겨 읽는 추리소설 장르에서 홈즈만큼 국경과 인종을 넘어서 장수하는 캐릭터를 찾기 어렵습니다.
헤스케드 피어슨(Hesketh Pearson)의 ‘A. 코난 도일:셜록은 셜록’은 도일은 누구이며, 어떤 계기를 통해 홈즈라는 캐릭터를 창조했는지를 잘 담고 있습니다. 또 이 책은 홈즈의 존재를 빛내주는 조수이자, 기록자 역할을 하는 왓슨박사라는 캐릭터가 도일 자신에게서 빌어왔음을 잘 보여줍니다.
피어슨은 영국의 전기작가로서 버나드 쇼, 찰스 디킨스,오스카 와일드 등 영국의 유명 작가들의 전기를 집필하였습니다. 피어슨의 전기는 우리가 몰랐던 작가의 진짜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또 이런 전기를 통해 대가들의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합니다.
도일 전기에서 ‘셜록 홈즈의 탄생’편을 골라 읽었습니다.
1.홈즈 캐릭터의 탄생
데본셔 테라스는 영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캐릭터를 창조한 소설가가 한동안 살았던 곳이다. 홈즈는 디킨스의 가장 유명한 캐릭터 보다도 더 유명해질 기세였다.

홈즈 이야기는 중심인물이 빛나면서 상대적으로 주변 인물이 희미해지는 효과에 기대고 있다. 왓슨은 사실 비범하지만 희미하게 빛나서 홈즈의 탁월함을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디킨스라면 왓슨을 끔찍한 인물로 만들었을 것이다.
오늘날 ‘진짜 로미오’ ‘빌어먹을 샤일록’ ‘지독한 로빈슨 크루소’ ‘망할 셜록 홈즈’ 하면 누구나 다 알아듣는다. 이에 비해 돈키호테, 빌 사이크스, 햄릿, 스크루지, 아트폴 다저 같은 캐릭터는 식자층과 읽고 쓸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유명하다.
1.1 홈즈는 사냥꾼이자 추적자
하지만 앞의 네 개 캐릭터는 인간 본성에 내재된 영원한 열정을 저마다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들이다. 로미오는 사랑을, 샤일록은 탐욕을 크루소는 도전을,홈즈는 스포츠를 상징한다. 홈즈는 사냥꾼이며 추적자이며 블러드 하운드와 포인터와불독의 복합체로 여우사냥개가 여우를 쫓듯 사람들을 끝까지 쫓는다.
2.1880년~1890년의 런던은 그냥 홈즈의 런던
흥미로운 점은 홈즈는 모든 위대한 문학작품속 캐릭터처럼 견고한 창조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의 존재를 믿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암시성 짙은 신비로움은 전적으로 부족하지만 셜록은 사진처럼 생생하다. 그는 어떤 소설속 캐릭터보다 상황을 연상하게 하는 힘이 뛰어나다. 우리에게 1880년~1890년의 런던은 그냥 홈즈의 런던이다.
3.홈즈의 모델, 조지프 벨 박사
돈키호테에서 산초 판사가 있듯 홈즈에게는 왓슨박사가 있다. 홈즈와 왓슨 모두 실제 모델이 있었다. 코난 도일은 언제나 에딘버러의 의과의사 조지프 벨이라고 대답했다.
벨이 도일의 상상을 자극했고 도일의 상상은 일단 고삐가 풀리면 원본을 훨씬 능가했다. 말랐지만 강단 있고 어딘가 그늘진 사람이었던 벨은 예리하게 꿰뚫어 보는 듯한 회색 눈과 매부리코, 귀에 거슬리는 고음의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4.뒤팽 등 홈즈에 영향을 준 소설 탐정
조지프 벨외에 몇몇 소설 캐릭터 역시 홈즈의 탄생에 일조했다. 볼테르의 쟈딕이 홈즈의 예리함을 보여준 최초의 캐릭터다. 디킨스의 버켓 탐정, 윌키 콜린스의 커프 경사, 애드거 앨런 포의 뒤팽이 홈즈의 자양분이다. 도일 스스로는 포에게 여러모로 빚졌다는 것을 인정했다.
사실 홈즈가 다른 소설 캐릭터에게 빚을 졌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도일이 탐정에게 생기와 개성을 불어넣은 첫번째 작가이자 중심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스릴넘치는 재미있는 단편 소설을 쓴 마지막 작가 될 지 모른다는 점이다. 뒤팽은 죽은 캐릭터이며 그저 말하는 기계다.
5.추리보다 소설을 우선시
도일은 역사를 소설보다 중요하게 여겨서 역사 소설을 망쳤지만 추리 소설을 쓸 때는 그런 실수를 한 적이 없었다. 도일은 언제나 추리보다 소설을 우선시했다.
그는 재미있는 소설보다 과학논문을 선호하는 홈즈의 펜으로 역사를 쓰고, 과학논문보다 재미있는 소설을 선호하는 왓슨의 펜으로 홈즈시리즈를 쓴 것 같다.
6.왓슨은 도일 자신
왓슨은 실제 모델을 따로 찾아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심하게 도일스럽다. 도일은 자신도 모르게 종종 왓슨에게 자신을 투영했다.
“매사에 과학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뭐든 이야기로 보려는 자네의 치명적인 버릇때문에 유익하고 고전으로 남아 있을 수도 있었던 논증이 망가지곤 하지” 홈즈가 왓슨에게 한 이 말은 왓슨이 도일이라는 우리의 추론에 힘을 실어준다.
7.기차 여행객을 위한 추리 소설 구상
도일이 홈즈라는 캐릭터로 단편 시리즈를 써야하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기차 여행객을 공략한 월간지들이 막쏟아져 나오는 시기였다.
그는 캐릭터 하나가 시리즈를 관통하되 시리즈의 매회는 그 자체로 완결되어서 잡지 구매자가 언제나 그 잡지는 재미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인 절충안이었다.
7.1 홈즈 인기의 시작
도일은 스트랜드 매거진에 ‘보헤미아의 스캔들’을 보냈다. 당시 안과 개업의 였던 도일은 환자가 오지 않아 진료실에서 집필에 몰두했다. 그는 집필 도중 심한 몸살 감기를 앓고 나서 “모두가 찾는 작가로 먹고 살려고 하지 않고 아무도 찾지 않는 안과 의사로 먹고 살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7.2 홈즈, 누구나 아는 이름
스트랜드 잡지 연재를 통해 인기와 돈을 벌면서 그는 교외에 주택을 구입해 가족과 함께 이사했다. 그 무렵 도일은 문학계의 유명 인사로 급부상했다. 주홍색 연구와 네 사람의 서명 등 장편은 인기를 안겨주지 못했지만 스트랜드 매거진의 단편들은 홈즈를 누구나 아는 이름으로 만들었다.
8.숙고의 산물
홈즈라는 이름은 영감의 산물이 아니라 끈질긴 숙고의 산물이었다.도일은 종이 한 장을 펼쳐놓고 어울리는 이름을 찾는 일에 몰두했다. 셔링퍼드 홈즈, 셔링턴 호프를 썼다가 나중에결국 종이 맨 아래쪽에 있는 셜록 홈즈라는 이름이 남았다.
그는제일 먼저 사건과 해결책을 생각해내고 이야기기의 윤곽을 잡은 다음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도일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특별히 아끼는 캐릭터를 망칠까봐 두렵기는 하지만 새로운 시리즈(셜록 홈즈의 회상록)을 완주할 만큼 소재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시리즈의 첫 편은 ‘실버 블레이즈’로서 그의 가장 뛰어난 단편 중 하나다.
9.홈즈에 대한 도일의 부담감
도일의 홈즈에 대한 애정은 회상록까지 였다. 부인과 스위스로 라이헨바흐 폭포를 보러갔다고 아이디어를 얻은 도일은 스트랜드 겨울호에서 탐정을 죽이고 편지를 친구에게 보냈다. 그를 다시 살릴 수 없는 없을 거야. 나는 그를 푸아그라처럼 과다 복용했어.
하지만 독자들은 애원했고, 편집자는 회유했고, 대인들을 걱정시켰고, 출판사들은 뇌물을 주려고 했고 어떤 사람들은 협박까지 했다.
결국 그의 지출이 발목을 잡아 한 친구에게 들은 다트무어 사냥개에 대한 전설을 소재로 ‘버스커빌 가문의 개’를 1901년 8월부터 1902년 4월까지 스트랜드 매거진에 연재했다. 이어 1903년 10월 빈 집의 모험으로 새 시리즈 ‘셜록 홈즈의 귀환’을 시작했다.
10.시드니 패짓의 삽화속 홈즈 이미지
홈즈의 유명한 삽화 초상화는 도일이 상상하던 홈즈가 아니었다. 스트랜드 매거진에 처음으로 홈즈의 삽화를 그린 시드니 패짓은 자신의 남동생을 모델로 삼아 우리가 아는 홈즈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도일은 큰 매부리 코와 눈이 작고 가운데 몰려 있는 인물로 상상했다. 패짓의 홈즈는 대중이 상상하는 홈즈가 되었고, 그 이미지는 무대나 스크린에서 형사를 연기한 배우들에 의해 더욱 강화됐다.
11. 홈즈 후기작에 대한 엇갈린 평가
장편 공’포의 계곡’은 최초이자 최고의 장편 갱스터물로 애드거 윌러스의 전성기 출간됐음에도 높은 인기를 얻었다. 그후 도일은 단편집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 셜록 홈즈의 사건집을 냈다.
그후 도일은 단편집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1917)과 ‘셜록 홈즈의 사건집’(1927)을 냈다. 그는 추리소설은 단편이 이상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네개의 장편을 쓸 때 셜록을 과용하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이야기안에 이야기를 집어 넣어서 흥미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11.1 최소한 수준은 지킨다
사람들이 후기 홈즈 시리즈 후기작들이 전기작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고 불평하면 그는 거의 매번 반박했다. 그는 후기작에 대한 독자의 불만에 대해 이렇게썼다. “나 스스로가 홈즈 시리즈를 대단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변변찮은 작품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수준은 지킨다”
11.2 홈즈에 대한 영원한 작별 인사
셜록 홈즈의 60번째이자 마지막 모험인 ‘쇼스콤 고택’은 스트랜드 매거진 1927년 4월에 등장했다. 도일은 전 세계 수백만명에게 소설 캐릭터로는 다른 누구보다 큰 기쁨을 선사한 두 캐릭터의 창조자로서, 어른들을 위한 최고의 동화를 쓴 작가로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
“독자 여러분, 셜록 홈즈에게 영원한 작별인사를 하시길. 변치 않는 성원에 감사드리며 그러한 성원의 대가로 여러분이 삶의 근심에서 잠시 눈을 돌리고 소설이라는 상상의 왕서만 일어나는 생각의 변화를 경험하시기 바랄 뿐입니다.”
관련 링크:뇌가 젊어지는 독서급관, 귀독서(좋은 습관 연구소, 우병현 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