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투자은행계에서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속에서 메릴 린치 등 다른 투자은행처럼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 시기에 골드만삭스를 이끌었던 CEO는 로이드 블랭크파인입니다. 블랭크파인은 뉴욕 브롱크스 빈민가에서 성장한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펌에서 일했던 변호사 출신입니다.

그는 세법 전문 변호사일을 하다가, 제이 아론이라는 트레이딩 회사로 자리를 옮깁니다. 이 회사는 금과 같은 실물을 거래하는 회사로서 금융업의 본류에서 떨어져 있었습니다.

월스트리트 기준에서 보면 아웃사이더에 가까운 블랭크파인이 골드만삭스를 투자 금융계의 간판스타로 자리 잡게 만든 리더십의 실체가 무엇일까요?

생존 지능의 영어 제목은 ‘Streetwise: Getting to and Through Goldman Sachs’입니다. 스트리트와이즈(Streetwise)는 이론보다 거친 현장에서 부딪히며 얻은 지혜와 생존 감각을 뜻하면서 또 1984년 영화 제목에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블랭크파인이 왜 이 단어를 책 제목으로 사용했는지를 책 몇 페이지만 읽어도 이해됩니다.

스트리트와이즈는 험악한 동네에서 자라면서 익힌 위험 대처 능력을 투자 세계에서도 잘 활용하여 큰 성취를 이룬데 대한 정체성을 담은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는 “리스크 관리의 관점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예측이 아니다. 비상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1.미국 경제의 반대편에 베팅하지 마라

미국 경제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놀라울 만큼 강인한 회복력이다. 1998년 러시아의 채무불이행,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이후의 시장 침체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그 누구보다 강하고 빠르게 회복했다.

워런 버핏은 2016년 주주 서한에서 이렇게 썼다. “지난 240년 동안 미국에 반대하는 베팅을 한 것은 끔찍한 실수였다.” 이제 그 숫자를 업데이트할 때가 됐다. 지난 ‘250년’ 동안 그것은 끔찍한 실수였다.

1.1 리스크 감수

미국 경제의 힘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위기에서 회복하며, 결국 이를 극복해 내는 특유의 문화와 규제가 다소 완화된 자본주의 작동 방식 덕분이다.

미국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사람을 존중하고, 실패한 이에게도 언제든 다시 기회를 주는 개인주의적 사회다. 미국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는 덕목은 손쉽게 얻은 성공이 아니라 회복력이다.

나는 문제나 악평에 휩싸여 괴로워하는 리더들에게 “축하합니다. 당신은 방금 회복력과 인품을 증명해 보일 절호의 기회를 얻으셨습니다”라고 조언한다.

2.정부의 역할

회복력은 정부 차원에서도 작동한다. 자본주의가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도록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불가피한 순간들이 있다.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말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처럼 때로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기도 한다.

시스템이 주기적으로 붕괴할 때, 그 신뢰를 회복시킬 만큼 거대한 대차대조표를 가진 주체는 결국 정부뿐이다.

2.1 과도한 규제의 부작용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입법자들은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내라고 아우성쳤지만 그것은 헛된 희망이다.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과잉으로 치닫는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미래의 금융 위기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시도는 아마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악당을 찾아내 굴욕을 주고 처벌하려는 흐름은 혁신과 성장에 필수적인 ‘야성적 충동’을 과도하게 억제하는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

2.2 리스크 감수 금지의 부작용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위기를 막겠다고 법을 만드는 것은 꼬리 전체를 잘라 버리는 것뿐이다. 대규모 리스크 감수를 금지하고 경제 전체를 안전한 국채 시장처럼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런 비난과 책임 공방은 오래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분위기는 가라앉고, 금융 시스템은 다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마치 속도를 늦췄던 차가 다시 도로 위로 올라와 가속하는 것처럼 말이다

3.회복력뿌리, 리스크 이해

우리의 본성과 감정은 리스크 이해를 방해한다. 사람들은 대개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는 데 서툴다.

우리는 현재와 가까운 과거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며, 우리가 겪고 있는 사건들이 유례없고 독특한 것이라 착각하지만 실상은 결코 그렇지 않다. 진행 중인 위기는 언제나 가장 최악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3.1 더 위험한 시기는 없었다?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더 위험한 시기를 겪은 적은 없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남북전쟁, 쿠바 미사일 위기를 생각해보라.

미국 사회가 지금처럼 양극화된 적이 없다는 말 또한 헛소리다. 내 기억 속에는 존 F. 케네디, 메드거 에버스, 로버트 F. 케네디, 마틴 루서 킹 주니어의 암살 사건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는 주 방위군이 켄트 주립대와 잭슨 주립대 교정에서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를 하던 학생들에게 총을 쐈다.

3.2 투자금융계 진출하려면 역사학을 공부하라

우리 부모 세대와 조부 세대가 냉전과 베트남 전쟁, 그리고 1960년대의 격동을 이겨 냈다면, 오늘날 그보다 덜한 위험들을 우리가 이겨 내지 못할 이유는 없다.

대학에서 무엇을 공부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해 올 때면, 나는 늘 수학이나 경제학 대신 역사를 추천한다.

이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감각, 역사적 사이클에 대한 의식, 그리고 일시적인 변화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변화를 구분하는 능력은 매우 소중하기 때문이다

4. 리스크란?

미래의 리스크는 달라지지 않았을지 몰라도, 참사 직후에 느껴지는 리스크의 체감도는 완전히 다르다.

모든 사람과 모든 상황이 한 방향으로 쏠릴 때, 냉정함을 유지하며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럴 때 역사에 대한 인식은 미래를 판단할 기준점을 잡는 데 도움을 준다.

4.1 “리스크는 위험한 것”

나는 종종 사람들에게 “리스크는 위험한 것”이라고 상기시켜 준다. 어떤 면에서는 뻔한 말처럼 들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을 바라보는 데 아주 중요한 관점이기도 하다.

골드만 같은 회사는 근본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즈니스를 한다. 리스크 관리의 가장 큰 난관은 리스크에 대해 객관적이거나 완전히 이성적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4.2 미래 예측은 불가능

냉전의 종식, 중국의 부상, 인터넷의 등장, 그리고 인공지능이 가져온 급격한 변화까지, 내 생애 가장 큰 변화들은 대부분 예측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실제로 닥치기 전까지는 거의 예측이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미래를 예측한다고? 우리는 현재조차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다. 전문가들의 논평은 그저 오락일 뿐이며, 훌륭한 논평이라 해도 결국 훌륭한 오락에 불과하다.

5. 리스크 관리 모드

리스크 관리 모드에 들어가면, 나는 사람들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식의 개인적 전망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보다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가, 그리고 각각의 비상 상황에 대비해 피해를 줄일 계획이 무엇인가였다.

5.1 예측보다 비상계획을 세우는 것

만약 우리의 계획이 철저하고 완벽하다면, 상황이 어느 방향으로 어긋나더라도 우리는 매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러면 외부 사람들에게는 마치 우리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일 것이다.

나는 우리 팀에 이렇게 말하곤 했다. 우리의 목표는 “총성을 듣자마자 너무나 빠르게 반응해서, 사람들이 우리가 총성을 듣기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이다.

리스크 관리의 관점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예측이 아니다. 비상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6.투자은행이 하는 일

투자은행은 자본이 필요한 주체와 자본을 가진 투자자를 연결하는 정교한 금융 중개자다.

투자은행가들은 기업가, 기업, 정부 등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주식이나 채권 발행 같은 거래를 자문하고 실행함으로써 자금 조달을 돕는다.

이 과정에서 투자은행가는 부채와 자기자본의 최적 조합을 결정하고, 발행 시점을 조율하며, 고객의 필요에 맞게 거래 구조를 설계한다.

이 작업은 단순히 돈을 빌리는 사람과 빌려주는 사람을 연결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6.1 금융리스크 관리및 재분배 기능

투자은행의 영업 및 매매 부문은 금리 변동, 원자재 가격, 신용 부도, 환율 변화처럼 고객이 감당하고 싶지 않은 금융 리스크의 가격을 매기고, 이를 관리하며 재분배하는 결정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고객이 원치 않는 리스크 노출이 발생하면 은행이 그 리스크를 직접 떠안기도 한다.

6.2 리스크 재조율

고객이 원하는 특정 리스크 구조가 당장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고객에게 정확히 맞지 않을 경우, 은행은 시장의 선호가 바뀌거나 리스크를 재구성할 수 있을 때까지 그 리스크를 일정 기간 보유한다.

이 과정에서 거대한 리스크 덩어리를 잘게 쪼개거나, 파생상품을 이용해 리스크의 성격을 바꾸기도 한다.

트레이더들과 영업사원들은 기관 투자자, 자산운용사, 헤지펀드와 직접 소통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금융 상품의 매매를 촉진한다.

6.3 연결되지 않는 포지션을 관리

결국 투자은행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쪽과 자본을 공급하는 쪽, 리스크를 피하려는 쪽과 감수하려는 쪽 사이에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당장 연결되지 않는 포지션을 관리함으로써 자본이 경제 전반에 효율적으로 배분되도록 한다. 이는 경제의 성장과 안정 모두에 기여하는 일이다.

7.중국, 미국을 이길 것인가?

중국이 급속도로 자본주의화 되는 흐름은 필연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2018년 시진핑은 10년 임기 제한이라는 전통을 뒤집고 사실상 ‘새로운 마오쩌둥’이 되었다.

오늘날 시진핑의 중국의 경제 체제는 시장 자본주의가 아니라 국가 자본주의로 확고히 굳어졌다.

과연 그 시스템이 우리 시스템의 진정한 라이벌이 될 수 있을까?

7.1 중국 시스템의 치명적 약점

의사 결정의 중앙 집중화와 개성의 억압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그런 시스템은 경직성이 너무 커서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지도자들은 변화의 신호를 읽어 내지 못하고, 정책적 실수를 쉽게 인지하거나 수정하지도 못한다.

7.2 도전하는 기업 양산이 가능한가?

베이징에서 열린 기업인 만찬에서 건배사를 할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중국은 14억 인구의 재능을 활용할 수 있으니 언제나 경제 강국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중국 측 파트너는 “미국은 전 세계 80억 명의 재능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언제나 위대한 나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조차 미국이 유능하고 진취적인 이민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곳인지 알고 있다. 우리가 이 사실을 스스로 잊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7.3 민간의 혁신 DNA

우주 산업에서, NASA가 스페이스X 같은 민간 기업만큼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부 주도의 운영보다 시장 경쟁과 민간의 역할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뉴욕시에서 19세기 소방서를 폐쇄하거나, 불필요한 군사 기지를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기존 투자를 재배분해야 일은 큰 난관에 부딪힌다. 잘못된 것을 끝내야 할 시점이 오면, 소수의 이해관계가 다수의 요구를 가로막기 쉽다.

8.기업의 역할을 둘러싼 모호함

유연성과 적응력은 여전히 미국 경제의 핵심 강점이지만, 최근 기업의 역할을 둘러싼 모호함이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곤혹스럽게 한다.

내가 골드만에 갓 입사했을 때 회사는 파트너십 구조였고 우리는 서로에게 책임을 졌다.

8.1 이해관계라는 용어

ESG에서 말하는 이해관계자라는 용어가 달갑지 않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비영리 부문이 각자 져야 할 책임의 경계를 흐려 놓기 때문이다.

사회는 석유 채굴이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세금을 부과하거나 규제를 도입할 수 있다. 하지만 왜 석유 회사 ‘엑손모빌’이 풍력 발전기를 세움으로써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가?

8.2 정부주도 산업정책

워싱턴 정가는 주기적으로 산업 정책에 대한 열정에 다시 휩싸이곤 한다. 이는 정부가 시장의 주요 의사 결정을 대신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반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수년간 지켜본 바로는 이런 방식이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정부는 개별 기업이든 전체 산업이든, 승자를 가려내는 일에 소질이 없다.

9.제조업, 관세의 역할은 중요

임금이 낮고 기본적인 노동권이나 환경 보호 체계도 갖추지 못한 저비용 국가들에 모든 제조업을 넘겨주는 것이 옳다고 말하는 일은 이제 도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더는 정당화하기 어렵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미국은 제조업을 포기할 수 없다. 반도체나 자동차 같은 전략적 자산은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 특정 전략 물자의 제조 능력을 보유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 능력을 보유한 국가들의 변덕에 휘둘리게 될 것이다.

9.1 관세의 역할

관세는 경제에 큰 부담을 주며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노사 협상 과정에서 벌어지는 파업도 마찬가지다.

파업은 모두에게 상처를 주지만, 양측이 ‘시장 균형’에 맞는 타결에 이르도록 만드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관세도 같은 이유로 때때로 불가피하다. 관세라는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서 아예 치워 버린다면, 이미 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과 효과적으로 협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0. 알고리즘의 위험성

또 다른 고민은 인간이 피할 수도 없고 예측하지도 못하는 기술적 사고의 가능성이다. 알고리즘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 묘하게도 불안하다.

과거 제이 아론의 트레이딩 룸은 온갖 불협화음으로 가득했지만, 그 소란 속에서도 무언가를 들을 수 있었다. 대개 누군가가 실수를 하면 즉시 바로잡았다.

10.1 실수를 감지못하는 시스템

오늘날 누군가 잘못된 소프트웨어를 배포하면, 누군가가 피를 흘리며 죽어 가도 그 어떤 불협화음도 들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해킹을 두려워한다.

나는 늘 세상이 ‘주문 실수’로 인해 무너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해 왔다. 2010년 이른바 ‘플래시 크래시 Flash Crash’ 당시 다우 지수는 순식간에 1,000포인트나 급락했는데, 그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10.2 레버리지, 양날의 검

기술은 레버리지이며, 레버리지는 양날의 검이다. 과거의 실수는 오늘날처럼 막대한 대가를 치르지는 않았다. 핵 시대 이전에도 대형 산업 사고는 수백, 혹은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다.

1984년 인도 보팔의 살충제 공장 ‘유니언 카바이드’에서 발생한 가스 유출 사고는 역대 최악의 산업 재해로, 약 8,000명이 목숨을 잃고 수만 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핵 시대에 접어들면서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같은 사고는 자칫 수백만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수천만 명의 삶의 터전을 앗아갈 수도 있었다.

만약 인공지능이 잘못 작동한다면, 그 잠재적 재앙의 규모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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