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맨 칼럼] 한국IT 저널리즘, 언제까지 역관 역할에 머무르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6월 25일, 26일 이틀동안 열렸던 구글I/O 행사 취재를 다녀왔다. 지난해 12월 델월드 취재차 텍사스 오스틴에 다녀온 지 6개월 만이다. 두 차례 대형 행사 취재는 기자의 역할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기자, 블로거, 애널리스트 등 다양한 취재 집단이 이번 구글 행사를 알리고 분석하는 미디어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을 공유하려고 한다.

실시간 중계, 극한까지 가다

구글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 수석부사장은 모스코니센터 3층 메인홀 중앙 무대에 올라 오전 9시부터 기조연설을 했다. 청중석 중앙 라인에 자리를 잡은 미디어석에는 신문기자, 방송기자, 블로거, 애널리스트 등 현장 취재 경쟁에 나선 수백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이들은 행사장에 입장하자마자 현장 분위기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시작했다.  
“선배, 선배 얼굴이 인터넷에 올라왔어요.” 기조연설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동료기자가 노트북을 보여주면서 제 얼굴이 온라인매체 사진에 나왔다고 흥분했다.  더버지(The Verge)라는 테크 전문 온라인 매체가 라이브로 현장 소식을 중계를 했는데, 제가 앉은 미디어석를 촬영하면서 제 얼굴도 포함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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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버지의 라이브 블로깅에 필자 취재 모습이 포착됐다.
피차이가 안드로이드원 소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새로운 내용을 발표하자, 취재 열기가 확 달아올랐다. 피차이가 연설을 하는 중간에, 두 번의 1인 시위가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살다가 살인적인 집값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던 주민이 무대 앞으로 티셔츠를 들고 나와 시위를 벌였다. 또 한 남성이 중앙무대 앞으로 걸어나오면서 구글이 미국 정부기관과 협력 의혹을 제기하다가 안전요원에 의해 저지당했다.
행사장이 넓었기 때문에 시위자들이 어떤 주장을 했는지 모든 사람이 정확하기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스마트폰 트위터의 구글 해시태그(#google I/O 2014)를 찾으면 궁금한 점을 즉석에서 풀 수 있었다. 가까이에서 시위 장면을 본 사람들이 시위 내용을 실시간 중계를 한 덕분이다.
피차이는 또 연설도중에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구글 행사를 보기 위해 모인 개발자들을 호출했다. 구글은 강연 실황을 실시간으로 동영상 중계를 제공했고, 구글이 진출한 주요 도시에서는 별도로 파트너와 개발자들을 초대해서 축구중계를 보듯히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
구글I/O 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공개돼 있었고, 굳이 현장에 가지 않아도 알고 싶은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압축 요약,심층분석, 이슈진단 등 전통 미디어의 영역도 무너졌다

단편적인 사실을 모아서 꿰고 해석하고 평가한 콘텐츠도 널려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사진, 동영상, 현장 반응, 관련자 코멘트 등 행사의 전모를 파악하는데 필요한 단서들도 넘쳐서 문제가 될 정도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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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구글 선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이 대형슬라이드를 통해 삼성전자의 녹스(Knox)를 차세대 안드로이드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래리 페이지, 선다 피차이 등 주요 간부들와 화제의 인물 인터뷰 콘텐츠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NYT기자(Farhad Manjoo)는 페이지와 피차이를 30분 따로 만난 대화내용을 NYT블로그에 올렸다.
행사장에 등장한 스마트와치, 안드로이드TV, 안드로이드 오토 등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리뷰 콘텐츠도 넘치고 넘쳤다.
취재 기자 입장에서, 무엇을 쓰야할지, 어떻게 차별화해야할지 막막했다. 궁극적으로 “내가 굳이 기사를 쓸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에 이르렀다. 수백명의 현장 취재자들이 실시간으로, 글로,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전세계에 공급했다.
동시에 개발자, 디자이너, 투자가, 애널리스트 등 관련자들이 달라붙어 공개된 정보를 분석하고 연결함으로써, 요약에서부터 의미해석, 향후 방향 전망, 관련 이슈 진단에 이르기까지 가공 정보를 쏟아냈다.
전 세계 신문 미디어중에서 만든 콘텐츠중에서 그나마 차별화한 것이라고 느끼는 것은 딱 두 개였다. 월스리트저널이 구글과 삼성간 안드로이드 통제를 둘러싼 갈등에 관한 기사와 NYT기자의 페이지와 피차이 인터뷰 블로그 포스트였다.

한국IT저널리즘, 역관 수준의 역할

IT 본고장에서 현장을 취재해보보니, 한국이 만약 영어권이었다면 대부분의 언론사 IT부서는 폐지됐을 법하다. 영어 사용 독자들라면 한국어로 된 구글I/O기사를 읽을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IT저널리즘은 영어 콘텐츠를 한국 독자들의 입맛에 맞게 요약 번역을 하는 역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이후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기업들의 독과점현상이 심화되면서 역관역할 비중이 더 커지고 있기도 하다.
한국 IT저널리즘이 이나마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다면, ‘한글’과 세종대왕덕분이다.하지만 한국 IT저널리스트들이 언제까지 역관 역할을 하면서 버틸지는 의문스럽다. 전 세계 언어 실시간 번역 기술 수준을 높이는데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구글의 손에 IT저널리즘의 운명이 달려있는지 모르겠다.
우병현 기자 pen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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