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부모의어휘력이자녀의이해력_이해황_분해매핑발췌독서

부모의 어휘력이 자녀의 이해력
이해황 지음 | 블루페가수스 | 248쪽 | 1만4800원

조선비즈 연결지성센터에서 활동할 때 인연을 맺었던 이해황 씨가 새 책 ‘부모의 어휘력이 자녀의 이해력’을 출간했다. 책 제목만 봐도 저자의 관점에 크게 공감한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의 글쓰기를 봐주면서 집안에서 부모가 사용하는 어휘가 자녀의 어휘력을 좌우하는 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딸과 대화하면서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와 같은 속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도 깨달았다. 딸은 아파트 문화에서 천장을 뛰어다니는 쥐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속담이 주는 느낌조차 직관적으로 갖기 어려웠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데 어휘력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이 점을 인정하지만 정작 한국어 어휘력을 키우기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어휘력이 사회생활, 지식 습득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또 대입 수능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바탕임을 증명한다.
이해황 씨의 책 중 첫 장 ‘국어 어휘력이 생각보다 더 중요한 이유’을 골라서 분해매핑해서 읽었다. 
첫 번째 사례는 ‘유족’이라는 의미를 정확하게 활용해서 2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은 소송사례다. 육군의 오모 병사가 군에서 사지 마비가 되는 불행을 겪었고, 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그런데 헌법에 군인 공무원 경찰은 본인과 유족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아예 금지하고 있어 1심 재판부는 헌법에 따라 판결했다.
하지만 변호인은 유족은 죽은 사람의 남은 가족을 뜻하고, 사지마비 병사는 살아 있어 그 가족은 유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해석을 받아들여 2심에서 국가는 2천만 원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휘를 상황에 맞게 정확하게 사용하느냐 여부가 그 사람의 품격을 결정한다. 반대급부란 어휘의 경우 ‘대가’라는 뜻인데, 반대라고 사용하면 무식을 스스로 드러내는 셈이다. 작일, 금일, 명일 등 한자 기반 어휘의 경우 정확하게 모르면 문학작품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
150만부 베스트셀러 ‘국어의 기술’저자 이해황의 학부모용 어휘 교육서 ‘부모의 어휘력이 자녀의 이해력’을 분해 매핑해서 읽었다. 수능 시험을 분석해 보면 교육의 시작도 결론도 결국 ‘어휘력’이다.

수능 지문에 등장하는 어휘 중 부모세대는 쉽게 알지만, 자녀 세대가 모르는 어휘가 의외로 많다. 예를 들어 자녀 세대는 ‘기꺼워한다’ ‘조부’ ‘정미소’ 등 쉬운 어휘조차 정확한 뜻을 모르기에 십상이다. 이들은 ‘오불관언’ ‘명재경각’ ‘후생가외’ 등 한자 기반 사자성어를 만나면 추론조차 못 한다.
저자는 수능 예문을 오랫동안 추적한 결과 사자성어 관련 문제가 의외로 많이 출제되는 점을 확인했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와 대화하면서 사자성어를 활용할 것을 권한다.
저자는 또 2018년부터 교육부가 수능의 영어 영역을 절대평가방식을 채택한 것을 환영했다. 구글 번역기 수준이 인공지능이라는 첨단 기술을 수용하여 소름이 끼칠 정도로 발전하고 있어,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 실력보다 한국어 실력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실제 구글 번역기에 원하는 번역 대상을 한국어로 잘 표현할 수록  영어 원어민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번역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저자는 대학 3학년 때 수능 기출 문제를 분석한 ‘국어의 기술1,2’를 출간하여 150만 부 이상 팔았다. 졸업후 공군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치고 초중고생, 공무원 수험생 등 다양한 계층의 국어 수험 책을 집필하는 저술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이런 경험 속에서 어휘력의 중요성을 주목하고 동시에 어휘력은 단시간 공부로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좋다는 소문난 강의를 듣거나, 과외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을 상담해보면 어휘력이 문제인 경우가 많았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어휘력을 가정에서 챙겨 주시는 게 가장 가성비 높은 투자이며, 부모나 자녀 모두가 덜 고통스러운 방법”이라고 밝혔다.
누구나 자녀 교육에 큰 관심이 있고, 또 실제 교육 과정에서 고민거리와 난제를 마주한다. 특히 선행학습시스템에서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영어와 수학 문제를 씨름하면서 교과 진도를 빼지만 정작 한국어를 영어식으로 표현하거나, 한자나 자주 사용하는 우리 말의 뜻을 짐작조차 못 하는 사례가 많다.
가정의 밥상머리 대화에서 한국어 문제를 풀 실마리를 찾는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봤다. 물론 선행학습에 지친 아이는, 부모가 “이 뜻을 아니?”하면서 어휘를 설명하려고 하면 거부감을 표현한다. 밥상머리 대화에서만큼은 공부에 짓눌리고 싶지 않다는 의사 표시다.
그래도 부모가 먼저 어휘공부를 제대로 하고, 자녀가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맥락을 통해 어휘를 접하는 방법을 시도해보자. 그런 시도에 저자의 책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