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You have no sovereignty where we gather.
ㅡ We have no elected government, nor are we likely to have one, so I address you with no greater authority than that with which liberty itself always speaks.
ㅡ We must declare our virtual selves immune to your sovereignty, even as we continue to consent to your rule over our bodies.
존 페리 발로우(John Perry Barlow)(1947~2018)는 상기 문장을 담아 1996년 2월 8일 다보스에서 ‘사이버공간 독립선언문'(A Declaration of the Independence of Cyberspace)을 발표했다. 인터넷에 웹(World Wide Web)이 얹어지고, 인터넷에 민간에 개방된 지 얼마되지 않아 미국의 통신개혁법이 통과되자, 인터넷 ‘자유’ 공간이 암흑 공간이 될 것을 염려한 그는 ‘디지털 공간’의 독립을 선언했다.
그의 독립선언문은 이후 가상 공간의 히피족으로 불리는 사이버펑크족을 포함한 인터넷 자유주의자, 이상주의자, 민주공화주의자들이 가상 공간의 자유와 익명성을 천명하며 모든 권력이 가하는 ‘인터넷 규제’에 저항하는 근거문이 되었다. 그들은 독재적 정부이면서 디지털 공간에 대한 식민제국주의자에게는 저항하였지만, 자유방임주의자로서 디지털 공간을 그냥 내버려두라는 낭만적 레토릭은 새로운 인터넷 제국을 출현할 수 있도록 하는 틈새를 열어주었다.
자본주의 몰락을 예언한 마르크스의 예언서인 ‘공산당 선언’과 같이 발로우의 독립선언문도 영원히 미완의 예언이자 감상적 비과학적 선언으로 남을 것이라고 나는 감히 말하지만, 그의 선언문의 행간에서 (1)편에서도 언급한, 디지털 공간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인식 전환을 예비하는 아이디어를 독자들도 읽어내기를 바란다.
나는 왜 디지털 공간론에 천착하는가? 왜 인류는 디지털 공간을 희구하는가? 왜 국가의 디지털 산업 경쟁력은 ‘연결’을 넘어 ‘공간’의 설계 능력에 달려 있는가?
이어지는 디지털 공간론에 관한 나의 논변은 새로운 상상력으로 미지의 세계를 그리던 기존의 상상력을 파괴 또는 교체하는 것이라고 할까? 인식주체가 닿지 못하는 칸트의 ‘물자체’이든 비트겐슈타인이 ‘말할 수 없다면 입 닫고 있으라고 했던 것’이든 이것을 버젓이 인식대상으로 불러내는, 기술이론을 설파한 버트란드 러셀과 같은 초기 분석철학자들의 방편적 의미대상을 “디지털 공간”이라고 이름하여 이를 실체로 바라보자는 논변이다.
이는 디지털 공간 현상을 물리 공간인 현실 세계와 차원을 달리하는 공간 현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일인데, 필립 K. 딕의 1968년 SF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물을 때 누구도 아직 답하지 않은 긍정적 답변, 즉 “그렇다”라고 답하는 것과 같다.
“디지털 공간론에 있어서의 제원리(諸原理)”에 도달하기까지 나는 오랜 기간 디지털 공간론에 천착하는 동안 “AI 로봇 인간이 ‘전기양’ 꿈을 꾼다고?” 물으면 “그렇다”라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디지털 공간에 대한 수많은 오해와 오독과 곡해가 버무려진 공간 인식 오류와 혼돈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디지털 공간의 근본 구조를 설명하는 기본틀을 얻었다.
지금까지 제기된 다양한 디지털 공간론은 물리 공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확장된 공간 이해에 도움이 되었으나 새로운 관점을 더해주는 만큼 경계가 불분명한 혼돈과 오류도 많이 낳았다.
내가 제1편의 글의 말미에서 언급한 4가지의 디지털 유령(specter)은 ‘자기가 있어야 할 공간에 있지 않고, 있어서는 안될 공간에 머무는 것’으로서 공간 인식 오류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했던 것들이다. 이 외에도 혼란은 도처에서 발생해 왔다. ‘사이버 공간 속의 나는 누구인가?’라는 사이버스페이스의 존재론과 그 심리철학적 함축에 관한 수많은 논변들도 마찬가지이다.
심각한 것은 대한민국의 디지털 산업 경쟁력의 침식을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상황들이고 이런 상황 자체도 관련 이슈에 관한 의사결정자들의 공간 이해 부족에서 야기되는 어두운 이야기들이 아닐 수 없다.
ㅡ “넘사벽 된 애플, 우린 안중에도 없다.”… 삼성전자의 탄식
ㅡ 구글 I/O 개막… ‘갤럭시 워치’에 구글 어시스턴트’ 들어간다
ㅡ 구글 ‘안드로이드폰에 신용, 교통카드, 자동차키 저장해 이용’
ㅡ 포스트 코로나 시대.. ‘DID 자기주권 신원’으로 ‘나’를 증명해야
ㅡ 삼성, 차세대통신 6G 주도 선언.. “모든 인간, 사물 초연결”
ㅡ 구글, 모질라, 애플, 스파이를 막기 위한 카자흐스탄 루트 CA 인증서 차단
ㅡ Apple, Google, and MS want to kill the password with “PassKey”
ㅡ 삼성전자, ‘고객 경험’에 미래 걸었다… ‘뉴삼성’ 밑그림 완성
ㅡ 조주완 사장 한 마디에 … LG전자 ‘고객 경험 실험’
더우기 지난 5년 동안 제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던 그 치열한 신혁명 시기에 우리가 맞이한 다음의 사건들은 과연 치명적이지 않은가?
ㅡ 시장지배적인 LG TV에는 아마존의 AI인 ‘알렉사’가 탑재
ㅡ LG 가전 8종은 이미 AI 스피커 ‘구글 홈’과 연동 완료
ㅡ AI 스피커인 SKT 누구(NUGU)와 KT 기가지니에는 LG TV가 그랬던 것처럼 아마존의 ‘알렉사’가 탑재
ㅡ 삼성의 갤럭시 워치에 ‘빅스비’가 아닌 구글 ‘어시스턴트’ 탑재
다음 편의 글에서 디지털 공간론의 제원리(諸原理)를 상술하여 지금까지의 논변을 계속 보충하고자 한다. 제원리는 내가 자신있게 얻었다는 디지털 공간의 기본틀에 기초하는 것으로서 그 기본틀은 아래와 같은 이슈에 대한 그 동안의 고민을 통해 얻어진 것들이다.
ㅡ ‘소멸하지 않는 기억’의 디지털 공간의 독립성과 그 구성요소. 즉 디지털 공간의 의인화(personification)는 공간 인식의 방해요인
ㅡ 속성으로서의 연결(connection)과 접속(access)의 의미
ㅡ 접속에 사용되는 디바이스의 특징, 특히 IoT 디바이스가 아닌 인간이 상시 연결 상태를 유지하는 접속 디바이스의 공간 주체로서의 의미
ㅡ 디지털 공간과 물리 공간에서의 데이터 규범의 혼돈
ㅡ 접속이라는 디지털 공간에의 출입이 야기하는 공간 주체의 정체성을 Physical Identity (PID)와 Digital Identity (DID)로 구분 소홀
ㅡ 데이터 공간으로서의 디지털 공간 이해와 디지털 경험 경제 이해 부족
ㅡ 디지털 공간에서의 최소한의 데이터 규범 요구 사항은 “기술적 요소”로서의 신뢰(trust) 구조 설계 소홀, 관련 기술경험과 인력 부족
ㅡ 디지털 공간의 ‘기술 규범’으로서의 신뢰(trust)의 근본은 일반적으로는 DID의 도용 금지와 방지이고, 예외적으로는 PID와 DID 연계 접속 도용 금지와 방지
ㅡ 디지털 공간에 최소한의 신뢰(trust)를 담보하는 기술적 요소를 적용하여 PKI (Public Key Infrastructure) 공간 구축이 급선무
ㅡ PID로서의 생체정보 중 가장 편리한 접속 수단으로서의 성문(聲紋)에 대한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보호 설계 시급
ㅡ 디바이스가 일으키는 프라이버시(privacy)와 개인정보 문제 그리고 관련하여 접속(access)에 대한 국가와 민족에 따른 문화적 차이 그리고 결과로서의 정책 차이
ㅡ PID와 DID의 단절성 (서로 독립된 공간 주체 관계)과 연관성 (서로 연관된 공간 주체 관계)에 대한 구조적 이해 결여, 관련하여 익명성(匿名性)과 실명성(實名性) 재검토 요구
ㅡ PID를 증명하는 유일한 수단은 나의 몸, 즉 생체정보이고, 그래서 생체인증이라는 사실상 유일무이한 물리공간의 자기 증명 수단에 대한 새로운 인식
ㅡ 디지털 공간은 DID로서만 구성되어야 하고 (국가로 말하면 영토와 국민과 주권 중에 국민이라고 할 수 있는 바), 물리 공간의 PID를 디지털 공간의 요소로 여겼던 엄청난 오류를 교정해야 하는 시급성
ㅡ 물리적 자기 증명 수단인 PID는 디지털 공간에 흘러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데이터 규범. 즉 독립된 다른 공간에 왜 인간이 어슬렁거리는가?
ㅡ 따라서 디지털 공간에 붙들려 있는 무수한 PID를 제거해야 하는 Clean Digital Space 구조로의 점진적 변경 필요
ㅡ 디지털 공간에서의 그리고 무수한 각각의 디지털 공간에서의, 수많은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공간에서의 하나의 DID의 무수한 그리고 실시간 활동의 신뢰(trust) 연결을 뒷받침하는 연결 인증 (chain of authentication) 시스템의 설계 결여
ㅡ DID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연결 상태에서의 데이터 생산을 하는 모든 디바이스와 장치에 부여되는 ID로서 구성 요소의 핵심 (가정의 와이파이망의 경우에도 접속 디바이스의 수가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 평균 20대, 2025년 40대 예상)
ㅡ 디지털 공간에서의 인공지능(AI)의 의미는 ‘공간성’의 강화 요소
위에 나열된 이슈들은 특히 디지털 “신뢰”공간 설계와 이해를 위해 관건이 되는 것들이다. 물리 공간에서는 포기하더라도, 디지털 공간에서만은 인간의 부조리를 막거나 최소화하는 아이디어를 ‘신뢰(trust)’공간 설계 원리 파악에서 찾으려 한다. 글로벌 메이저로 칭송 받는 삼성전자 (Samsung Electronics Co., Ltd.)마저도 ‘신뢰(trust)’의 개념과 구조에 대해 무지하고, 이를 설계하거나 구현하는 기술 인력이 부족하고, 특히 경영진들은 기초 개념 조차도 없다는데서도 디지털 산업 경쟁력 침식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다른 대기업을 거론할 것도 없다. 침식이 진행 중이고, 해서 잠재성장률에 치명적 상황이 오고 있다.
디지털 “신뢰”공간론은 물리 공간에 서있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 전략의 ‘서론’이 될 것이고, 디지털 산업론의 ‘본론’이 될 것이라고 말하려니 이 또한 아이러니한 말이다.
/황철증 디지털신뢰공간연구소 소장 newdhjj@gmail.com
서울대 법대(학사) 및 행정대학원(석사), 미국 콜럼비아 법대 (석사), 고려대 정경대학원(박사)을 졸업했습니다.
행정고시 29회로 1986년 중앙공무원교육원과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에서 단기 훈련을 거친 후 정보통신부에서 공직을 시작하였습니다.
BH, 국무총리실, 국정원(사이버안전센터), NIA 등에서도 근무를 한 바 있으나 주로 정보통신부에서 잔뼈가 굵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끝으로 26년간의 공직을 마친 후 사회의 한 구석에서 꼼지락 거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온갖 분야의 독서와 사색으로 삶을 붙들고 있으면서, 일찌기 담당한 인터넷 정책에 관한 주제에도 여전히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소위 디지털(인터넷) 아키텍처와 디지털(인터넷) 철학자로 스스로를 부르며 현대의 기술문명 역사의 흐름을 조망하는 것을 즐깁니다.
한편으로 이병주 소설가, 박이문 철학자, 최제우 동학창시자, 리처드 도킨스 진화생물학자, 움베르토 에코 기호학자 등 훌륭한 학자와 문인에게 지적 의식을 의탁하고 사는 자입니다.
이번 연재글의 게재로 IT기자클럽의 디지털문명 칼럼니스트로 소박한 의무를 시작하는 셈입니다.
연락처는 newdhjj@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