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TSMC에 이어 삼성전자 하이닉스,샌디스크의 주가가 폭발적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인텔과 AMD 마이크론의 주가 상승도 가히 기록적입니다.
반도체 주식을 갖지 못한 사람은 후회와 불안에 휩싸이고, 반면 주식을 가진 사람의 탐욕은 끝을 모릅니다. 현재의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더 더’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탐욕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AI문명의 가장 밑바닥을 이루고 있는 반도체. 이 반도체가 희토류에 의존하는 배터리와 달리 흔하고 흔해 보이는 모래가 소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돌아봅니다.
현재 인류가 에너지원인 석유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어쩌면 모래 패권 전쟁이 향후 세계 패권을 결정지을지도 모릅니다.
에드 콘웨이의 ‘물질의 세계’에서 흥미로운 모래와 반도체 관계를 골라 읽었습니다.
1.스페인 세라발 석영광산, 실리콘의 출발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에서 남쪽으로 약 24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세라발Serrabal’이라는 석영 광산이 있다. 피코 사크로와 이곳에 인접한 언덕들을 하늘을 향해 들어올린 암맥은 세계에서 가장 순수한 석영 매장층이다. 세라발에서 채굴되는 암석은 매우 하얘서 전 세계가 이를 얻으려 애쓴다.
1.1 실리콘메탈 재료
세라발의 석영은 이따금 주방 싱크대 상판으로 사용된다. 곱게 갈아서 정원을 장식하는 데 사용하거나 골프장 벙커의 백사로도 사용된다.
이 하얗고 먼지 쌓인 돌덩어리가 몇 달 혹은 몇 년을 거치면 차세대 반도체가 된다.
1.2 페로글로브의 위상
이 광산의 소유주는 스페인 회사 페로글로브Ferroglobe로,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대의 실리콘메탈silicon metal 제조사이다.
‘중국 제외’라는 단서를 붙인 이유는 오늘날 기술 혁명의 원료 성분들 대다수가 중국에서 채굴 및 제련되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을 고려하면 미국, 캐나다, 남아프리카에도 석영 광산을 보유한 페로글로브가 아주 드문 예외라고 할 수 있다.
2. 세라발 석영의 특징
세라발 석영은 눈처럼 희지만, 로칼린이나 퐁텐블로 등의 모래 광산에서 나오는 모래보다 실리카 함량이 약간 낮은 편이다.
실리콘메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형태이다. 우덴-웬트워스 기준에 따르면, 여기서는 모래가 아니라 야구공보다 약간 더 큰 돌덩어리를 살펴본다.
3.석영에서 실리콘메탈로
세라발에서 돌덩어리들을 캐서 세척한 다음, 트럭에 실어서 북쪽으로 한 시간쯤 달리면 라코루냐 항구 외곽의 공업단지에 도착한다. 이곳의 사봉 공장에는 푸른색 함석지붕을 두른 헛간과 창고가 여러 채 들어서 있다.
가공 공장이 화력발전소 바로 옆에 자리한 것은 우연이 아니며, 석영을 실리콘메탈로 변모시키는 데 엄청난 전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3.1 용광로속 미스터리
암석들은 코크스용 석탄(석탄을 구운 형태)과 우드칩(나무 조각)에 뒤섞인 채 용광로로 들어가서 섭씨 1,800도 이상에서 가열된다. 전류가 흐르는 용광로 안에서 석영과 석탄의 혼합물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용광로에서 일어난 화학반응의 결과, 석영암에서 산소를 제거하여 용해된 실리콘이 용광로 바닥에 가라앉고 작은 주둥이를 통해 밑으로 빠져나온다.
3.2 석영 크기의 중요성
석영, 석탄, 우드칩 등의 원료를 6톤 넣을 때마다 1톤의 실리콘메탈이 생긴다. 이러한 과정은 어째서 모래알이 반도체의 원료로 부적절한지 설명해준다.
모래알의 화학 성분에는 문제가 없지만 그저 크기가 잘못일 뿐이다
독일 학자 라이너 하우스는 “대형 용광로안에서 부글부글 끓는 이산화탄소 대류가 일어납니다. 만약 모래를 사용하면 필터를 통해 빠져나가기 때문에 용해될 수가 없겠죠. 그러므로 주먹 크기의 석영 덩어리가 필요한 겁니다”라고 말했다.
3.3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모리아 광산
사실 석영 가공 공정을 묘사하는 용어들은 화산을 떠오르게 한다. 석영 암석에서 실리콘을 얻어내는 과정은 용해smelting, 용광로의 중심은 분화구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어느 업계 분석가는 이렇게 말했다. “마치 중세시대 같습니다. 석탄을 집어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모리아 광산을 닮았죠.”
3.4 여전히 부족한 순도
스페인 사봉 공장의 용광로에서 생산된 실리콘메탈을 용광로 바깥으로 부어서 굳힌 뒤에 이 덩어리를 부수어 알갱이 모양의 금속으로 만든다.
이 단계에서 실리콘의 순도는 98~99퍼센트이다. 순도가 굉장히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반도체 또는 태양광 패널이 요구하는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4.독일의 바커
스페인 페로글로브에서 나온 야금冶金 단계의 실리콘 덩어리들은 독일 회사인 바커Wacker로 향한다.
바커는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대의 폴리실리콘polysilicon 제조사인데, 폴리실리콘은 일반 실리콘보다 더 순수한 실리콘이다. 바커의 주력 공장은 뮌헨에서 동쪽으로 1시간 30분 거리인 부르크하우젠에 있다
4.1 부르크하우젠의 화학공장
이곳에서 지멘스 공정이라 불리는 작업을 거치는데, 순수 실리콘메탈을 아주 작은 조각으로 부순 뒤 완전히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공정이다.
실리콘메탈은 가루로 갈리고, 순수 염화수소와 혼합되어 진공 용기 안에서 섭씨 1,150도까지 가열된다.
공정이 끝나면 오래된 주전자 안의 전열선 같은 기다란 가지가 남는데, 이것은 물때가 아니라 초순수 실리콘이다.
4.2 탄소배출이 심한 공정
과학자 바츨라프 스밀에 따르면, 초순수 실리콘의 에너지 비용은 시멘트에 비해 3,000배, 철을 강철로 바꾸는 것에 비해 1,000배 더 많이 든다.
온전한 양은 더 적지만, 그래도 까다롭고 고비용에 빈번히 지저분하기까지 한 공정이다. 그 끝에 순도가 매우 높은 실리콘이 나온다.
5.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물질
9가 아홉 개인 순도 99.9999999퍼센트의 실리콘은 단결정 태양광발전 등급의 폴리실리콘이다.
실제로 어마어마한 폴리실리콘이 태양광 패널로 쓰이는데 대다수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중국이 아직도 실리콘 세계의 마지막 관문인 반도체 등급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5.1 순도 99.999999999퍼센트의 실리콘
반도체 등급의 폴리실리콘은 순도가 99.999999999퍼센트에 달하는데 순수 실리콘 원자 1000억 개 중 불순물 원자가 딱 하나인 수준이다.
순수한 실리콘 매트릭스에 불량 원자가 단 하나라도 들어가면 트랜지스터 내 전류에 이상이 생긴다.
5.2 순도와 구조
실리콘 제조에서는 순도만큼이나 구조도 중요하다. 실리콘의 원자 구조가 완벽할수록 전자들은 그만큼 자유롭고 빠르게 그 안을 돌아다닌다.
결함, 이른바 ‘결정 입계grain boundary’가 클수록 전류는 방해를 받고 그리하여 반도체는 고장 나버린다.
계란이 뒤죽박죽 놓이지 않고 상자 안에 가지런히 포장된 모습을 상상해보라.
5.3 순도가 왜 그리 중요한가?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을 수도 있다. 어째서 소수점 이하 숫자에 그토록 신경을 쓰는가?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가? 한 단계를 건너뛴다고 해서 누가 알아보겠는가?
답은 간단하다. 순수한 실리콘 매트릭스에 불량 원자가 단 하나라도 들어가면 트랜지스터 내 전류에 이상이 생긴다.
6.완벽한 매트릭스 제공
폴리실리콘은 이제 미국 북서부 해안의 오리건주 포틀랜드 외곽의 공장으로 향한다.
교외 지역에 자리 잡은 이 공장은 컬럼비아강 맞은편에 회색 건물 단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곳에 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잘 모르는 물질 세계의 거물 중 하나인 ‘신에츠’라는 이름이 걸려 있다.
신에츠는 일본의 세계적인 웨이퍼 제조사이다.
6.1 웨이퍼 제조
우리는 컬럼비아강의 강둑에서 21세기 미국 실리콘 산업의 진원지를 만난다.
폴리실리콘이 웨이퍼로 탈바꿈하는 상당히 에너지 집약적인 과정 때문에 이런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웨이퍼는 반도체 파운드리에 보내지기 전 갖춰져야 하는 순수 결정 조직이다.
6.2 초크랄스키법
폴리실리콘은 석영을 녹인 도가니로 들어가 섭씨 1,500도에서 가열된다. 이 과정에서 실리콘에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도가니도 매우 깨끗해야 한다.
연필 크기의 실리콘 막대기인 시드 크리스털seed crystal을 석영을 녹인 쇳물에 담갔다가 천천히 위로 잡아당기면서 가볍게 회전시킨다.
완벽한 고체 잉곳ingot 혹은 공boule이 쇳물에서 나와 서서히 형태를 잡기 시작한다.
6.3 실리콘 잉곳에서 웨이퍼로
잉곳은 2~3미터 높이인데, 탄화규소 실톱으로 잘라서 두께가 1밀리미터도 안 되는 매우 얇은 조각으로 분리한다.
지름이 자그마한 피자 정도인 이 원형 조각들을 화학물질로 깨끗하게 닦아서 표면을 아주 평평하게 만들면 마침내 완성이다.
지상으로 올라온 석영 덩어리가 실리콘 웨이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다.
7.중국의 실리콘 산업의 아킬레스건
오늘날 실리콘 생산량의 90퍼센트가 컴퓨터 칩이 아닌 태양광 패널에 사용되며, 그 생산지는 미국 동부 해안이 아닌 중국이다.
7.1 태양과용 실리콘칩 장악
중국은 실리콘메탈과 태양광 폴리실리콘의 글로벌 공급망을 상당 부분 장악한 상태다. 그러나 가장 최고급 실리콘 칩용 웨이퍼는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
독일의 바커가 만드는 폴리실리콘은 원소 10억 개당 불순물이 1개 정도인데, 아직 그 수준의 제조는 어려운 것이다.
7.2 최고급 실리콘칩은 생산못해
중국이 최고급 실리콘 칩용 웨이퍼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특정한 유형의 모래와 연관이 있다.
신에츠의 도가니에서 완벽한 실리콘 잉곳을 꺼내어 얇게 썰어 웨이퍼를 만들려면 앞 공정에서 초순수 실리콘을 녹여야 한다. 이
때 도가니용 특정한 유형의 석영암 얻을 수 있는 곳은 세상에서 한 군데뿐이다.
8.미국의 스프루스 파인Spruce Pine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블루리지산맥의 급경사면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 스프루스 파인은 세계에서 유일한 고순도 석영 공급처인데, 기밀 유지에 극도로 신경 쓰는 벨기에 회사 시벨코Sibelco가 오랫동안 운영해왔다.
8.1 군시설 수준의 보안
시벨코 본사에 들어가는 일은 미국 최고의 요새인 육군 기지 포트 녹스에 들어가는 수준과 비슷하다고 한다.
시벨코 본사는 약 7.6미터 높이의 담장과 가시철망으로 둘러싸인 단지인데, 보안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순찰도 빈번하다.
8.2 두 개의 광산
현재 스프루스파인에는 광산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시벨코의 광산이고, 다른 하나는 그보다 규모가 작은 회사인 쿼츠콥Quartz Corp의 광산이다.
쿼츠콥은 광산에서 캐낸 석영암을 노르웨이로 보내서 가공한다. 겉보기에 특기할 만한 점이 없는 이 암석들은 세라발의 백석영과 달리 화강암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암석들을 세척하고 부수고 갈아서 자기 분리 과정를 거친 뒤 화학물질에 담그면 마침내 특별한 모래가 된다.
9.순도높은 석영암 광산 찾기
스프루스 파인 광산의 순도에 근접한 대체 석영층을 찾기 위해 전 세계의 지질학 기록을 샅샅이 훑는 회사들이 5~10개 정도 있다.
중국은 대체 석영층을 찾겠다고 수십 년간 분투했으나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세라발의 눈처럼 희고 순수한 백석영을 다른 곳에서도 찾는 게 어렵다면, 스프루스파인만큼 순수한 석영을 찾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10.스프루스파인 광산에 무슨일이 생긴다면?
어떤 광산도 스프루스파인 광산들의 견밀도와 품질은 따라오지 못한다. 이 사실은 난처한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만약 스프루스파인 광산들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산사태로 광산에서 내려오는 길이 파괴된다면? 아주 곤란한 일이 될 것이다.
10.1 석유고갈보다 더 무서운 재앙
분야의 베테랑은 이렇게 말한다.
“참 무서운 일이죠. 만약 누군가가 농약을 가득 싣고 스프루스파인 광산에 살포한다면 6개월 이내에 전 세계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의 생산이 끝장날 겁니다.”
고순도 석영 없이는 초크랄스키 도가니도 없다. 단결정 실리콘 웨이퍼도, 컴퓨터 칩도 생산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