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영원한 유산’(문학동네)의 심윤경 작가는 서울 종로구 서촌에서만 사십 년을 산 토박이다. 10여 년간 삶이 흘러가는 대로 잠시 서촌을 떠났지만, 연어가 귀소하듯이 서촌으로 회귀했다. 어릴 적 온종일 헤매도 늘 새로운 길과 조우하게 되는 서촌의 촘촘한 골목길은 심 작가에게 마치 실핏줄과도 같은 설렘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영원한 유산’에서 심 작가는 과거 친일파 윤덕영의 별장이었으나 한국전쟁 이후 한국통일부흥위원단의 청사로 쓰인 ‘벽수산장’을 중심으로 “이념의 밀물과 썰물 속에서 정직과 존엄을 지키려 애썼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등장인물은 허구지만 실제 역사적 배경과 장소를 담은 소설을 통해 서촌을 조명한 심 작가. 그런 그를 5월27일 서촌의 어느 카페에서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