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백신? 이젠 치료제?

이제 코로나 시대가 끝나가는가 싶다. 오미크론이 세계를 한 번 휩쓸고 지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고 싶다. 그런데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도 있고, 코로나 19가 풍토병으로 남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시점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백신접종 완료 후에도 새로운 변이를 계속 걱정해야 할까? 치료약을 개발하는데 왜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리는가? 다음 번 코로나가 또 올 것인가? 온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먼저 백신 접종을 완료해도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에 걸릴 수 있는 이유를 살펴보자. 화이저(Pfizer),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등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만든 백신들은 모두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막 단백질 즉 ‘스파이크’ 단백질을 타겟으로 개발되었다. 이 스파이크 단백질은 이름 그대로 삐죽삐죽 튀어나온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인체의 세포 표면에 있는 다른 단백질과 결합한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입하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입체 모델. 표면의 스파이크(돌기, 붉은색) 단백질을 호흡기 세포에 결합시켜 침투한다./미 CDC

백신 접종을 완료해도 오미크론에 감영되는 이유도 이 스파이크 단백질의 변이에 있다.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생기면 준비되었던 면역세포와 항체가 무력화 되는 것이다. 물론 스파이크 단백질이 완전히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백신접종은 감염 확률도 낮추고, 중증으로 가는 것도 예방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백신 개발이 어려웠던 경우가 있었다.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AIDS)을 일으키는 HIV,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그 사례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끊임없는 변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변이을 통해 면역 체계를 피해가기 때문에, 백신접종으로 코로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 이들은 아마도 풍토병과 계절병의 원인 제공자로 인류와 계속 같이 할 동반자(?)로 봐야 한다.

다시 말하면 백신으로는 충분한 예방이 불가능하다. 코로나의 경우 변이 종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고, 새로운 동물 유래 바이러스가 다시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럼 우리의 해법은 무엇인가?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해법은 바로 HIV의 경우에서 찾을 수 있다. 한때는 걸리면 바로 사망으로 이어지던 ‘에이즈’는 이제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간주된다. 관리의 방법도 당뇨나 고혈압과 유사하게 치료제를 장기 복용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HIV는 막 단백질 외에도 다양하고 독특한 단백질을 만들어 숙주 세포 내에서 새로운 바이러스를 생산한다. 이 중 효소 기능을 가진 단백질을 대상으로 억제제가 다수 개발되었다. 일반적으로 효소 단백질은 막 단백질에 비하면 변이에 취약하다. 즉 변이가 효소의 기능을 망가뜨려 바이러스의 복제와 생성 과정이 저해되는 것이다. 때문에 변이를 통해 억제제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막 단백질의 변이는 겉모습만 바꾸는 성형 수술 같아 변이가 바이러스의 복제와 생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오히려 앞에서 밝힌 대로 면역체계를 피해가는 장점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효소 단백질의 변이는 생존에 필수적인 장기를 이식하는 것과 같아 변이가 어렵고 변이가 어려우면 약의 효과를 피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효소 단백질의 특성을 이용하여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었다.

특히 여러 종의 약을 병용하여, 여러 효소 단백질을 동시에 억제하면 간혹 생기는 변이를 통해 내성이 생기는 것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바이러스에게도 동시에 생기는 여러 변이는 지나친 부담인 것이다. 심장, 폐, 간, 신장 이식 수술을 한번에 받는 것이 견디기 힘들지 않겠는가? 이렇게 여러 약을 동시에 쓰는 것을 칵테일 요법이라고 한다. 여러가지의 술, 과즙, 색소 등을 섞어 만드는 혼성주를 통칭하는 칵테일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다시 코로나 19로 돌아가 보자. 풍토병으로 자리잡을, 변이에 능한 이 바이러스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결국은 HIV의 경우와 같이 치료제가 답이 될 것이다. 팬데믹 시작과 함께 여러 제약회사에서 약 개발이 시작되었고 임상에서 쓰이는 약이 이미 다수 나온 상태다. 다만 백신보다 늦은 등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지 못했던 것뿐이다.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화이자(Pfizer)사의 팍스로비드는 실은 기적적으로 빨리 출시된 약이다. 일반적으로 임상 시험을 포함해 치료제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다행히 화이자는 이미 치료제 후보 물질을 가지고 있었다. 2003년 전세계를 공포에 빠트렸던 사스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개발되었던 다수의 후보 물질이다. 사스 바이러스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기 때문에 후보 물질 중 하나였던 팍스로비드가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팍스로비드’ 는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효소 단백질을 억제할 수 있다. 이는 에이즈의 치료제와 같은 원리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코로나 19가 팍스로비드에 내성을 보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즉 타겟 단백질의 변이는 코로나 19의 복제 기능을 억제해 바이러스 부하를 현저히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설사 변이를 통해 팍스로비드에 내성이 생긴다 하더라도 계속 개발되고 있는 여러 약의 칵테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에볼라와 인플루엔자, 그리고 코로나 20을 포함한 모든 바이러스 질병을 같은 논리와 작전으로 접근하여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런 세상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자연을 통제하겠다는 인간의 오만은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래서 조심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