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경복고에 들러서 사진까지 찍은 장소다. 그때도 사진을 찍었지만, 겸재 정선 집터라는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대충 보는 게 많다는 증거다. 이번에는 확실히 겸재를 알고자 했다.
겸재는 종로구 청운동 89-9(현재 경복고부근)에서 출생했다. 그의 집은 당시 세력가인 장동 김씨 가문 근처에 있었다. 그 덕분에 겸재는 장동 김씨 가문과 깊은 인연을 쌓았고, 이들의 후원으로 화단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말년에 이르러서는 벼슬까지 종2품 벼슬에 오른 ‘성공한’ 화가로 84세에 생을 마쳤자.
정선은 요즘말로 하면 서촌사람이었다. 서촌은 인왕산 아랫마을 이었으며, ‘인왕제색도’는 비 온 뒤 안개가 피어오르는 인왕산의 실제 모습을 사실적으로 화폭에 실은 명작이다. 겸재가 인왕제색도를 그렸다는 곳이 정독도서관에 기념비로 남아있다.
겸재 정선은 진경산수 화가이며 주역에 능통한 학자였다. 상상해서 그리기보다 직접 돌아다니며 탈세속을 즐기는 경향이었다. 그림에는 주역으로 해석할 만한 요소가 많다.
자화상을 돌덩어리에 부조로 표현했다. “독서여가(讀書餘暇)”라는 그림에는 한가로이 툇마루에 비스듬히 앉아 마당의 화초를 바라보는데 뒤쪽으론 책이 수북이 쌓여 있다. 책 읽기 싫다는 의미인지 좀 쉬고 있다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지금 내 책상 옆에 읽으려 하는 책이 쌓여 있고 먼지만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