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카슨 ‘침묵의(silent) 봄’

세계 곳곳에서 꿀벌이 집단 실종되고 있습니다.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진 정확한 이유는 아직 판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꿀벌이 사라진다는 것은 더 이상 식물의 자연스런 수정도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벌이 아니라 이제 사람이 꽃가루를 옮겨 수정을 해야하는데,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꿀벌이 사라지는 잔인한 봄은 새의 울음이 사라지는 ‘침묵의 봄’을 떠올리게 합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1962년 9월에 출판되었습니다. 생물학자인 카슨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였던 ‘바다 3부작’으로 이미 알려진 작가였습니다. 그녀의 두번째 책 ‘침묵의 봄’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였던 DDT를 용감하게 고발했습니다. 카슨은 새가 울지 않는 미래의 봄날을 예상하여 당시 무분별하게 쓰이던 살충제 DDT의 위험성을 알렸습니다.

그동안 과학계가 이 위험을 전혀 모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3억 달러 규모’로 판매되고 있는 DDT의 위험을 공론화하는 것은 결단이 필요한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녀는 의무감에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녀는 유방암과 투병하면서 ‘침묵의 봄’을 집필했습니다.

‘침묵의 봄’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어, 2년 만에 100만부 이상 판매되었습니다. 1963년 4월에는 1,500만 명의 시청자가 “레이첼 카슨의 고요한 봄” CBS TV 스페셜을 시청했습니다. 5월에는 케네디 대통령의 과학 자문 위원회가 살충제관련 보고서를 발표해, 살충제 사용을 보다 제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1970년 환경보호청이 설립되고, 1972년 마침내 DDT를 금지합니다. ‘침묵의 봄’은 전 세계적인 환경운동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당시 DDT는 마법 같은 과학의 성과로 간주되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화학회사 입장에서 DDT는 큰돈이 되는 비즈니스였습니다. 카슨이 DDT를 비판하자 화학회사들은 출판사를 고소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카슨을 화학이나 농학을 공부하지 않은 비전문가라고 비판하는 과학자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카슨을 히스테리한 공산주의자라고도 비난했습니다.

출판된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1964년 4월 14일, 카슨은 유방암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카슨 죽이기’는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있습니다. 저개발국에서 DDT를 사용할 수가 없어 말라리아가 창궐했고, 결과적으로 카슨이 수 백만 명의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열대 지역의 많은 저개발 국가에서 DDT는 계속 합법적으로 사용되었고, 지금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DDT가 더 이상 예전처럼 효과적이지 않은 것입니다. 그 원인은 모기에게 DDT 내성이 생겼고, 아무리 강한 살충제를 써도 잘 죽지 않는 모기가 창궐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