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7월 26일,경주에서 금관 출토

1973년 여름은 유난히 가물고 더웠습니다. 발굴 현장 조사팀에게는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드디어 1500년간의 긴 잠에서 깬 신라금관이 출토됐습니다. 신라금관으로는 7번째, 광복 이후로는 최초였습니다. 당시 발굴에 참여했던 고고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뜻밖의 금관이 눈앞에 나타나자 너무나 놀라 말문이 막혔습니다. 가슴이 얼마나 쿵쿵 뛰는지… … . 무엇에 홀린 듯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발굴단 부단장에게 살짝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금관이 나왔어요’ 했죠. 그분 역시 놀랐는지 ‘이 사람아. 무슨 금관이야. 사람 놀리는 거야’했어요. 그분도 귀를 의심했던 거지요.” 3개월을 넘어가던 발굴조사 기간 동안 수많은 유물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날 금관의 출토는 조사원들조차도 믿기 어려울 만한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출토된 금관은 우리나라 금관 가운데 가장 크고 화려한 것으로 찬란한 신라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 문화재였습니다.

신라금관이 출토된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은 1973년 8월22일, 또 한번 발굴단의 눈을 의심케 하는 유물이 출토됐습니다. 155호분의 이름의 유래가 된 천마도가 출토된 것이다. 천마도는 말을 탈 때 필요한 안장의 부속구인 말다래(자작나무 껍질)에 그려져 있었다. 부장품을 넣어둔 궤짝에서 1쌍이 발견됐는데 발굴 현장에서는 “출토 당시 마치 천마가 환생해 튀어나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2023년 발굴 50주년 기념으로 경주박물관에서 천마도를 공개했습니다. 이글을 쓰는 저도 지난 6월에 경주로 달려가서 보았습니다. 박물관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유물전시도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훌륭했습니다. 천마도는 역시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