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은 패션이다

히잡은 무슬림 여성이 머리카락, 목, 어깨 등의 신체 부위를 가리기 위해 착용하는 복장이다. 영어권에서는 흔히 베일이라고 하는데,《코란》에도 등장하듯이 여성의 몸을 외부와 분리한다는 의미를 가졌다. 대다수 외부 관찰자는 히잡이 남성 중심적 교리를 강제하는 수단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도네시아 무슬림 여성에게 히잡은 패션이다. 인도네시아를 오랫동안 관찰한 김형준 교수는 처음에는 히잡(hijab) 쓴 여성을 볼 때마다 엄청나게 더울 텐데?’ 라고 느꼈다고 한다. 가까이 무슬림 여성을 지켜본 후, 그는 희잡이 무슬림 여성의 ‘미’라는 걸 깨닫게 된다. 2000년대 들어 연예인 사이에서 히잡이 유행하면서, 히잡은 유행을 따르는 패션이 된다. 히잡과 일상복의 결합이 확대되면서 이를 지칭하는 ‘히잡 가울’ 즉 ‘젊은 여성이 친구와 함께 외출할 때 착용하는 복장’이라는 의미의 신조어도 등장했다. 어느 사이 인도네시아 무슬림 여성은 히잡을 패션으로 만들어 버렸다.

히잡은 이슬람 사회의 변화와 함께 한다. 전통사회에서 히잡은 그저 일상일 뿐이었다. 전통사회가 무너지면서, 히잡은 여성의 진보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선고되기도 했다. 터키 초대 대통령 아타튀르크는 여성참정권을 부여하고,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금지 정책도 시행했다. 서구 제국주의에 의한 ‘히잡 벗기기’가 시작되자, 히잡은 이슬람의 핵심 상징으로 부상한다. 이렇게 히잡은 기존 질서에 대한 굴복이기도 하지만 그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이슬람을 하나의 모습을 가진 종교로, 무슬림 사회를 전근대적인, 동일한 특성을 가진 사회로 바라보려는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히잡 쓰기와 벗기에는 무슬림 여성이 직면한 다양한 현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과 타협의 과정이 있다.

역사적 맥락에서 인도네시아 무슬림 여성에게 히잡패션과 이슬람의 공존은 자연스럽다. 이들은 자신의 상황과 성향에 맞게 종교와 아름다움을 추구핟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히잡 쓰든, 안쓰든 자유이다” 그저 히잡은 패션이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