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주의 작은 마을에 아쿠아리움이 있습니다. 그곳의 유명인사는 거대한 태평양문어 마셀러스입니다. 상처 입은 채 바다를 떠다니던 마셀러스는 극적으로 구조되어 회복된 후 수족관에 살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언제나 다시 드넓은 고향으로 돌아가 자유를 되찾는 꿈을 꿉니다. 모두 잠든 밤이면 마셀러스는 굳게 잠긴 아쿠아리움 안에서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모험을 즐깁니다.
마셀러스가 바라본 인간의 모습은 대체로 어리석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수백만 개의 단어를 갖고 있지만 서로 진정으로 소통할 수 없는 “최악의 의사소통 능력”을 가졌습니다. 더구나 진실을 거짓으로 말하기도 하는, 한마디로 “한 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종입니다.
마셀러스의 그런 생각에 예외가 생긴 것은 노년의 야간 청소부 토바를 만나고부터입니다. 마셀러스의 야간 비밀 모험을 목격한 할머니토바가 그를 도움의 손길을 내밉니다. 그후 은밀한 공모를 함께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들은 서로를 특별한 존재로 인식합니다. 둘 사에는 ‘우정’과 비슷한 각별한 무언가를 키워나갑니다.
청소부 토바 할머니는 사랑하는 가족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슬픔이 있습니다. 노년의 삶이라것은 그날이 그날같은 무채색의 삶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쿠아리움 속 문어 마셀러스를 만나 황홀한 색채의 삶을 경험합니다. 바다생물과 인간의 우정, 마을 공동체의 끈끈한 유대감, 세대를 넘나드는 공감을 드러내는 에피소드 들이 읽는 이의 마음에 잔잔한 파도를 일으깁니다.
“오늘 밤에는 특별한 냄새가 나를 유혹했다. 달고, 짜고, 맛있는 냄새의 주인공이 쓰레기통 속 하얀색 포장 용기에 떡하니 담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무엇인지 몰라도 맛이 좋았다. 하지만 자칫 그것으로 파멸을 맞이할 뻔했다.청소하는 여자. 그녀가 내 목숨을 살렸다.”
“문어는 다 그렇다. 걸음을 멈추고 내 수조를 들여다본 모든 인간의 얼굴을 기억한다. 패턴을 기억하는 것은 쉽다. 동틀 녘, 일출이 시작되면 벽 위쪽으로 어떤 문양이 떠오르는데 계절이 변함에 따라 그게 매일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