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기 동안 휴면 상태에 있던 베수비오 산이 폭발하면서 로마의 도시 폼페이가 화산재와 진흙아래에 묻혔다. 폭발후 12시간 동안 화산재와 가스의 거대한 구름이 도시를 덮었고, 지름 3인치에 달하는 우박이 폼페이를 강타했다. 도시 거주자들은 공포에 질려 도망치거나, 지하실 등에 숨었다. 그렇지만 8월 25일 아침 유독 가스 구름이 도시에 쏟아지면서 남아 있던 모든 생명을 질식시켰다. 두꺼운 화산재와 진흙 속에 묻혀 있던 도시들은 결코 재건되지 않았고 역사 속에서 크게 잊혀졌다. 1천500여년간 땅 속에 파묻혀 있던 폼페이는 16세기 수로 공사 도중 유적이 출토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발굴 작업이 시작됐으며, 현재는 과거 형태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까지 이르렀다. 지금도 고대 로마의 각종 유물·유적이 발굴되고 있을 정도로 그 규모를 알기 어렵다.
2022년에는 폼페이의 유골을 연구하는 연구진이 화산재에 덮인 채 발굴된 폼페이거주민 남녀의 뼈에서 유전자를 추출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굳어진 잿더미로 둘러싸인 시신 안에서 이들의 DNA는 보존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50세이상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DNA는 정보가 누락된 반면, 35~40세로 추정되는 남성의 DNA는 거의 완전한 유전정보를 분석할 수 있었다. 국제연구팀의 분석 결과 35~40세로 추정되는 남성의 뼈에선 결핵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의 DNA가 발견됐다. 남성의 DNA는 현재 이탈리아 중부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DNA와 공통된 부분이 가장 많았다. 공통되지 않은 일부 DNA는 샤르데냐섬 거주자와만 일치했다. 이는 이탈리아인의 교류가 활발해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