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 교수의 강연은 전염병의 완전정복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전염병의 다양한 측면을 매우 꼼꼼이 모두 짚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전염병은 문명 특유의 질병이라고 했습니다. 일정규모 이하의 인구 집단에서는 유행이 지속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도시가 있기에 전염병이 정착하고, 도시 간 이동을 통해 확산됩니다. 문명은 전염병을 낳고, 전염병은 문명을 좌우합니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전염병 중 제일 먼저 꼽히는 것이 3차에 걸친 페스트의 대유행입니다. 페스트는 4∼17세기에 걸쳐 유행이 반복되는데, 특히 3차 시기에 전 세계적으로 8500만명이 사망했습니다. 유럽인구의 1/3∼2/3 사망했습니다. 노동력이 감소되자, 지배계층도 약화되었고, 농노소멸과 기계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새롭게 알게 된 것은 17세기 소빙기가 가져온 전반적 위기란 측면입니다. 소빙기에 일어난 한랭화로 농업생산이 감소되었습니다. 충분히 먹을 수 없게 되자 자연스럽게 면역력이 떨어져 사망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이 무렵 인간과 물자의 이동이 전염병을 확산시킨다는인식이 생겼습니다. 17세기 말 도시를 봉쇄하는 사례도 생기게 됩니다.

콜레라도 전염병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BC 300년경 최초의 기록이 보이는 콜레라의 기원은 갠지스강 하류로 추정됩니다. 벵골지방과 갠지스강 삼각주중심의 풍토병이었습니다. 힌두교 성지에서 시작해 1817년 인도에 급속도로 퍼지게 되고, 1850년 전후 유럽에 폭발적으로 유행합니다. 특히 당시 세계 최대 도시 런던의 사례는 흥미롭습니다.

콜레라로 런던은 1866년까지 약 4만명이 사망하게 됩니다. 콜레라의 원인이 ‘미아즈마’(miasma) 곧 시체나 썩은 물질에서 나오는 냄새나는 나쁜 공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의사인 존 스노(John Snow)는 1848년 콜로나가 유행했던 지역를 조사해 ‘감염지도’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콜레라 환자 대부분이 브로드 가에 있는 펌프에서 물을 마셨다는 결과가 나왔고, 콜레라가 오염된 물을 통해 전파된다는 증거가 되었습니다. 그는 브로드 가의 펌프 손잡이를 떼어내어, 오염된 물로 콜레라가 퍼지는 것을 막았습니다. 존 스노는 감염지도를 통해 전염병의 원인을 파악하면서 ‘역학’이라는 새로운 의학 분야를 만들어냈습니다. 한편 에드윈 채드윅 은 1948년 공중보건법을 제정해 영국은 최초의 공중위생 규제국가가 됩니다.

인류의 역사는 감염과 싸우는 방역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감염병은 예측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창과 과거의 낡은 방패와의 싸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방역의 역사는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습디니다.

근대 이전 한센병(나병)은 배제와 추방으로만 전파를 막았지만, 14∼17세기 페스트는 검역·격리·봉쇄라는 근대적 방역의 출발점이 됩니다. 18∼19세기 두창(천연두)은 인류가 박멸한 유일한 전염병의 사례를 만들었고, 19∼20세기 콜레라는 역학과 공중위생이라는 근대적 방역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20세기 전반 스페인 독감은 마스크의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코로나 시대의 전례가 되었습니다.

이규원 교수는 말합니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은 위생과 영양의 개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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