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로코 대사관 수석 주방장 출신이 만드는 음식

– 이베리아계, 유태계 등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은 모로코 음식

– 한국의 뚝배기와 비슷한 조리 기구 ‘타진(Tagine)’

김기준 조선비즈 인턴기자 mycitystory.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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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식당 간판 불빛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면 이국적인 코끼리 조각상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2층 문을 열고 가게에 들어서자 붉은 조명과 실크 커튼으로 꾸며진 내부 인테리어가 히잡(아랍권 여성들이 쓰는 이슬람식 머리수건)을 떠올리게 했다. 식탁에는 색다른 모습의 음식이 차려져 있고 다른 한편엔 느긋하게 시샤(물담배)를 즐기는 아랍인 남성이 앉아있었다. 이색적인 아프리카 음식과 여유로운 그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이곳은 마르케시 나이트(Marakech Night Restaurant)다.

◆ 모로코 대사관 수석 주방장의 ‘마라케시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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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시 나이트는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엔틱 가구거리 방향으로 5분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기업은행 맞은 편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다. 레스토랑 대표 겸 요리사인 리티 무스타파 (Mostafa Rhiti) (44) 씨는 “2002년 주한 모로코대사관 수석 주방장으로 일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게됐다”다며 “2006년부터 지금까지 6년째 가족들과 함께 식당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부인과 아들이 함께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02년 대사관에서 일하며 이태원에서 거주했던 무스타파씨는 “당시에는 모로코 음식과 문화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이 배타적이었다. 하지만 2006년을 기점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외국 문화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레스토랑을 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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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케시 나이트의 대표 겸 요리사 리티 무스타파

지금은 손님의 60% 이상이 한국인일 만큼 마라케시 나이트의 인기는 내국인들 사이에서도 높다. 무스타파씨는 성공 비결을 “옛날엔 전통 모로코식 메뉴가 훨씬 다양했었는데 지금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위주로 메뉴를 바꾸고 취향에 맞게 오일 사용을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수입해온 재료를 써봤지만 맛이 떨어져 직접 모로코에서 가져온다고 했다. 한남동에 사는 김명준(29)씨는 이 식당의 단골이라며 “처음에는 샤프란(향신료의 일종), 고수향이 어색했지만 지금은 없어서 못 먹을 지경”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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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케시 나이트의 인기메뉴 레몬치킨 타진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레몬치킨 타진’이다. 타진(Tagine)은 한국의 뚝배기와 유사한 모로코의 전통 조리기구다. 물이 귀한 아프리카 모로코에서는 점토 찰흙으로 만든 원뿔 모양의 냄비에 소량의 물과 식재료의 수분만으로 음식을 조리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무스타파씨는 모로코의 음식문화에 대해 “음식 재료의 차이는 있지만 조리기구, 조리방식, 바닥에 앉아서 먹는 음식문화 등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은 모로코 음식

모로코는 동쪽으로는 알제리, 남쪽으로는 모리타니, 서쪽과 북쪽으로는 대서양과 접하고 있는 아프리카 서북쪽에 있는 나라다. 지브롤터 해협(대서양과 지중해 사이의 해협)을 건너 20분만 가면 스페인이고, 과거 프랑스의 지배를 받기도 한 모로코는 다양한 국가와 문화의 영향을 받아 풍성한 음식문화를 갖고 있다.

무스타파씨는 “모로코 음식은 세계 5대 요리에 들 만큼 서양에서는 인기가 높다”며 “한국에서는 아직 이태리, 프랑스 음식에 비해 낮은 인지도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쿠스쿠스(세몰리나 밀로 만든 곡식)의 경우 재료는 모두 같지만 모로코 지방마다 시간이나 재료 조합이 달라 다양한 맛과 레시피를 지니고 있다”며 맛도 있고 영양도 고려한 모로코 음식을 한국에 많이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태원이란 어떤 곳이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모든 외국인들이 이태원을 통해 한국을 느끼고 이해한다. 그래서 이태원은 ‘한국의 심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한국을 두 번째 고향으로 생각한다.모든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좋을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한국의 심장인 이태원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마지막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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