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시대의 끝자락인 1898년 홍콩에는 영국국기인 유니온 잭이 걸렸다. 시간이 흘러 정확히 99년 뒤인 1997년에 홍콩은 결국 다시 중국으로 반환되기로 되어 있었다. 끝이 예고된 한 세기 동안 홍콩은 역사적으로 유니크한 시공간이었다.

세기말인 90년대 홍콩은 특히 묘했다. 영화감독 왕가위가 바로 그 시대를 대표한다. 왕가위 감독은 1988년 ‘열혈남아’로 데뷔한 이래 1990년대 홍콩 느아르의 홍수 속에 단연 돋보이는 아티스트였다. 비현실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왕가위의 영화기법은 희망과 불안이 공존하던 세기말의 분위기 그 자체였다. 홍콩의 중국 반환을 불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상황에서 만들어진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에는 홍콩 청춘들의 상실과 불안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오늘날 중국에 반환된 새로운 홍콩은 어떤 모습인가? 이제 홍콩이란 시공간은 짐작할 수 조차 없다. 30년전 왕가위에 의해 그려진 어디인지 예측할 수 없는도시같기도 하다.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s을 맘껏 들을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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