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 1기 서유경님 작성 

창작의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흔히 ‘재능(talent)’과 ‘운(fortune)’이 핵심이라고 여긴다. 물론 극히 드문 사례로 재능과 운이 합쳐지면 슈퍼스타가 탄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크리에이터(창작자, 아티스트)에게 있어서 자기만의 길을 갈고 닦으면서도 가능한 오래도록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이 무엇을 목표로 하며 어떻게 창작하여 이름을 알리며, 어떠한 네트워크와 유통망을 형성할 것이며, 작품과 관련한 비즈니스를 통해 돈을 얼마나 벌어야 할 것이며, 설령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 창작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라이언 홀리데이(Ryan Holiday)는 저서 ‘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Perennial Seller)’에서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크리에이터들 중에서도, 이제 시작하는 경우라면 무엇부터 해야 할 것인지 몰라서 막막해할 것이고, 현재 진행형이라면 지긋지긋한 창작의 고통에 괴로워할 것이며, 실패한 경우라면 좌절감에 빠져 있을 것이며, 성공했다면 그 다음 창작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구체적 입장은 다를 수 있으나, 그 어떠한 창작의 순간도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으로 이어져 있다.

이 책에서는 창작의 각 단계 별로 크리에이터가 수행하여야 하는 일을 지침으로 제시하며, 그에 맞는 성공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유명한 크리에이터에게도 지난 과거에 특정한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 자못 놀랍게 여겨지기도 하고, 그 어려움을 극복한 노하우에 대해 찬사를 보내어 주고 싶기도 하다.

이 책이 미국 시장을 기반으로 하여 쓰여진 책이기에, 구체적인 이슈가 다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크리에이터들에게도 충분히 유의미한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본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돈을 버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으며, 오늘날 좋은 작품은 세계적으로 유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작품을 사랑하는 애호가, 콜렉터, 관람객, 관련 비즈니스 종사자, 법조계 내지 정책가 등을 위한 직접적인 내용은 없다. 읽다 보면 크리에이터의 관점에서는 탁월해 보이는 마케팅 방법이 법조계 종사자가 볼 때는 만류하고 싶은 방법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에이터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폭넓게 이 책을 권해보고 싶다. 크리에이터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며, 그들의 작품을 사랑하고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알 수 있으며, 나아가 크리에이터와 그 작품을 성공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모색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10줄 서평

첫 번째, 크리에이터가 되는 방법은 지금 바로 창작을 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크리에이터가 되는 방법에 대해 물어본다면 저자는 지금 바로 창작을 하라고 권할 것이다. 오히려 누군가가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의뢰를 하고 나서야 창작을 할 참이냐고 지적할 수도 있다. 크리에이터 지망생이거나 실패한 크리에이터라면 이미 만들어진 것에 대한 꿈이 아니라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자. 창작의 경험이 있는 작가라면 과거의 작품이 절대로 현재 또는 미래의 작품을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하자.

두 번째, 아이디어가 생긴다면 바로 작품으로 옮겨라.

크리에이터는 아이디어를 내놓는 사람이 아니라, 창작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흥미롭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창작적 표현이 없는 이상 현실적으로 작품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없다. 참고로 저작권법은 ‘아이디어와 표현 이분법(Idea-expression Dichotomy)’을 기본 원리로 채택한다. 아무리 위대한 작품을 위한 아이디어라도 아이디어 그 자체는 보호하지 않으며, 최소한의 창작적 표현이 있어야 보호한다는 뜻이다.

세 번째, 완벽한 첫 작품이란 없다.

헤밍웨이는 “어떤 작품이든 간에 첫 번째 초고는 똥과 같다.”라고 말했다. 그 누구도 결점이 없는 초안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초안에 대해 실망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초안을 만들어냈으면 그때부터는 다듬고 수정하는 작업으로 이어가야 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평을 받아도 좋고, 편집을 맡겨도 좋다. 분명한 것은 그 초안이 씨앗이 되어 어떻게 발전되어갈 수 있는지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창작을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보이고, 설사 혹평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다듬고 수정하자. 창작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정기적 연재물의 첫 화를 한 번 떠올려보고, 최근의 화와 비교해보자. 분명한 것은 창작-수정-공개를 반복해가면서 더 나아질 수 있다.

네 번째,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 대상을 소재로 하라.

당연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에 포함된 의미를 짚어보자. 창작의 과정은 매우 지리멸렬하다. 햇빛을 보지 못한 상태로 작업실 스탠드에서 원고를 붙잡아야 할 수도 있고, 작품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몇 년에 걸쳐서 진통을 겪을 수도 있다. 창작이란 결국 창작자의 인생을 희생하여 의미를 표현해나가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올바르게 노력하고 헌신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아야 한다. 숱한 장애물에 부딪히면서도 강인한 내적 동기에 의해 스스로를 움직여갈 수 있는 대상에 의해 고통이 희석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두려움과 불안함은 더 높은 수준의 창작을 위한 원동력이다.

작품을 내놓기에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불안함을 가져도 괜찮다. 그러한 마음은 자신의 작품을 한 번 더 개선해보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변수가 없이 예측한 대로만 된다면 두려울 것이 없으니 자신감이 넘칠 것이다. 그러나 창작의 과정은 늘 불확실하며 자신의 마음가짐이나 주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러한 불확실성이 바로 미지의 작품을 탄생하게 하는 것이다. 기존의 것과는 다른 변화를 창작하는 것, 그것이 바로 두려움과 불안함에서 태동하는 것이라고 인정하며, 더 나은 작품을 만들게 하기 위한 에너지라고 생각하도록 하자.

여섯 번째, 누가 내 첫 작품을 구매할 것인지 상상해보자.

다이아몬드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깎고 다듬어진 보석으로서의 다이아몬드를 구매한다. 다이아몬드 원석도 가치가 있겠지만, 저자는 그 원석을 구매하여 깎고 다듬어내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판매되는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서라면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소비할 것인지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작가라면 누가 책의 초판 1,000권을 구매할 것인지, 화가라면 자신의 첫 갤러리가 어디가 될 것인지, 퍼포먼스(공연)를 하는 경우 누가 처음으로 공연을 예매할 것인지에 대해 탐색을 해보는 것이 좋다.

일곱 번째, 작가로서의 이름과 작품이 알려지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

창작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이름과 작품의 존재에 대해 알릴 것인지 모색해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진짜로 가진 문제는 바로 ‘무명(無名)’이기 때문이다.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마케팅 예산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작품을 알리기 위하여 러시아 등 국가의 토렌트 사이트에 자신의 책을 자발적으로 올려놓아서 불법 다운로드할 수 있게 했는데, 저자는 작가 자신과 작품에 대해 알리는 것이 저작권 침해 문제보다 더 시급했던 것이라고 평가한다. 불법 영역을 논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지만, 핵심은 작가로서는 작품이 알려져야 다음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여덟 번째, 자신만의 유통 경로와 네트워크를 구축하자.

만약 기존의 출판사, 갤러리, 공연장 등의 유통 경로를 찾기 어렵더라도 낙담하지 말자. 아무것도 없더라도 이메일 주소록이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작품을 홍보할 수 있다. 첫 100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명함을 건네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언제 어디에서든 가능한 일이다. 네트워크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 작가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타이밍은 그 사람에게 부탁하기 ‘전(前)’이라고 한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먼저 베풀고 도우며 편안한 관계를 맺으며, 그러한 관계가 훗날의 자신만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점을 기대해보자.

아홉 번째, 크리에이터는 작품 그 자체로서 돈을 벌지 않는다.

저자는 크리에이터가 벌어들일 수 있는 진짜 수익은 작품 자체의 매출에 있지 않으며, 잠재적 비즈니스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한다. 가령, 작가들의 경우 연설, 강의, 컨설팅 등의 기회가, 미술계의 경우 굿즈(goods) 판매 또는 브랜드와 협업 기회가 각각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첫 작품을 내고 이름을 알린 후에는 관련 업계로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하는 것이 좋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자신의 작품 포트폴리오가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크리에이터는 작품으로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매개체로 하여 구축된 네트워크와 다양한 기회들 속에서 돈을 벌게 된다.

열 번째, 지속 가능한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을 위하여

린디 효과(Lindy Effect)라는 말이 있다. 클래식 음악처럼 시간이 오래 흘러도 그 가치가 퇴색이 되지 않고 유지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크리에이터로 정상에 오른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다. 창작의 세계에서는 어제의 작품이 오늘의 작품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창작의 끝은 또 다른 창작이다. 그러나 창작의 모든 순간이 좋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몰아세우기보다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이 지속 가능하도록 템포를 느끼는 것이 좋다. 궂은 날씨에 굳이 밖에 나가서 활동할 것 없이 뜨거운 차 한잔에 몸을 녹일 수 있는 것처럼, 시기에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어야 한다. 또한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명성을 만들어주고 작품의 가치를 높여준 것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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