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줄 서평]전예진의 ‘셀트리오니즘’

셀트리온은 바이오 업계에서 늘 화제를 몰고 다닙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때도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서정진 셀트리온회장이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해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입니다.

테크 분야중에서 바이오는 일반 투자가가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IT분야 경우 누구나 제품이나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기에 나름대로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바이오 분야는 연구실과 엄격한 규제 영역에 있어 전공자나 관련 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내용을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셀트리온이라는 기업 역시 주주나 바이오 종사자가 아니면 실체를 잘 알기 어렵습니다.

한국경제 전예진기자가 2020년에 펴낸 ‘셀트리언니즘’은 셀트리온과 창업자 서정진회장의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셀트리온의 미래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바이오는 자동차, 조선, 전자에 이어 한국 산업계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빅테마입니다.

셀트리온을 차분히 들여보면서 바이오 산업의 구조와 핵심 이슈를 파악해보시기 바랍니다.

10줄 요약_프롤로그

1.2020년 1월 15일(현지 시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이 콘퍼런스의 마지막 발표자로 연단에 올랐다.

“바이오 시밀러는 삼성에게 챔피언 자리를 내주려고 합니다. 셀트리온은 코스트 리더십 부문의 선두 주자가 될 겁니다.”

서정진은 세계 최초, 시장점유율 1위 등의 화려한 수식어에는 관심이 없었다. 제약사의 궁극적 목표인 신약에도 집착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비용 절감’뿐이었다.

2.IMF 경제위기로 실업자가 된 서정진과 대우자동차 동료들이 5000만 원으로 바이오 벤처를 창업한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은 생명공학 분야의 일자무식이었을 뿐만 아니라 스펙도 변변치 못했다. 명문대 출신은커녕 집안이 좋거나 재산이 있는 사람도 없었다.

셀트리온은 대담하게도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들었다. 바이오시밀러는 글로벌 제약사도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일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능력으로는 성공 확률이 10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밀어붙였다. 패기도 넘쳤다.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다.

3.셀트리온 주주들은 셀트리온이 개발하지 못하는 약은 없으며 세계 최고의 바이오 회사가 될 것을 털끝만큼도 의심하지 않는다. 게다가 열성적으로 활동한다. 셀트리온을 알리는 홍보물과 만화, 책자를 자비로 제작해 돌릴 정도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독감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돕겠다며 불법으로 환자를 모집한 일도 있다. 스스로 임상시험 대상자가 되겠다고 나선 주주들이 줄을 섰다. 이 일로 증권가에서는 “셀트리온은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주주들이 금 모으기 운동을 해서라도 회사를 살려낼 것이라고 말이다.

4.셀트리온은 열혈 주주들의 뜨거운 지지와 성원으로 성장한 회사다. 그래서 회사는 주주를 지극정성으로 대한다. 주주총회 때마다 대표이사와 임원진이 총출동해 주주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느라 질의응답만 3시간에 달한다. “단 한 주를 가져도 셀트리온의 주인”이라고 서정진은 말한다

5.선봉장인 서정진은 또 어떤가? 그야말로 요주의 인물이다. 언제 어떤 말을 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에 정면 도전하는 발언도 거리낌 없고 입만 열면 과대망상 같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2019년 셀트리온의 연 매출이 1조 원을 돌파했을 때 이듬해 출시할 ‘램시마SC’로 연간 10조 매출을 올리겠다고 말하는가

서정진은 달랐다. 자신의 밑바닥까지 보여줄 정도로 솔직했다. 판에 박힌 질문들이 이어지자 그가 말했다. “전 기자, 기업가정신 같은 건 없어. 환자들을 위해 바이오 회사를 시작했다는 건 다 거짓말이야.”

6.셀트리온은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임상 실패설, 분식회계 의혹, 주가 거품론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셀트리온그룹(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이 시가총액 57조 원(2020년 11월 기준)에 이르는 기업으로 성장한 뒤에도 그랬다. 서정진의 한마디는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때로는 화살이 되어 그에게 돌아왔다.

7.나는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셀트리온의 창업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일들을 조사했다. 셀트리온 전현직 임직원들을 인터뷰했으며 서정진과 그의 가족, 친구, 동료 들도 만났다. 셀트리온에 적대적인 세력과 경쟁사 관계자도 접촉했다. 그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셀트리온은 안티팬도 많았으며 나도 그중 하나였다.

8.서정진은 MZ세대(밀레니얼세대 + Z세대)와 함께 일하는 기업인들에게 새로운 경영자상을 제시한다. 셀트리온은 임직원 평균연령이 31.8세일 정도로 젊은 회사다. 서정진은 1세대 기업인인 김우중, 이병철, 정주영과 결이 다른 리더십을 보여준다.

그는 앞에서 끌지 않고 뒤에서 밀어주는 리더다. 골치 아프고 어려운 일은 늘 그가 전담했다. 임직원에게 지시하고 내버려두는 일이 없었다. 책임은 늘 회장이 떠안았고 공은 직원들에게 돌렸다.

서정진은 “기업가는 희생하는 사람”이라고 늘 이야기한다.

9.그동안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글로벌기업을 배출했지만 제약업종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런데 혜성처럼 나타난 신생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하나로 세계시장을 평정했다.

이후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삼성도 뛰어들었다. ‘K-바이오’라는 말도 생겨났다. 셀트리온은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을 일으킨 주역으로 새로운 역사를 썼다.

10.셀트리온은 때로 비정상적으로 생각했고 비합리적 결정을 내렸으며 비상식적 투자를 일삼았다. 이런 선택은 예상치 않은 행운과 기회를 가져다주었고 회사가 한 단계씩 도약할 때마다 반복됐다.

나는 그들의 사고방식, 가치관, 비전, 문화 같은 무형의 요소들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사람들이 기적이라고 부르는 놀라운 성과로 이어졌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셀트리온에 내재되어 있는 핵심 요체를 ‘셀트리오니즘’이라고 명명했다.